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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혁신위 권고안, 본문보다 각주가 무거웠다

조원영 대한내과의사회 총무이사2026.08.28 17:58
ⓒ의협신문
조원영 대한내과의사회 총무이사

지난 8월 27일 의료혁신위원회는 초고령사회 대응 예방적 보건의료체계 구축을 위한 지역보건일차의료 혁신 권고안을 심의했다. 표지에는 예방과 지역사회라는, 반대하기 어려운 단어들이 놓여 있다. 나도 반대하지 않는다. 노쇠와 복합만성질환, 다제약물 문제를 매일 진료실에서 마주하는 사람으로서, 그 방향은 오히려 늦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방향이 아니라 문서의 안쪽에 있다. 권고안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면서 나는 본문보다 각주에서 더 자주 멈췄다.

각주 한 줄이 의료의 범위를 바꿨다

재택의료 항목에 이런 각주가 달려 있다. 방문진료, 재택의료센터, 재택간호, 가정간호, 방문건강관리 등 집에서 이루어지는 의료를 통칭. 무심히 지나가기 쉬운 한 줄이다. 그러나 방문건강관리는 보건소 간호인력이 의사의 진단이나 지시 없이 수행해 온 보건사업이다. 지금까지 어떤 법령도 이를 의료라 부르지 않았다. 그 사업이 각주 한 줄로 의료가 됐다.

각주에서 그쳤다면 용어 정리의 부주의로 넘길 수도 있다. 그런데 본문이 이어받는다. 재택의료를 보편적 일차의료 서비스로 자리매김하고, 분절된 서비스들을 통합 운영하겠다고 한다. 순서를 다시 보자. 각주가 방문건강관리를 의료에 편입시키고, 본문이 그 의료를 보편적 일차의료로 격상하고, 마지막으로 하나로 통합한다. 세 단계를 통과하고 나면 의사의 지시 밖에서 이루어지는 방문서비스가 일차의료의 지위를 얻는다.

이 문서 어디에도 일차의료가 무엇인지에 대한 정의는 없다. 정의는 보건의료기본법 또는 별도 법률에 규정하겠다며 뒤로 미뤄 놓았다. 그런데 무엇이 일차의료에 포함되는지는 각주가 이미 정해 두었다. 정의는 비어 있는데 범위는 확장되어 있는 문서를, 나는 처음 본다.

수행할 사람들을 빼놓고 설계된 제도가 어떤 경로를 밟는지 우리는 여러 번 보았다. 성과 검증이 끝나기 전에 본사업으로 전환된 시범사업들, 현장과의 협의 없이 시행된 뒤 유예와 보완을 반복한 사업들. 그때마다 비용은 제도가 아니라 환자와 현장이 치렀다. 의사를 배제하고 설계해서 좋아진 제도가 있었다면 하나라도 듣고 싶다.

도입 권고 없는 등록, 감시 장치는 먼저 설계됐다

등록이라는 단어 앞에서도 오래 멈췄다. 고난도 환자 지원 항목의 각주에는 세 가지가 나란히 적혀 있다. 위험도 보정에 기반해 고난도 환자를 등록하면 수가를 상향하고, 등록관리 비율을 기관 질 평가 지표에 반영하며, 등록 회피를 모니터링한다. 첫 항목만 보면 인센티브다.

그러나 등록률이 평가지표가 되고 회피가 감시 대상이 되는 순간, 등록은 선택이 아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문서 어디에도 환자 등록제를 도입하겠다는 권고가 없다는 것이다. 제도의 도입은 묻지 않은 채, 불응을 감시하는 장치부터 설계됐다.

등록이 왜 중요한가. 등록 명부는 인두제의 기술적 전제이기 때문이다. 지불제도를 바꾸겠다는 말은 이 문서에 없다. 그 말이 없다는 것이 안심할 이유는 되지 못한다. 명부가 완성된 뒤에 지불 방식을 바꾸는 것은 스위치를 올리는 일에 가깝다. 등록과 지불제도는 별개라고 답할 수 있을 것이다. 별개라면 되묻고 싶다. 지불제도 논의가 시작되지도 않은 시점에, 회피 감시까지 미리 설계해 둘 이유가 무엇인가.

정보 항목도 그냥 넘기기 어렵다. 권고안은 통합정보시스템을 환자 동의에 기반하여 운영한다고 밝히면서, 같은 시스템의 용도로 대상자 발굴을 명시했다. 발굴은 정의상 동의 이전의 행위다. 아직 어떤 서비스에도 동의하지 않은 주민의 데이터를 살펴 대상자를 찾아내는 것이 발굴이다. 동의 기반이라는 원칙과 발굴이라는 기능은 같은 문단 안에서 양립하지 않는다. 이 설계가 성립하려면 동의 이전 단계의 정보 조회를 허용하는 별도의 법적 근거가 필요한데, 권고안은 그에 대해 침묵한다.

작은 것들도 있다. 의료취약지 의사 인력 공급을 지역의사 배치와 연계한다고 했다. 지역의사제는 아직 입법이 끝나지 않았고, 지금 당장 통과되더라도 첫 의사가 현장에 나오는 것은 10년 뒤다. 그 10년의 공백을 어떻게 메울지는 적혀 있지 않다. 시작도 하지 않은 지역사회 일차의료 혁신 시범사업에는 벌써 기관 중심이 아닌 지역사회 중심으로 수행하라는 권고가 붙었다. 시범사업으로 검증한 뒤 확산한다는 것은 정부 스스로 지켜 온 원칙이다. 공모요강을 읽고 신청서를 낸 의료기관들에게, 시행 전의 틀 변경 권고는 어떤 신호가 되겠는가.

주민들 가까이가 순화된 표현이 아니기를 바란다

권고안의 대외 요약본에서는 본문의 지역 완결적으로 해결이라는 표현이 주민들 가까이에서 해결로 바뀌어 실렸다. 다듬어진 것이기를 바란다. 표현만 순화한 것이 아니라 내용을 그렇게 확정한 것이기를 바란다. 주민이 어디에서 진료받을지는 주민이 정한다는 원칙이 본문과 요약본, 그리고 앞으로 나올 법령에서 같은 문장으로 확인된다면, 나는 이 권고안의 많은 부분에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다.

첫 단추는 어렵지 않다. 일차의료의 정의와 기관, 인력을 법에 담기 전에, 그 정의 속에서 살아갈 사람들과 마주 앉으면 된다. 각주는 마주 앉은 자리에서 함께 읽을 때 오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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