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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플 플러스

"10년 묶어두면 지역에 남나?" 의대협, 지역의사제 '설계 개입' 선언

홍완기 기자2026.09.07 14:22
ⓒ의협신문
ⓒ의협신문

2027학년도부터 시행되는 복무형 지역의사제를 두고 의과대학생들이 제도 자체의 찬반을 넘어 구체적인 설계 과정에 개입하겠다는 대응 방침을 공식화했다.

단순히 지역의사 선발 인원이나 10년 의무복무 이행률을 높이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실제 의료취약지에서의 근무와 복무 종료 이후 지역 정착까지를 성과로 평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는 지난달 26일 열린 2026년 제3분기 임시 전체학생대표자총회에서 지역의사제 관련 정책전략실 연구 결과 보고 및 대응 방향 수립의 건을 상정하고 26~27일 전자투표를 진행한 결과, 찬성 25명반대 0명기권 2명으로 가결됐다고 28일 밝혔다. 미투표는 11명이었다.

이에 따라 의대협은 지역의사제에 대한 6개 기본원칙과 5개 정책 요구사항을 공식 입장으로 확정했다.

이미 시행이 확정된 제도를 되돌리는 것보다, 아직 결정되지 않은 의무복무기관 지정과 배치, 교육과정, 복무 이후 경력 경로 등 세부 설계에 적극 개입해 제도가 실제 지역의료 강화로 이어지도록 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의대협이 가장 먼저 문제를 제기한 것은 지역의사제의 성과 측정 방식이다.

지역의사의 양성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은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했으며 시행령과 시행규칙도 올해 3월 제정됐다. 이에 따라 2027학년도부터 서울 소재 대학을 제외한 32개 의과대학은 증원분을 지역의사 선발전형으로 선발한다.

선발 규모는 2027학년도 490명, 2028~2031학년도에는 매년 613명이다. 선발 학생은 등록금과 교재비, 주거비 등을 지원받는 대신 의사 면허 취득 후 10년간 공고된 지역에서 근무해야 한다.

그러나 의대협은 선발 인원 충원율이나 복무 이행률을 제도의 최종 성과로 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제재를 강화하면 복무 이행률 자체는 높일 수 있지만 정작 양성된 의사가 실제 의료취약지에서 근무하는지, 10년의 의무복무가 끝난 뒤에도 해당 지역에 남는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다.

의대협은 이에 따라 입학부터 교육수련복무정주까지를 하나의 경력경로로 설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특히 지역의사 선발전형 학생에게는 복무 예정 권역에서의 장기 임상실습과 지역필수의료 심화교육, 지속적인 멘토링 등을 집중하는 특성화 경로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모든 의대생에게 단기간 지역 파견을 일률적으로 확대하기보다는, 향후 실제 지역의료를 담당할 학생에게 제한된 지역 의료기관과 교육인력을 집중해 충분한 현장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판단이다.

복무형과 계약형 지역의사제의 역할도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대협은 복무형 지역의사는 보건소보건지소지방의료원 등 공공보건의료 영역을, 계약형 지역의사는 지역 민간의료 영역을 담당하는 상호보완적 구조를 제시했다.

지역의사 규모를 정하는 방식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계약형 지역의사제나 기존 의료인력에 대한 지역 유인책 등 자발적 공급 수단을 먼저 활용하고, 그럼에도 충족되지 않는 잔여 의료수요를 근거로 복무형 지역의사 규모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무화 중심의 제도는 근거 기반 수급추계에 따라 필요 최소한으로 운용해야 한다는 원칙도 제시했다.

의무복무기관의 지정과 배정 역시 객관적인 의료인력 부족도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수련기간의 복무 산입 여부와 관계없이 실제 의료취약지에서의 근무가 확보돼야 하며, 복무기간 동안 안정적인 신분과 처우를 보장하고 근속경력 승계와 복무 완료 후 동일 권역에서 경력을 이어갈 수 있는 경로도 제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교육자원 배분 문제도 의대협의 주요 요구사항에 포함됐다.

의대생 모두에게 의사로서 필요한 공통 핵심역량을 교육하되, 장기간 지역에서 복무할 지역의사 선발전형 학생에게는 별도의 특성화 교육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은 교육과정과 평가에 대한 책임을 유지하고, 권역별 지원센터는 지역 의료수요에 따라 실습기관 발굴배정, 현장 지도인력 확보, 숙소교통재정지원 및 멘토링 등을 공동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지역별대학별 교육여건 차이를 줄이면서 한정된 교육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자는 취지다.

복무 이후 경력 설계가 지역 정착 여부를 좌우할 수 있다고도 봤다.

해외 사례에서도 의무복무 자체는 일정 기간 인력을 지역에 배치하는 데 효과가 있지만, 의무복무가 끝난 뒤 자발적인 지역 정주까지 보장하지는 못했다는 게 의대협의 분석이다.

정책전략실이 미국 NHSC, 일본 자치의과대학지역정원제, 대만 공비의대생, 중국 농촌주문형무료의학교육(ROOM) 등 해외 10개 제도를 분석한 결과, 대만 공비의사제의 의무복무 후 취약지 잔류율은 16%, 중국 국가 의무복무 프로그램의 계약 종료 후 농촌 잔류 의향은 12.2%에 그쳤다.

국내 군 위탁 군의관 사례도 들었다.

2016~2025년 10년 의무복무를 마친 군 위탁 군의관 42명 가운데 32명(76.2%)이 2025년 4월 기준 군을 떠났으며, 이 중 14명은 의무복무 종료와 동시에 전역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의대협은 이를 근거로 10년 복무를 채우게 하는 것과 지역의료에 남게 하는 것을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정 문제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의사의 교육수련과 취약지 근무, 정주 지원 비용은 국고와 지방비, 지역필수의료 특별회계 등 조세재원을 중심으로 조달하고 건강보험 회계와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의무복무가 끝난 뒤 지역의사들이 대거 도시 의료시장으로 이동할 경우, 정책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의료공급 증가에 따른 건강보험 지출까지 늘어날 수 있는 만큼 장기적인 재정효과를 평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대협 정책전략실은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의 2004~2011년 분석을 근거로 의사 수가 1% 증가할 경우 전체 건강보험 진료비가 1.77% 증가했다고 제시했다.

이에 따라 선발 인원과 복무 이행률뿐 아니라 복무 종료 후 지역 정주율, 진료권전공과목 분포, 의료이용량, 건강보험 진료비 변화까지 장기 추적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다만 고의적인 복무 미개시나 무단이탈 등에 대해서는 실효적인 이행책임을 부과하는 데 동의했다.

의대협은 지역의사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 정부가 부족한 지역의료 인력을 충원하기 위해 의과대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한 추가적인 강제 수단을 확대할 가능성도 경고했다.

이번 총회 의결을 통해 제도의 실패 가능성을 사전에 줄여야 한다는 이유다.

이번 의결 이전에도 의대협은 보건복지부 지역의사제 타운홀 미팅과 지역의료 교육 자문단 회의, 지역의사제 TF 등에 참여해 왔다. 다만 그동안 제시한 의견은 총회 의결에 근거한 공식 입장이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었다.

이번 총회 의결을 통해 대응 기조와 기본원칙뿐 아니라 회원 권리에 관한 수용 한계와 집행부에 위임하는 대외 협의 권한의 범위까지 확정했다는 것이 의대협의 설명이다.

손연우 의대협 회장은 2027학년도 시행이 확정된 지금 학생사회에 필요한 것은 10년 뒤 드러날 실패를 미리 막는 구체적인 설계라며 이번 의결로 협회가 어떤 원칙 위에서 무엇을 요구하는지가 회원들의 의사에 근거해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복무 이행률을 높이는 규제는 만들기 쉽지만, 그것만으로는 의사가 지역에 남지 않는다는 것이 해외 사례의 결론이라며 지역에 남을수록 지난 10년의 경력이 더 높은 가치를 갖는 구조를 만드는 일에 정부와 의학교육계가 함께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대협은 앞으로 보건복지부 지역의사제 TF와 지역의료 교육 자문단 등 공식 논의에 계속 참여할 예정이다.

특히 의무복무기관 지정 기준과 복무 이후 경력 승계 방안이 실제 하위 규정에 반영되는지를 중점적으로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계약형 지역의사제의 자발적 선택 유인을 확인하기 위한 대회원 조사도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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