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협상은 집행부가, 최종 결정은 회원이 해야 한다
의료계는 지금 어느 때보다 중요한 협상의 한가운데에 있다. 매년 반복되는 수가협상은 물론이고, 의료기관의 경영과 존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제도와 법률을 둘러싼 협상도 계속되고 있다.
특히 최근 논의되고 있는 수탁검사 관리와 관련된 제도 변화는 단순한 행정절차의 문제가 아니다. 의료기관의 수익구조와 검사 운영 방식, 나아가 일부 의료기관의 존립 자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다. 실제 현장에서는 제도 변화의 결과에 따라 폐업까지 고민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한 가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이처럼 회원들의 생존과 권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협상 결과를 과연 집행부가 최종적으로 결정해도 되는 것인가?
최근 SK하이닉스 노조의 사례는 이 질문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노조 집행부가 회사와 협상을 진행하더라도 최종 합의안에 대해서는 조합원들이 찬반투표를 통해 수용 여부를 결정한다. 협상의 전문성과 신속성은 집행부에 맡기되, 최종적인 선택은 조합원에게 돌려주는 방식이다.
의료계 역시 이와 같은 원칙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물론 의협과 노동조합은 법적 성격과 의사결정 구조가 다르다. 따라서 두 조직을 그대로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회원의 권익을 대표하는 조직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중요한 공통점이 있다.
대표자는 회원을 대신해 협상할 권한을 위임받았지만, 그 위임이 모든 사안에 대한 무제한적인 최종 결정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수가협상처럼 매년 반복되고 회원 전체의 경제적 이해관계에 직접 연결되는 사안, 또는 수탁검사 관리와 같이 의료기관의 경영환경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중대한 제도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협상 과정까지 회원들에게 일일이 공개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협상에는 전략과 기밀성이 필요하다. 집행부가 전문가들과 함께 정부와 협상하고 필요한 경우 신속하게 판단하는 것은 당연히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최종 결과가 나왔을 때는 이야기가 달라져야 한다.
최종 합의안의 내용과 그에 따른 장단점, 회원에게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설명한 뒤 회원들에게 찬반을 묻는 것이다.
즉,
협상은 집행부가 한다. 그러나 최종 결정은 회원이 한다.
이 원칙을 도입하자는 것이다.
최근 수탁검사 관리 제도 개편 등 현안과 관련해 지역 의사회 등 현장에서 최종 합의안에 대한 전회원 투표를 실시하라는 목소리가 공식 제기된 바 있다. 특정 사안에 대한 찬반을 떠나, 회원의 생존과 권익에 직결된 이슈에서 회원에게 최종 의사를 물을 기회를 요구하는 현장의 목소리는 오늘날 의료계가 지향해야 할 대표성과 민주성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의협의 존재 이유는 집행부의 권한을 강화하는 데 있지 않다. 회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회원들의 뜻을 하나로 모아 정부와 사회를 상대로 협상하는 데 있다.
그렇다면 중요한 협상일수록 오히려 회원의 동의를 얻는 것이 집행부의 힘을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강화하는 길이 될 수 있다.
정부와 협상하는 집행부가 이 합의안은 회원들의 동의를 받았다고 말할 수 있다면 협상력은 오히려 커질 수 있다. 반대로 회원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결과를 집행부가 일방적으로 수용한다면 내부 갈등과 불신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모든 협상에 전회원 투표를 요구할 필요는 없다. 일상적인 행정이나 경미한 정책 결정까지 회원투표에 부칠 이유도 없다.
대신 일정한 기준을 정하면 된다.
예를 들어 수가체계의 중대한 변경, 의료기관의 경영과 존립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법제도에 대한 최종 합의, 회원의 경제적 권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협상 결과 등에 대해서는 전회원 투표를 거치도록 하는 것이다.
이것은 특정 집행부를 비판하기 위한 제도가 아니다. 앞으로 어떤 집행부가 들어서더라도 적용되는 의료계의 새로운 거버넌스 원칙을 만들자는 제안이다.
의료계가 정부와 협상할 때 회원에게 우리에게 맡겨달라고 요구해왔다면, 협상이 끝난 뒤에는 회원에게 이 결과를 받아들일 것인가를 물을 수 있어야 한다.
이제는 의협의 의사결정 구조도 시대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
집행부에게 협상의 권한을 주되, 회원에게 최종 결정권을 돌려주는 것.
그것이야말로 회원의 신뢰를 회복하고, 의협의 대표성을 강화하며, 앞으로 더욱 복잡해질 의료정책 협상에서 의료계 전체의 힘을 하나로 모으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협상은 전문가에게 맡길 수 있다.
그러나 의료계의 운명을 결정하는 마지막 선택만큼은 회원의 몫이어야 한다.
* 칼럼과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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