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한약사, 처방전 없이 한약제제 판매 후 급여 청구 '부당'
한의사의 처방 없이 한약제제를 판매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해 지급받은 한약사에 대한 환수 처분이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한약국(약국)은 현행 건강보험 법령과 고시상 한약제제의 급여비용을 산정할 수 있는 한방요양기관에 해당하지 않아 급여를 청구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특히 건강보험 급여는 진단을 토대로 의학적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 실시돼야 한다는 원칙을 근거로, 약사법상 한약사의 조제가 허용되는지와 건강보험상 요양급여 대상인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는 최근 한약사 A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급여비용 환수 고지 처분 취소 소송(2025구합54521)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소송비용도 원고가 부담하라고 판결했다.
B한약국을 운영하는 한약사인 A씨는 한의사의 처방전 없이 일반의약품 한약제제인 한신연교패독산연조엑스와 한신형개연교탕을 고객에게 판매한 뒤 약가와 행위료 등 5만 10원을 청구해 지급받았다.
그러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해당 요양급여비용이 지급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고, 건보공단은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1항에 따라 소득세 등을 공제한 4만 8360원을 현금으로 납부하라고 통보했다. A씨는 환수 고지 처분에 불복,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한약사는 대학 한약학과를 졸업하고 한약학 학사학위 취득 후,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이 주관하는 한약사 국가시험에 합격해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면허를 받아야 한다. 한약사는 약사법 제2조 제2호에 따라 한약과 한약제제에 관한 약사(藥事) 업무를 담당한다.
현행 약사법 제1항은 약사 및 한약사가 아니면 의약품을 조제할 수 없으며, 약사 및 한약사는 각각 면허 범위에서 의약품을 조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약사법 제20조 제1항은 약사 또는 한약사가 아니면 약국을 개설할 수 없다로, 약사법 제50조 제4항은 약국개설자는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처방전이 없이 일반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다로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A씨의 판매 행위가 약사법상 조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현행 약사법 제23조 제6항에 따라 한약사가 한약을 조제할 때에는 한의사의 처방전에 따라야 한다. 다만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하는 한약 처방의 종류 및 조제방법에 따라 조제할 때는 한의사의 처방전 없이도 조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A씨가 판매한 한약제제는 제조업자가 일정 분량으로 포장한 완제품으로, 이를 포장 상태 그대로 판매한 것은 단순 판매일 뿐 조제로 평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국민건강보험법과 건강보험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에서 약제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요양급여 대상으로 결정고시하면 급여대상이다. 하지만 급여 목록에 포함된 일반의약품이라도 조제에 의하지 않고 지급하는 경우에는 비급여대상이다.
재판부는 설령 A씨가 한약제제를 조제했다고 하더라도 건강보험 급여대상으로 볼 수 없다면서 한약제제 급여목록 및 상한금액표 제3조 제1항은 한약제제의 약가를 요양급여비용으로 산정할 수 있는 주체를 한방요양기관(한의원한방병원국립병원 한방진료부보건의료원 한방과)으로 제한하고 있다. 한약사가 한약제제를 조제판매하고 그 약가나 행위료를 건강보험으로 지급받을 수 있는 명시적인 수가 체계나 법적 근거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약사와 한약사 간의 건강보험 급여상 형평성 문제도 주요 판단 근거로 꼽았다.
재판부는 약사가 의사치과의사의 처방전 없이 일반의약품을 조제하면 비급여 대상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한약사 역시 한의사의 진단과 처방 없이 일반의약품을 조제판매했다면 요양급여 대상이 되는 약사법에 따른 조제로 평가할 수 없다며 약사법상 한약사의 일반적인 조제권이 인정된다는 사정만으로 한의사의 처방 없이 이루어진 조제까지 모두 급여 대상이 된다고 해석하면 약사와 한약사 간 형평에 반한다고 설명했다.
현행 급여 수가체계상 약제와 관련한 요양급여행위는 약사가 의사치과의사의 처방에 따라 약국에서 조제하거나, 한방의료기관이 한의사의 처방에 따라 조제하는 경우 등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한약사가 약국에서 한의사 처방 없이 한약제제를 판매조제하고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해 지급받은 것은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비용을 받은 경우에 해당한다며 건보공단의 환수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A씨의 항소 여부는 20일 현재 확인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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