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소명의식 내팽개쳤다" 유영하 의원 발언에 의료계 '격앙'
군의관공보의 복무기간 단축을 둘러싼 정치권과 의료계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 유영하 의원(대구 달서구갑)이 군의관공중보건의사(공보의) 복무기간 단축 요구를 소명의식을 내팽개치고 돈을 벌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하자 의료계 단체들이 잇따라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현역병보다 과도하게 긴 복무기간이 군의관공보의 기피와 인력 감소의 주요 원인이라며 유 의원의 발언 철회와 공개 사과, 군 의료 및 공중보건의 제도의 전면적인 개선을 요구했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병의협)는 3일 성명을 통해 유 의원의 발언은 군의관공보의 수급 붕괴의 본질을 외면한 채 정책 실패 책임을 청년 의사들의 직업윤리 문제로 전가하는 행태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앞서 2일 공정한사회를바라는의사들의모임(공의모) 역시 성명을 내고 유 의원이 무책임한 열정페이 논리로 청년들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며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정부 제도 실패를 청년의사 소명의식 탓으로 전가
이번 논란은 유 의원이 지난 8월 31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군의관공보의 복무기간을 24개월로 단축하는 논의와 관련해 의사가 소명의식을 내팽개치고 돈을 벌기 위해 복무기간을 단축해 달라는 주장이라며 국가가 이를 수용해서는 안 된다고 발언하면서 시작됐다.
병의협과 공의모는 현역 사병 복무기간이 18개월까지 단축된 반면, 군의관과 공보의는 훈련기간을 포함해 39개월 동안 복무해야 하는 불균형이 위기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두 단체는 과거에는 장기 복무를 상쇄할 보상이 있었으나 사병 처우가 개선된 현재는 격차가 사라졌다며 청년 의사들이 18개월 현역병을 선택하는 것은 국가가 만든 유인구조에 따른 합리적 결정임에도, 이를 소명의식 부재나 돈 욕심으로 비하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라고 비판했다.
공보의 800명98명 급감현역병 150명2838명폭증...수급 붕괴
군의관과 공보의 자원은 이미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20152022년 매년 500800명 수준이던 신규 공보의 편입 인원은 2024년 249명, 2025년 250명으로 줄었고, 2026년에는 98명으로 급감했다.
군의관공보의 대신 현역병 입대가 폭증했다. 의대생 현역병 입대는 2020년 150명에서 2024년 1363명, 2025년 8월 기준 2838명으로 폭증했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조사 결과, 의대 재학생의 99.0%가 지원 감소 원인으로 긴 복무기간을 지목했다. 복무기간 24개월 단축 시 공보의 복무 의향은 94.7%, 군의관 복무 의향은 92.2%까지 상승했다.
공의모는 이런 경향과 관련해 지난해 새로 임관한 수의장교가 단 한 명도 없었고, 2026년 공중방역수의사는 정원 150명 중 2명에 그쳤으며, ROTC 임관자 역시 5년간 30% 감소했다면서 초급장교와 대체복무 인력 전반의 처우 악화가 불러온 국가적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X-ray 장비 없는 곳 영상의학과 전문의 배치군의료 열악
병의협과 공의모는 군의료 현장이 군의관들의 전문성을 살리기는커녕 방치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병의협은 안과 전문의를 세극등 현미경도 없는 부대에, 영상의학과 전문의는 X-ray 장비조차 없는 곳에, 외과 전문의는 수술을 할 수 없는 곳에 배치하는 등 비효율적인 인력 배치를 반복하고 있다고 군의료 운영 실태를 비판했다.
공의모는 군의관이 할 수 있는 처치는 소독약과 해열진통제 수준이다. 재료와 기구를 요청해도 도착까지 한 세월이 걸린다면서 군은 의사를 배치해두는 것만으로 의료를 제공했다고 여기고, 책임은 배치된 개인에게 남긴다, 군 당국의 무책임 속에 소명의식을 요구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복무기간 24개월 단축군의료 제도개선해야
병의협과 공의모는 군의료 체계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병의협은 한쪽에는 18개월의 선택지를, 다른 쪽에는 사실상 3년이 넘는 선택지를 만들어 놓고 젊은 의사들에게 후자를 선택하지 않는다고 비난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가?라며 군의관공보의 복무기간을 현행 36개월에서 24개월로 단축해 현역병(1821개월)과의 격차를 완화할 것을 주문했다.
아울러 불필요한 군의관 보직을 축소하고 전문성에 맞게 인력을 재배치할 것을 촉구했다.
군의관공보의의 비진료 업무를 줄이고, 군의료와 지역 공공의료 자원을 통합 운영할 것도 제안했다.
자발적 지원을 유도할 수 있도록 장학금 지급과 합리적 처우, 경력 개발을 제공하는 장기적 트랙을 신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병의협과 공의모는 젊은 의사들의 희생에 의존하는 제도는 지속 불가능하다면서 정부와 국회는 정치적 비난을 그만두고 청년의사들이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군의료 제도를 구축하는 데 즉각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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