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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플 플러스

"노인외래정액제 개선, 이제 답을 찾아야 할 때입니다"

이원용 대한의사협회 노인외래정액제 대응TF 위원(전북특별자치도의사회 보험이사)2026.08.31 08:56
이원용 대한의사협회 노인외래정액제 대응TF 위원br
이원용 대한의사협회 노인외래정액제 대응TF 위원

오늘은 왜 진료비가 더 나와요?

진료실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듣는 질문입니다. 어제와 같은 어르신, 같은 질환, 같은 처방인데 물리치료 한 번, 검사 한 가지가 더해졌다는 이유로 본인부담금이 갑자기 몇 배로 뛰기 때문입니다. 이 질문에 명쾌하게 답하기 어려운 이유는 진료가 잘못되어서도, 청구가 잘못되어서도 아닙니다. 25년 전의 기준에 묶여 있는 제도가 오늘의 진료 현실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25년 동안 멈춰 선 기준금액

노인외래정액제는 1995년 65세 이상 어르신의 외래 진료비 부담을 덜어드리기 위해 도입된 제도입니다. 2018년에는 급격한 본인부담 증가를 완화하기 위해 계단식 정률제로 개편이 이루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제도의 핵심인 정액 본인부담 기준 금액은 2001년 1만5000원으로 조정된 이후 25년 동안 단 한 차례도 변경되지 않았습니다.

그사이 물가도, 인건비도, 진료비도 달라졌습니다. 현재 의원급 초진 진찰료는 1만 8840원으로 이미 기준 금액인 1만 5000원을 넘어섰습니다. 어르신을 진찰만 해도 정액제 구간을 벗어나는 것이 오늘의 현실입니다. 제도의 이름은 정액제이지만, 실제로 정액제가 적용되는 경우를 찾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셈입니다.

금액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입니다

기준금액을 넘어서면 정률제 구간이 적용되어 본인부담금은 진료비의 10~30% 수준까지 늘어납니다. 여기에 물리치료나 검사 등 꼭 필요한 진료가 더해지면 부담은 더 커집니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은 부담이 얼마나 큰가 에만 있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예측 가능성이 사라졌습니다. 어르신 입장에서는 오늘 진료비가 얼마나 나올지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소득이 일정하지 않은 고령층일수록 예측할 수 없는 지출은 그 자체로 부담이 됩니다. 게다가 총 진료비가 기준금액을 몇백 원 넘느냐 마느냐에 따라 본인부담금이 계단처럼 뛰어오르는 이른바 문턱 효과가 발생합니다. 합리적인 진료 결정과는 무관한 지점에서 환자의 부담이 결정되는 구조인 것입니다.

이는 결국 진료 현장의 갈등으로 이어집니다. 예상하지 못한 본인 부담 증가를 두고 접수 창구와 진료실에서 설명과 실랑이가 반복됩니다. 제도가 만들어 낸 문제를 의료기관과 환자가 서로 마주 보며 감당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어르신이 비용 때문에 필요한 진료를 미루는 경우입니다. 이는 개인의 건강 악화로 그치지 않고, 장기적으로는 건강보험 재정에도 결코 유리하지 않습니다.

1000만 명이 당사자인 사회적 제도

2026년을 기준으로 노인외래정액제 적용 대상 어르신은 100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이제 이 제도는 일부 환자군에 관한 세부 규정이 아니라, 국민 다섯 명 중 한 명의 의료 이용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제도라고 보아야 합니다.

이 대목에서 한 가지는 분명히 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노인외래정액제 개선은 수가 인상 요구가 아닙니다. 이 제도는 총 진료비 가운데 환자가 얼마를 부담하는지를 정하는 본인부담 기준에 관한 문제입니다. 의료계의 수익 구조가 아니라 어르신의 주머니 사정과 의료 접근성에 관한 문제라는 뜻입니다. 대한의사협회가 이번에 대국민 서명운동이라는 방식을 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의료계 내부의 요구가 아니라 국민과 함께 제기해야 할 요구이기 때문입니다.

무엇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구체적인 개선안은 현재 협회와 관련 위원회에서 다각도로 검토되고 있습니다. 다만 논의의 큰 방향에는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우선 기준금액을 현재의 진료비 수준과 고령층의 실제 의료 이용 실태에 맞게 현실화하는 일이 시급합니다. 그러나 한 번 올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진찰료 등 실제 진료비의 변동에 기준금액이 연동되도록 설계해야 25년 동결과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습니다. 이와 함께 정률 구간을 세분화하고 초입 구간의 본인부담률을 조정해, 진료비가 조금 늘었다고 부담이 급증하는 문턱을 완만하게 만드는 방안도 검토될 필요가 있습니다. 연령대별 차등 적용과 같은 사안은 재정 추계와 사회적 합의를 거쳐 단계적으로 논의할 중장기 과제일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 논의가 얼마를 올려 달라는 요구를 넘어, 제도가 도입 취지대로 작동하도록 구조를 다시 설계하자는 제안이라는 점입니다. 재정 중립성과 실현 가능성을 함께 제시할 수 있어야 정부와 국회를 설득할 수 있습니다.

진료실에서 시작되는 일

대한의사협회는 9월15일까지 노인외래정액제 현실화를 위한 대국민 서명운동을 진행합니다. 취합된 서명은 정부와 국회에 제도 개선을 건의하는 근거로 활용될 예정입니다.

회원 여러분께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그리 거창한 일이 아닙니다. 서명지와 포스터를 진료실과 대기실에 비치해 주시는 것, 그리고 오늘 진료비가 왜 더 나왔는지를 어르신께 짧게 설명해 드리는 것입니다. 어르신들이 가장 먼저, 가장 자주 마주하는 의료기관이 바로 우리 의원입니다. 그 한 분의 설명이 이 제도의 문제를 알리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자, 어르신들이 스스로 제도의 당사자로서 목소리를 내시게 하는 출발점이 됩니다.

최근 일부 시도의사회에서는 지역 노인회를 직접 방문해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등 지역사회와 손을 잡는 사례도 나오고 있습니다. 어르신 단체와 지역 복지기관, 지역 언론과의 접점이 하나둘 모이면 여론의 무게는 분명히 달라질 것입니다.

제도는 시대를 따라가야 합니다. 25년 전의 숫자로 오늘의 진료를 감당하라는 것은 어르신께도, 의료기관에도 무리한 요구입니다. 노인외래정액제 개선은 진료실의 갈등을 줄이는 일인 동시에, 1000만 어르신이 비용 걱정 없이 제때 진료받으실 수 있도록 하는 일입니다. 회원 여러분의 관심과 참여가 이번 논의의 가장 큰 힘이 되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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