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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의료체계가 응급·사망에 이르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정환 기자2026.09.10 15:43
ⓒ의협신문
ⓒ의협신문

대한의사협회가 대구 응급환자 미수용 사건에서 대법원이 응급환자를 수용하지 못한 병원에 내린 정부의 행정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한 것에 대해 응급의료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며 졸속 판단이라고 비판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지난 3일 보건복지부로부터 행정처분을 받은 A학교법인의 보조금 중단 처분 및 시정명령 처분 취소 소송에서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원고(A학교법인) 패소를 선고한 원심이 최종 확정됐다.

이 사건은 1심에서 A학교법인이 승소했지만, 2심(대전고등법원 항소심) 재판부는 1심판결을 뒤집고 보건복지부의 손을 들어줬다.

항소심 재판부는 응급의료법 제2조를 근거로 외상외과 수술팀을 비롯한 배후 진료 인력이 타 수술에 투입돼 최종 수술이 불가능한 상황이라 할지라도 응급실 의료인력이 기도 확보, 산소 공급, 수액수혈을 통한 순환 유지, 활력징후 모니터링, 뇌출혈장기 출혈 확인 검사 등 생명의 위험이나 증상 악화를 방지할 초기 응급처치를 수행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수용 능력의 판단 기준으로 배후 수술 인력 가동 여부가 아닌 응급실 내 물리적 자원을 제시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19 요청 당시 응급실에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2명을 포함해 의사 4명이 근무 중이었고, 전체 28개 병상 중 13개의 가용 병상이 존재했다는 점을 들어, 응급실의 물리적 수용 능력을 충분히 확인하지 않은 채 외상 수술 불가를 이유로 환자를 거절한 것은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고 봤다.

또 구급대 및 상황실의 전화 정보만으로 환자 상태를 단정 지어 선별 거부한 점을 위법 사유로 짚었다.

이와 관련 김성근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10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이번 사건은 항소심이 의료현장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채 판단했다는 법리적 문제가 있으며, 그 판결이 향후 응급의료 현장의 환자 수용 기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법원의 면밀한 심리가 반드시 필요했다고 짚었다.

특히 당시 배후 수술 인력이 있었는지, 환자를 수용한 뒤 실제로 응급수술이 가능했는지 등 핵심 쟁점을 충분히 살펴 항소심 판결의 잘못을 바로잡았어야 한다면서 치료할 수 없는 환자를 우선 수용하도록 하면 재이송 과정에서 오히려 골든타임을 놓칠 위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이러한 핵심 쟁점을 충분히 따져보지 않은 채 심리불속행으로 사건을 종결한 것은, 대법원이 상고심으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않은 졸속 판단이라고 보고 있다고 했다.

김성근 대변인은 배후진료가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임에도 응급처치만을 할 수 있기에 환자 수용을 하라고 한다면, 이후에 일어날 문제에 대한 책임은 국가가 모두 진다는 것을 전제해야 한다고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초기 응급처치가 가능하다는 이유만으로 배후진료가 어려운 의료기관에 환자 수용을 요구하려면, 국가가 이후 필요한 치료와 이송을 뒷받침할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밝히고 이러한 체계가 갖춰지지 않아 발생하는 문제까지 개별 의료기관과 의료진의 책임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성근 대변인은 이번 사법부의 판단은 우리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최일선인 응급의료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조속히 응급, 필수의료 전반에 대한 법적 안전망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어 악결과가 나왔다는 이유로 처벌을 우선시한다면, 지금의 체계는 그리 오래 유지되지 못할 것이다. 응급의료체계가 응급에 처하지 않고 사망에 이르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거듭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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