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ERCP 시술 때 급성 췌장염 발생만으로 배상책임 못물어
내시경적 역행성 담췌관 조영술(ERCP) 시술을 받은 뒤 급성 췌장염과 패혈성 쇼크로 사망한 환자의 유족이 대학병원을 상대로 4억 7000만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에 이어 최근 열린 항소심에서도 기각됐다.
서울고등법원 제17-3민사부는 최근 망인 G씨의 유족(배우자 A씨, 자녀 BC씨)과 국민연금공단이 D학교법인(F병원 운영)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사건은 2021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망인 G씨는 갑작스러운 상복부 통증으로 F병원 응급실에 내원해 원위부 총담관 담석 소견을 받고 7월 22일 내시경적 역행성 담췌관 조영술(ERCP) 및 내시경적 췌관유두 괄약근 절개술(EPSTEST)을 받았다.
시술 직후 G씨에게 심한 복통과 함께 췌장 효소 수치 상승 등 급성 췌장염 증상이 나타났다. 의료진은 금식수액 투여단백분해효소 억제제 처방 등 보존적 치료를 시행했으나, 경과 관찰 중 복강 내 다발성 액체 저류와 췌장 거짓낭이 형성됐으며, 대장균 및 반코마이신 내성 장알균(VRE) 감염이 확인됐다.
의료진은 8월 3일 항생제 메로페넴을 투여하고, 8월 17일 경피적 배액술(PCD)을 시행했다. 8월 26일에는 항생제를 페넴으로 변경했다. G씨는 9월 6일 발열과 혈압 저하 등 패혈증 의증 증상이 나타나 중환자실 집중치료를 받았다. 유족은 9월 7일 전원을 요청, J병원으로 전원했다. G씨는 J병원에서 췌장 괴사 부분절제술 등을 받았으나 끝내 상태가 악화돼 2021년 12월 18일 패혈성 쇼크로 사망했다.
유족 측은 ▲ERCP 시술상 과실 ▲급성 췌장염 조기 진단 지연 ▲부적절한 식이 진행 및 배액술개복술 지연 ▲VRE 병원 감염 관리 소홀 ▲설명의무 위반 등을 주장하며 일실수입치료비위자료 등 총 4억 7632만원을 배상하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국민연금공단은 D학교법인에 유족연금을 배상하라며 승계참가인으로 소송에 합류했다.
1심 재판부는 2024년 11월 13일 유족과 국민연금공단의 청구를 기각했다. 1심 재판부는 급성 췌장염은 ERCP 시술 시 최선의 조치를 다하더라도 발생할 수 있는 주요 합병증이라며 시술이 20분 만에 정상적으로 종료됐고 과도한 삽관이나 조영제 주입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배액술 시점이나 항생제 투여, 식이 재개 등도 합리적 재량 범위 내에서 적절히 이뤄졌다고 보았다.
유족 측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항소심 과정에서 유족은 1심에서 주장한 시술상 과실과 진단 지연을 철회하고, 항생제 투여 적정성과 패혈성 쇼크 발생 시 전원 지연 과실을 집중 주장했다.
2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대부분 인용하면서 유족의 주장을 배척했다. 2심 재판부는 VRE 감염 치료와 관련해 8월 25일 VRE 균 배양 확인 후 감수성이 있는 이미페넴으로 항생제를 변경했고, 이후 시행한 직장 면봉 채취 및 복강액 배양 검사에서 VRE 균이 더 이상 검출되지 않았다며 리네졸리드 대신 이미페넴을 투여한 것은 의료진의 합리적 재량 범위 내에 있다고 판시했다.
패혈성 쇼크 발생 및 전원 지연 주장에 대해서도 당시 의료진이 중환자실 이송, 승압제 투여, 산소 공급 등 필요한 응급처치를 신속히 시행해 다음 날 활력징후가 안정화됐다며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유족 측은 2심 판결에 불복, 대법원에 상소장을 제출했다. 최종심인 대법원이 시술 후 발생한 합병증과 의료진의 치료 재량 행위를 비롯해 병원 내 감염 관리의 법적 책임을 다툰 이번 사건에 어떤 결론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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