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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플 플러스

푸른 고요에 우뚝 서다

이영재 기자2026.09.02 11:40

흡입마취제가 쥐 심장 근육 수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던 한 교수는 인터넷 검색 중 우연히 질소마취를 접한다. 수심 40미터 이상 잠수 때 공기통 속 질소에 의해 마취 상태에 이르는 질소마취는 왜 나타날까.

그는 바로 강습을 예약하고 한 달여 교육을 받은 후 잠수자격증을 취득한다. 그의 잠수 편력은 취미 수준을 넘어선다. 스쿠버 다이빙의 표준인 NAUI(National Association of Under Instructors) 자격증을 갖고 있다. 미국에서도 네이비실해안경비구조대 및 기타 잠수관련 특수부대는 모두 NAUI 표준을 교육과정내에 포함할 정도로 공인된 엄격하고 우수한 교육프로그램이다.

스쿠버 다이빙의 세계에 빠져든 지 30여년이다. 바다속에서 그는 시를 짓고 글을 쓴다.

김기준 연세의대 교수(세브란스병원 마취통증의학과)가 수중시화집 푸른 고요에 우뚝 서다를 펴냈다. 시집으로는 착하고 아름다운 사람과 사물에 대한 예의에 이은 세 번째다.

바다는 그에게 삶의 영감을 준다. 푸른 고요 속 마주하는 생명들을 세심히 관찰하고 그들과 공감하며 마음 깊은 교감을 이어간다. 몸과 마음을 온전히 맡긴 채 자연과 우주의 아득함을 깨닫는다.

30여 년 동안 한국의 바다는 물론 필리핀, 몰디브, 인도네시아, 팔라우, 멕시코, 에콰도르, 코스타리카의 바닷속을 주유했다. 그 수많은 이야기들이 잊혀지는 게 아쉬워 시로, 글로 옮긴다.

이번 시집에는 82편의 시와 함께 바닷속 풍경이 그대로 옮겨진다. 사진작가 최성순의 작품이다. 동년배 친구인 그와의 인연도 역시 인도네시아 바다에서 이어졌다.

지난 2021년에 발간한 수중에세이집 그 바닷속 고래상어는 어디로 갔을까(스타북스)에서 시와 사진을 추려내고, 새로운 시와 사진을 추가하면서, 이번 시집에는 온전히 수중시만 담았다.

시의 제목만으로도 바다가 그대로 다가온다.

▲필리핀 - 술루, 자유로운 영혼들의 바다(고래상어/진져 블루/윤슬/잭피시/자유/파랑비늘돔/타이탄 트리거피시/청산나트륨 어획/바다 지렁이의 사랑/해삼/블랙락 포인트) ▲한국 - 삶이 펄떡이는 생명의 바다(중성부력/해난구조대 SSU/거품/그때는 이랬는데/모정/쥐치의 사랑/왕돌등대/광/멍게꽃/가리비/나도 모르게/살파) ▲몰디브 - 인도양, 몽환의 바다(아톨/만타/너스상어/난파선/꽃갯지렁이/제비활치/늑대와 춤을/야간다이빙/대앙흰지느러미상어) ▲인도네시아 - 적도, 별들이 흐르는 바다(촌놈 둘이/남십자성/외로운 바라쿠다/스위립스피시/회초리산호/혹가시산호/갯가재/걸어 다니는 상어/워베공상어/곰치/푸른점가오리/그레이너스상어/저 순둥이를/숙명/산호정원/옹달샘돔/신뢰의 힘/범프헤드앵무물고기) ▲팔라우 - 무지개가 피어나는 바다(블루홀/살며시/크로커다일피시/공생/대왕조개/해마의 사랑/저 여린 것들을/이글레이/사랑은 운명) ▲멕시코 - 노래와 춤, 축제의 바다(스와니 리프/푼타 펀 바하/팡밍/불이(不二)/개구쟁이/날자 날아보자) ▲에콰도르 - 갈라파고스, 태곳적 바다(다윈 아치/부비의 사랑/태양의 아이/여왕의 행차/망치상어/바다이구아나/서젼피시/갈라파고스 가마우지/빨간 입술 박쥐물고기/스톤 스콜피온피시/스팅레이/씬벵이)▲코스타리카 - 코코스, 모험과 탐험의 바다(폭풍 속으로/불가사리/아시스토텔레스의 등불/마블레이/타이거상어).

인간의 몸을 치료하는 의사의 손과 인간의 영혼을 어루만지는 시인의 마음이 한 권에 어우러진다.

깊고 푸른 바다 속 풍경이 어떻게 위로가 되고 감동을 주는지,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게 희망과 꿈이 되는지 이 시화집 속에 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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