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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스로비드, 롱코비드에 효과 없어 "959명 대상 90일 추적"
롱코비드(Long COVID) 환자에게 코로나19 항바이러스제인 니르마트렐비르-리토나비르(nirmatrelvir-ritonavir팍스로비드)를 15일 또는 25일간 투여해도 위약보다 증상 개선 효과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롱코비드는 코로나19 감염 후 회복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주 이상 지속되는 후유증이나 증상을 의미한다.
연구진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감염 이후에도 체내에 남아 증상을 지속시킬 수 있다는 이른바 바이러스 잔존(viral persistence) 가설에 근거해 팍스로비드의 장기 투여 효과를 검증했다. 하지만, 인지기능 장애자율신경 기능 이상운동 기능 저하 등 주요 롱코비드 증상군 모두에서 유의한 치료 효과가 확인되지 않은 것이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RECOVER 연구진은 지난달 31일 국제학술지 Lancet Infectious Diseases에 Nirmatrelvir ritonavir targeting viral persistence in post-COVID-19 condition (Long COVID) in the USA (RECOVER-VITAL): A randomised, double-blind, placebo-controlled, phase 2 trial 연구 결과를 게재했다.
이번 연구는 브리검여성병원 및 하버드의대의 린지 R. 베이든(Lindsey R. Baden) 박사를 중심으로 RECOVER-VITAL 임상시험 연구진이 수행했다. 연구에는 미국 내 69개 기관에서 총 959명의 성인이 참여했다.
연구진은 코로나19 감염 후 12주 이상 지속되는 증상을 가진 성인을 대상으로 인지기능 장애(cognitive dysfunction), 자율신경 기능 이상(autonomic dysfunction), 운동능 저하(exercise intolerance) 등 3개 증상 표현형을 평가했다.
참가자는 ▲니르마트렐비르 300㎎+리토나비르 100㎎을 하루 2회 15일간 투여한 뒤 10일간 리토나비르 위약을 투여한 군 ▲같은 용량의 니르마트렐비르-리토나비르를 25일간 투여한 군 ▲25일간 리토나비르 위약을 투여한 대조군으로 무작위 배정됐다.
리토나비르를 위약군에도 투여한 것은 약물 특유의 맛 때문에 참가자가 치료군인지 여부를 알아차리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치료 후 90일 시점에서 증상이 의미 있게 개선된 환자의 비율을 비교한 결과, 세 증상군 모두에서 팍스로비드 투여군과 위약군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인지기능 장애군에서는 25일 치료군의 증상 개선률이 약 53~58% 수준으로 위약군 55%와 차이가 없었다. 자율신경 기능 이상군 역시 치료군 62~70%, 위약군 70%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으며, 운동능 저하군에서도 치료군 25~34%, 위약군 33%로 비슷했다.
연구진이 분석한 보정 차이 역시 인지기능 장애에서는 25일 치료군과 위약군 간 3.2%포인트(p=0.65), 자율신경 기능 이상에서는 -6.4%포인트(p=0.30), 운동능 저하에서는 -7.8%포인트(p=0.19)로 모두 통계적 유의성을 충족하지 못했다. 15일 치료군에서도 유의한 효과는 확인되지 않았다.
주목할 부분은 팍스로비드 투여 여부와 관계없이 상당수 환자가 호전을 보고했다는 점이다.
특히 환자가 직접 작성하는 증상 평가에서는 위약군에서도 높은 개선 비율이 관찰됐다. 반면 실제 운동능이나 수행능력을 평가하는 객관적 지표에서는 상대적으로 개선 폭이 작았다.
연구진은 이 같은 결과가 롱코비드 치료 연구에서 위약 대조군의 중요성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통제되지 않은 관찰연구에서 증상이 좋아졌다는 결과만으로 특정 치료제의 효과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치료 기간을 기존 급성 코로나19 치료보다 크게 늘렸음에도 새로운 안전성 문제는 확인되지 않았다. 치료 관련 이상반응은 위약군에서 58%, 니르마트렐비르-리토나비르 투여군에서 64~66%로 나타났다.
25일간 팍스로비드 치료를 받은 환자에서 일시적인 가벼운 오심과 설사가 다소 증가했지만, 전반적으로 치료는 잘 견딜 수 있는 수준이었다. 연구 기간 중 중대한 이상반응은 42명에서 52건 발생했으며 사망은 보고되지 않았다.
다만, 이번 연구 결과가 롱코비드에서 바이러스 잔존 가능성을 완전히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롱코비드의 발생 기전은 아직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으며, SARS-CoV-2가 감염 이후에도 체내 특정 부위에 남아 낮은 수준의 바이러스 복제를 지속하면서 증상을 유발할 가능성은 주요 가설 가운데 하나다.
연구진은 이번 임상시험이 애초부터 체내 바이러스 잔존이 확인된 환자만을 선별해 치료한 것은 아니라는 점에 주목했다. 실제로 바이러스가 남아 있는 환자라면 항바이러스 치료에 더 잘 반응할 가능성이 있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이러한 환자를 별도로 선별하지 않았다.
또 롱코비드는 단일한 기전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복합적인 질환일 가능성이 있어, 바이러스 잔존이 실제로 확인된 환자에게 니르마트렐비르-리토나비르를 투여했을 때 바이러스 제거와 증상 개선이 동시에 나타나는지는 아직 답을 얻지 못한 상태다.
연구진은 향후 연구에서 치료 시작 전 바이러스 잔존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를 활용하고, 바이러스 잔존이 확인된 환자를 대상으로 항바이러스제의 효과를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더 긴 치료 기간이나 복합 항바이러스 치료 등의 가능성도 추가 연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RECOVER-VITAL 연구는 NIH가 추진하는 대규모 롱코비드 연구 프로젝트인 RECOVER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연구진은 롱코비드의 치료법을 찾기 위해서는 증상 자체뿐 아니라 환자의 임상적 표현형과 잠재적인 질병 기전을 함께 고려한 정교한 임상시험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바이러스 잔존이 확인된 특정 환자군에서 항바이러스 치료가 효과를 보일 가능성까지 배제된 것은 아니어서, 롱코비드의 다양한 병태생리를 구분한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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