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수술 결과 좋지 않다고 과실 추정해선 안돼
수술 결과가 나쁘다는 이유로 의료진의 진료상 과실을 추정해 입증 책임을 지워선 안된다는 항소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북부지법 항소심(제4민사부) 재판부는 A씨가 B대학병원을 운영하는 C학교법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수술 치료상 과실과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해 3800만원을 원고에게 배상하라고 명한 1심 판결을 파기했다.
A씨는 2019년 1월 라오스 여행 중 10m 높이에서 다이빙을 하다 얼굴을 부딪쳐 B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우측 안와하내벽 골절로 진단한 의료진은 일주일 뒤 전신마취 하에 부러진 뼈를 맞추고 인공대체물(메시)을 삽입하는 1차 안와벽재건술을 진행했다. 1차 수술 후 A씨는 극심한 통증과 안구가 제대로 움직이지 않고 사물이 겹쳐 보이는 복시, 시야 일부가 까맣게 보이지 않는 결손 증상을 호소했다. 의료진은 수술 다음 날 오전 CT 촬영을 거쳐 기존보다 크기가 작은 인공대체물로 교체하는 2차 재수술을 시행했다. A씨는 결국 우안 하측 시신경 위축상측 시야 결손안구운동장애 등의 영구 장해를 입게 되자 C학교법인을 상대로 1억 2892만원(위자료 1000만원 포함)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수술 전에는 시력 저하나 시야 결손 증상이 없었는데 1차 수술 시 삽입한 인공대체물의 크기(2515mm)가 너무 커 시신경을 압박해 악 결과(시신경 손상시야 결손 등)를 초래했다고 판단했다. 수술 종료 전 안구 강제당김검사(견인검사) 등을 통해 연부 조직이 끼어있는지, 시신경 압박이나 안구운동장애가 없는지를 철저히 확인했어야 하나, 진료기록부 등에 이를 시행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며 수술 치료상 과실을 인정했다. 1차 수술 직후 환자가 이상 증상을 호소했을 때 시력 및 동공반사 검사와 12시간 간격으로 추적 관찰하고, 조기에 CT 검사를 시행해 응급 재수술을 했어야 함에도 진통제 투여냉찜질 등 보존적 치료만 하다가 다음 날 오전에야 CT를 찍고 오후 4시가 넘어서야 2차 수술을 시행한 것은 피해 확대 방지를 위한 조치를 다하지 못한 처치 지연 과실이라고 판단했다. 아울러 안와벽재건술 시 시신경 손상이나 실명 위험이 0.1%로 희박하더라도, 일단 발생하면 회복할 수 없는 중대한 후유증인 만큼 구체적으로 설명했어야 한다며 환자의 자기결정권 침해를 인정했다. 다만 안와골절 수술이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어려운 수술인 점, 시신경 손상은 진행 속도가 빨라 조기 처치해도 치명적일 수 있는 점, 다이빙 사고라는 최초 외상 자체로 인한 손상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해 병원의 책임을 50%로 제한하면서 일실수입과 치료비에 위자료 500만원을 더해 3827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항소심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수술 중 부러진 뼈를 노출하고 낀 조직을 빼내는 과정에서 안와 내 조직들이 불가피하게 자극을 받아 심한 부종이 생길 수 있고, 다이빙 사고라는 초기 외상으로 인해 이미 광범위한 골절과 안와 탈출이 진행된 상태 자체가 수술적 조작과 맞물려 시신경 손상을 초래했을 개연성이 크다며 악 결과가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의사에게 무과실 입증 책임을 지울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경과 관찰 및 처치 지연에 관한 1심 판단도 뒤집었다. 항소심은 의료진이 1차 수술 직후 진통제를 투여하고 안압 상승을 막기 위해 반좌위 자세를 유지시키며 냉찜질을 하는 등 임상의학 분야에서 요구되는 보존적 치료를 충실히 이행했다고 봤다. 특히 1차 수술 직후에는 통증과 복시 외에 시신경 손상을 확진할 만한 명확한 소견을 발견하기 어려웠으므로, 다음 날 오전 CT 검사를 하고 당일 오후 곧바로 2차 응급수술에 돌입한 조치를 지연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다.
특히 항소심은 대법원 판례를 주된 판단 근거로 들었다. 대법원은 ▲특정한 진료 방법을 선택한 결과가 좋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바로 의료 과실이 있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7년 5월 31일 선고 2005다5867 판결 / 대법원 2013년 4월 26일 선고 2011다29666 판결) ▲막연하게 중한 결과만으로 의사에게 무과실 입증 책임을 떠넘길 수 없다(대법원 2004년 10월 28일 선고 2002다45185 판결 / 대법원 2009년 6월 23일 선고 2006다31436 판결) ▲과실의 존재와 손해 발생의 개연성은 환자가 입증해야 한다(대법원 2023년 8월 31일 선고 2022다219427 판결) 등을 통해 의료과실의 증명 책임과 인과관계 추정에 관한 법리를 확립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를 인용하며 1심을 취소하고, 수술상 과실을 전제로 산정한 일실수입과 기왕치료비 등 재산상 손해배상 청구액을 전부 기각했다.
다만, 수술 전 부작용에 관해 충분한 설명이 부족해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기회를 잃은 점을 참작해 원고가 요구한 위자료 1000만원 중 일부인 300만원을 피고가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아울러 소송 비용의 90%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C학교법인)가 부담토록 했다.
이 판결은 원고와 피고 쌍방이 상고하지 않아 최종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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