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척추 수술 후 장루 장애…9억원대 소송 결과는?
척추수술을 받은 뒤 직장 천공이 발생해 영구적인 장루 장애를 입었다며 대학병원 운영 재단을 상대로 9억원대 손해배상을 청구한 환자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패소했다. 법원은 의료진의 수술과 수술 후 치료 과정이 임상의학 수준에 부합하며, 직장 천공 장애는 환자의 기왕증에 의한 영향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부산고등법원 제2-2민사부는 A씨가 낸 항소와 당심에서 9억 4191만원으로 확장한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소송비용도 모두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다.
A씨는 2022년 1월 12일 척수병증을 치료하기 위해 C병원에 입원, 2월 3일 흉추12-요추1 후궁 완전 절제술 및 추체간 유합술을 받았다. 수술 후 A씨의 염증 지표인 C-반응성 단백(CRP) 수치가 급상승하자 의료진은 2월 7일 비뇨의학과 협진, 2월 10일 타박탐 투여, 2월 15일 류마티스내과 협진 등 감염 원인을 찾았다. CRP 수치는 2월 10일 21.52, 2월 13일 19.67로 치솟았다. 3월 2일 감염내과 자문을 거쳐 항생제 반코마이신과 메로페넴을 함께 투여했다. 3월 4일 복부골반 CT 검사에서 항문 주위 농양과 염증, 대변매복 소견이 확인되자 3월 8일부터 약 6차례에 걸쳐 대장항문외과 협진을 실시했다. 3월 29일 농양 파열로 직장과 피부가 연결되는 치루가 발생하자 대장항문외과 전문의 D씨가 세톤(농 배액관) 치료를 시행했다. C병원은 전반적인 CRP 수치가 감소세를 보이던 4월 1일 A씨를 재활전문병원인 E병원으로 전원 조치했다.
E병원 의료진은 메펨과 반토마이신 등 항생제를 투약하며 치료를 진행하다 사흘 뒤인 4월 4일 전문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 F병원으로 전원했다. F병원 응급실에서 시행한 복부 CT 검사에서 직장 천공 및 상처 부위로의 변 배출이 관찰됐다. F병원 의료진은 욕창 부위를 뚫어 다량의 변을 짜냈고, 4월 5일 직장 천공 치료를 위한 결장루 형성술을 진행했다. 4월 6일, 4월 13일, 4월 26일, 5월 2일 등 4차례에 걸쳐 세척 및 변연절제술을, 5월 19일 상처봉합술, 7월 1일 천추부 골수염에 대한 부분 골절제술 및 근육피부피판을 이용한 욕창재건술 등을 실시했다.
A씨는 10월 13일 F병원에서 퇴원했으며, 장애인복지법에 따른 장애정도결정을 통해 심하지 않은 장루 장애와 함께 심한 하지기능 장애척추 장애 판정을 받았다.
A씨는 C병원 의료진이 적절한 검사 없이 치료 효과가 없거나 승인받지 않은 항생제를 오남용하고, 대변매복 방치 및 I/O(섭취배설량) 모니터링 중단 등 진료를 소홀히 했다고 주장했다. 전원 시 요양급여회송서에 핵심 병력을 누락, 직장 천공패혈증영구 장루 장애를 유발하고, 수술 전 직장 천공이나 장루 가능성 등 합병증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며 치료비개호비위자료 등 총 9억 4191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항생제 오남용과 관련해 의료진이 과용량의 항생제를 원고에게 투여했다거나 증상의 발현이나 악화에 대한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항생제 투여는 당시 임상 수준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CT 검사 당시 직장 천공이 발생하지 않은 상태였고, 세톤 치료 등 적절한 처치가 이뤄졌다면서 장애의 원인은 A씨가 수술 전부터 기왕증으로 앓던 마미총증후군에 따른 대소변장애의 영향이 100%라는 신체감정 결과에 무게를 실었다. 직장 천공 역시 C병원 퇴원 이후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고, 전원 회송서 작성이나 설명의무에도 과실이 없다고 판시했다.
2심 재판부는 병원 의료진의 진료상 과실 여부를 판단하면서 대법원 판례를 통해 확립한 3가지 법리를 제시했다.
먼저 의사의 주의의무 기준 및 치료법 선택의 재량권 법리(대법원 2002다45185, 2022다264434 판결 등)를 통해 의사가 당시 의료 수준에 비추어 최선의 조치를 다해야 하지만, 생각할 수 있는 몇 가지 합리적인 조치 중 어떠한 방식을 선택할지는 의사의 재량 범위에 속한다면서 수술 후 CRP 수치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감수성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광범위 항생제를 투여하고 세톤 치료를 시행한 피고 병원 의료진의 판단이 의학적 재량권 내의 적절한 처치였다고 평가했다.
인과관계 추정 및 증명책임 완화의 한계 법리(대법원 2022다219427 판결 등)를 제시한 부산고법은 환자 측이 임상의학 수준의 과실과 손해 발생 사이의 개연성을 입증하면 과실과 손해 간 인과관계가 추정되어 증명책임이 완화된다면서 다만 이때의 손해 발생 개연성은 막연한 가능성에 그쳐서는 안 되며 의학적 원리에 부합해야 한다고 한계를 명시했다. 재판부는 항생제 투여나 진료 소홀이 장루 장애를 유발했다는 A씨 측 주장이 막연한 가능성에 불과하다며 이 사건 증상의 원인은 A씨의 기왕증(마미총증후군에 따른 대소변장애)에 의한 영향이 100%라는 신체감정의 회신 결과를 채택해 인과관계를 부정했다.
부산고법은 의료상 과실 자체에 대한 환자 측의 입증책임 법리(대법원 2001다20127, 2005다41863 판결 등)를 들면서 증명책임이 완화되더라도 일련의 의료행위 과정에서 의료상 과실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는 환자 측이 증명해야 하며, 의사에게 무과실의 증명책임을 지우는 것까지 허용되지는 않는다며 A씨 측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항생제 오남용, 의무기록 위변조, 진료 방치 등 객관적인 의료 과실이 존재함을 입증하기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1심에서 4억 7095만원을 청구했다가 패소한 뒤 2심에서 청구액을 9억 4191만원으로 대폭 확장한 A씨는 항소심 판결에 불복, 지난 8월 18일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법원은 척수 수술 후 이뤄진 단계별 처치에 대한 원심의 법리 적용과 주의의무설명의무 위반 판단 과정에 법리 오해나 채증법칙 위반 등을 최종 심리할 예정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