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후 더 많은 서비스를 이용해보세요

닥플 플러스

"출생아 7년 만 최대" 산부인과·소청과는 왜 웃지 못하나

홍완기 기자2026.08.25 13:43
[이미지=freepik] ⓒ의협신문
[이미지=freepik] ⓒ의협신문

우리나라 출생아 수가 7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오랜 기간 이어진 저출생의 터널에서 벗어나는 신호라는 점에서 반가운 소식이지만, 정작 출산 현장을 지키는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은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고 지적한다.

출생아 증가를 이끈 것이 아이를 낳고 키우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진 결과라기보다, 출산 연령대에 진입한 인구 자체가 일시적으로 늘어난 데 따른 현상일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출생아를 받아낼 분만 인프라와 아이들의 건강을 책임질 소아의료 체계는 오히려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 출산율 반등을 반길수록 역설적으로 지금의 의료육아 환경을 서둘러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의학채널 유튜브 산소형제TV의 이재일 산부인과 전문의와 이재현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최근 출생아 수 증가 현상을 두고 지금은 숨통이 트인 정도로 봐야 한다며 출산율 반등을 낙관하기에는 이르다고 진단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6년 5월 잠정 출생아 수는 2만 3160명으로, 전년 같은 달보다 13.5% 증가했다. 2019년 이후 7년 만에 가장 많은 수준이다. 합계출산율 역시 0.9명대를 바라보는 상황이다.

하지만 두 전문의는 최근 출생아 증가를 정부의 저출산 정책 효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최근 저출산 대책이 많이 나오고 아빠들의 출산휴가나 육아 참여 환경도 좋아지고 있지만, 그것 때문에 갑자기 출생아 수가 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출산하려는 성향 자체가 크게 달라졌다기보다 아기를 낳을 사람이 일시적으로 늘어난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배경으로 꼽은 것은 이른바 에코붐 세대다.

2차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로 분류되는 1991~1995년생이 결혼과 출산 연령대에 진입하면서 출생아 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즉 출산율이 크게 개선됐다기보다 출산할 수 있는 연령대 인구의 규모가 일시적으로 커진 것이라는 설명이다. 문제는 이 세대가 지나간 뒤다.

이재일 전문의는 90년대생들이 마지막 희망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며 그 뒤에는 출산 연령대 인구가 급격히 줄어드는 절벽이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출생아 수가 반등하는 지금 오히려 정책을 강화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반등을 저출산 정책의 성공으로 오인해 지원을 축소하거나 정책 방향을 바꿔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재현 전문의는 자칫 정부 정책이 성공했다고 착각할 수 있다며 지금 주는 지원을 줄이거나 다른 형태로 전환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정책을 강화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아이를 한 명 낳는 가정이 두 명을 낳고, 주변에서 출산을 포기했던 사람도 나도 아이를 낳아볼까라고 생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다.그러나 현실의 육아 환경은 출생아 증가와 반대로 움직이는 모습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어린이집이다. 이재일이재현 전문의는 최근 반년 사이 어린이집 약 982곳이 문을 닫았다는 점을 언급하며, 출생아 수가 늘어나는 상황에서도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기반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유아 건강검진 역시 마찬가지다. 검진을 받을 수 있는 의료기관이 제한적이다 보니 일부 병원에 수요가 몰리고, 부모들이 새벽부터 줄을 서거나 이른바 오픈런을 해야 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재현 전문의는 영유아 건강검진 자체는 중요한 제도지만, 현재의 보상체계와 진료환경에서는 의료기관이 충분한 시간을 들여 검진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영유아 검진은 단순히 신체 계측만 하는 것이 아니라 발달 상태를 확인하고 부모에게 육아와 건강에 대한 상담까지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같은 시간에 일반 진료를 하는 편이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다.

결국 부모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서비스지만 의료기관에는 충분한 보상이 돌아가지 않는 구조적 문제가 발생한다.

이재현 전문의는 영유아 검진은 수가가 낮은 데다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며 상담에 대한 별도 보상 등을 포함해 의료기관이 제대로 검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모든 아이가 반드시 대면 검진을 받아야 하는 것처럼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는 것도 문제로 지적했다.

대부분의 아이가 정상 범위에 속하는 만큼 육아종합지원센터 등 지역사회의 상담 자원과 의료기관의 역할을 적절하게 분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료기관이 정말 의료적 평가가 필요한 아이에게 충분한 시간을 쓸 수 있도록 시스템을 재설계해야 한다는 취지다.

(왼쪽부터) 이재일 산부인과 전문의와 이재현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사진 출처=유튜브 산소형제TV] ⓒ의협신문
(왼쪽부터) 이재일 산부인과 전문의와 이재현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사진 출처=유튜브 산소형제TV] ⓒ의협신문

무엇보다 두 전문의가 우려한 것은 분만과 신생아 의료 인프라다.

출생아 수가 늘어나는데 정작 분만을 담당할 병원은 줄어들고 있고, 산부인과 전문의 역시 감소하고 있다. 신생아 중환자실뿐 아니라 소아외과소아심장과 등 중증 신생아와 소아를 치료할 수 있는 배후진료 체계까지 약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재일 전문의는 분만 환경이 점점 나빠지고 있는데 출산율이 올라가는 것이 오히려 걱정해야 할 부분이라며 분만 병원이 줄고 전문의도 줄어들면서 신생아 중환자실과 소아외과, 소아심장과 등 배후진료 인프라가 도미노처럼 무너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출산율이 올라가는 것과 아이를 안전하게 출산하고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의미다.

주거비와 양육비 부담 역시 여전히 출산을 가로막는 핵심 요인으로 꼽혔다. 출산 이후 안정적으로 거주할 집을 마련하는 것부터 쉽지 않은 데다 자녀를 키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 역시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결국 출산율 반등을 지속 가능한 추세로 만들기 위해서는 단순히 출산 장려금을 지급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주거돌봄교육과 함께 분만과 소아의료라는 의료 안전망까지 함께 구축해야 한다.

두 전문의가 강조하는 것은 출산율 숫자 자체에 매몰돼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이재현 전문의는 출산율을 1에서 2로 만드는 것은 지원만 하면 될 수 있지만, 0에서 1을 만드는 것이 훨씬 어렵다며 좋은 환경을 만들어 한 아이를 낳으려던 사람이 두 아이를 낳고, 주변에서 출산을 포기했던 사람도 다시 출산을 생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생아 수가 늘었다는 사실은 분명 반가운 변화다. 하지만 그것이 지속적인 출산율 상승의 출발점인지,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일시적 반등인지는 아직 지켜봐야 한다는 조언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반등의 원인을 냉정하게 분석하고, 출산을 선택한 가정이 실제로 아이를 안전하게 낳고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라는 진단이기도 하다.

이재일 전문의는 출생아 수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여기서 정책적으로 삐끗하면 다음 세대는 다시 무너질 수밖에 없다며 출산은 누군가 강요해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만큼, 결국 부모들이 아이를 낳고 낳길 잘했다고 느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댓글 0

    많이 본 뉴스

    • (주)이노케어플러스대표자: 진현준
    • 서울특별시 마포구 백범로31길 21, 서울창업허브 본관 415호사업자 등록번호: 748-87-03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