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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즉시 수술 안했다고 사망 책임 물을 수 없다

송성철 기자2026.09.04 17:38
항소심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2000년 12월 22일 선고 99도44, 2014년 5월 29일 선고 2013도14079)를 들어 의료과오 사건에서 민사재판과 형사재판의 인과관계 입증 책임 기준이 엄격히 다르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사진=freepik] ⓒ의협신문
항소심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2000년 12월 22일 선고 99도44, 2014년 5월 29일 선고 2013도14079)를 들어 의료과오 사건에서 민사재판과 형사재판의 인과관계 입증 책임 기준이 엄격히 다르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사진=freepik] ⓒ의협신문

업무상과실치사상 형사재판 원칙상 검사가 수술 지연과 사망 결과 사이의 법률적 인과관계를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하지 않았다면 형사 처벌을 할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9-3형사 항소심 재판부는 최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전 대학병원 외과 전공의 A씨와 외과 전문의 B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과 같은 결론을 내리면서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사건은 연말연시인 지난 2017년 12월 27일부터 2018년 1월 1일 새벽 사이에 발생했다. 당시 8세이던 E군은 12월 27일(수요일)경부터 복통을 호소했다. 3일이 지난 12월 30일(토요일) 구토 증상으로 지역병원에 2차례 내원해 관장과 처치를 받았으나 증상이 호전되지 않자 12월 31일(일요일) 상급종합병원인 D병원 응급실로 전원됐다. 당직 전공의 A씨는 새벽 2시 12분경 E군을 진찰한 뒤 국소 복막염을 동반한 천공 또는 파열을 동반 또는 동반하지 않은 급성 충수염, 소장 폐색증, 장회전이상증 의심으로 진단하고, 새벽 2시 30분경 집에서 대기 중이던 전문의 B씨에게 전화로 보고했다. 당시 복부 CT 영상을 전달받지 못한 B씨는 E군의 상태가 급박하지 않다고 판단해 정규 수술 인력이 출근하는 오전 9시로 수술 시각을 정했다. A씨는 해열제와 항생제를 투여하고 경과를 관찰했다. E군은 오전 9시 5분경 수술을 받았으나 결국 천공성 충수염에 기인한 급성 화농성 복막염과 패혈증에 따른 장기 부전으로 1월 2일 사망했다.

1심 재판부는 소아 충수염의 특성, 높은 백혈구 수치(28,710/L) 및 증상 지속 시간을 고려할 때 범발성 복막염 가능성을 오진했고, CT 미공유, 경과 관찰 소홀 및 금식 종료 후 조속한 수술 결정 미흡 등을 지적하며 주의의무를 다한 것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새벽 34시경 복통이 심화되고 체온이 상승했으나 해열제 및 진통제 투여 후 호전된 점에 비추어 즉시 수술을 요하는 악화 상태였다고는 할 수 없으므로, 사망과 인과관계 있는 과실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이미 패혈증에 이른 경우 적절한 치료(수술 및 항생제)에도 계속 진행하여 사망에 이를 수 있고, 환자의 예후에는 염증의 원인인 충수를 제거하는 것뿐만 아니라 염증의 관리 또한 중요한 점 등을 고려하면, 24시간의 수술 시각 차이가 유의미한 결과를 가져온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E군의 금식 시작 시각이 전날 오후 6시이므로 자정부터 오전 2시 사이에 수술이 가능했다며 67시간 수술 지체로 인한 주의의무 위반을 들어 항소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B씨가 같은 날 오전 3시경 수술을 실시하였더라도 이미 진행된 패혈증으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렀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오전 3시 수술과 사망 방지 간의 인과관계 부재를 명시했다.

D병원 내원 당시 E군의 염증 수치(CRP)는 303.2mg/L(참고치 05mg/L)로 매우 높았고, 맥박도 분당 140회에 달해 복막염과 패혈증이 이미 빠른 속도로 진행된 상태였다.

재판부는 감정의들의 회신을 인용하며 일반적으로 초응급으로 수술을 하는 것만이 범발성 복막염을 동반한 천공충수염의 유일한 치료법으로 제시되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천공성 충수염은 촌각을 다투어 수술해야 하는 질병이 아니고, 수액 및 항생제 투여 등 수술 전후 처치가 더 중요한 질병이라고 지적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2000년 12월 22일 선고 99도44, 2014년 5월 29일 선고 2013도14079)를 들어 의료과오 사건에서 민사재판과 형사재판의 인과관계 입증 책임 기준이 엄격히 다르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재판부는 의료행위상의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한 (민사)손해배상청구에 있어서는 의료상 과실 있는 행위를 증명하고 그 결과와 사이에 다른 원인이 개재될 수 없다는 점을 증명한 경우에는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증명책임을 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형사재판에서는 실체적 진실 발견과 엄격한 죄형법정주의를 바탕으로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원칙에 따라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의 인과관계와 주의의무 위반에 대한 입증이 필요한 형사재판에 있어서는 이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형사재판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은 검사가 입증하여야 하고, 법관은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를 가지고 유죄를 인정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의료진의 진료상 판단 미숙이나 경과 관찰 소홀 등 업무상 과실이 입증되더라도, 그 과실이 환자의 사망에 직접적인 원인임을 형사상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입증하지 않는 한 업무상과실치사죄로 처벌할 수 없다며 기존 법리를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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