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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플 플러스

환자단체가 본 '응급실 미수용' 정당한 거부 기준, 어디까지?

홍완기 기자2026.08.19 18:28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  박성민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 ⓒ의협신문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 박성민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 ⓒ의협신문

응급환자를 살리기 위해 의료인이 적극적으로 진료에 나설 수 있도록 형사책임 부담을 낮추는 동시에, 응급실의 환자 수용 거부를 둘러싼 정당한 사유는 최소한의 기준만 법률에 담아야 한다는 의견이 국회 토론회에서 제시됐다.

특히 응급의료 과정에서 발생한 사망에 대해서도 의료인의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다면 형사책임을 필요적으로 면제해야 한다는 데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반면 응급환자 수용 거부가 가능한 정당한 사유를 어디까지 법률에 명시할지를 놓고는 시각차가 나타났다. 인력시설 부족처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사유는 법제화할 수 있지만, 배후진료가 어렵거나 향후 병상 부족이 예상된다는 사정까지 일률적으로 수용 거부의 정당한 사유로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와 박성민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는 19일 국회에서 열린 응급의료 형사책임 개선과 피해 환자 보상체계 구축 방안 토론회에서 발제를 통해 이 같은 응급의료체계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선한 사마리아인법, 의료인에 사망까지 형사책임 면제해야

두 발제자는 응급상황에서 의료인이 선의로 응급의료를 제공하다 발생한 결과에 대해서는 형사책임을 보다 폭넓게 완화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현행 응급의료법은 응급의료종사자가 응급환자에게 응급의료를 제공하다 발생한 재산상 손해와 사상에 대해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민형사상 책임을 감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른바 선한 사마리아인 조항이다.

그러나 사망이 발생한 경우까지 형사책임이 완전히 배제되는 것은 아니어서, 응급환자를 살리기 위해 의료행위를 한 의료인이 고소고발 이후 수사와 재판 부담을 떠안을 가능성이 남아 있다.

안기종 대표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응급의료 제공 과정에서 사망 결과가 발생하더라도 의료인의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다면 형사책임을 필요적으로 면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대표는 현재는 형사책임을 감면할 수 있도록 돼 있지만 고소가 이뤄지면 수사를 받고 재판까지 갈 수 있다며 응급의료종사자가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에는 형사책임을 필요적으로 면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성민 교수도 이주영 의원이 대표발의한 선한 사마리아인법 개정안의 취지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특히 사망의 경우까지 형사책임을 면제하는 방안에 대해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 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모두 찬성 의견을 냈으며, 형사법 학계에서도 같은 방향의 연구가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응급의료가 다른 필수의료 분야보다 특별히 형사처벌을 많이 받는다는 식으로 과도하게 부풀려진 부분은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응급의료의 특수성을 형사책임 판단에 보다 명확하게 반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응급의료 당시의 진료환경과 응급의료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기존 대법원 판례의 판단 기준을 법률에 명시해 의료현장에서 불필요한 형사책임 우려를 줄이자는 취지다.

응급실 미수용 정당한 사유, 법에 어디까지 담을까

두 발제자의 의견이 갈린 지점은 응급환자 수용 거부의 정당한 사유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다.

현행 응급의료법은 정당한 사유 없이 응급환자의 수용을 거부하거나 기피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이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지는 명확하게 규정돼 있지 않다.

응급환자 수용을 둘러싼 병원 간 갈등이 반복되는 가운데 실제 수용 거부에 정당한 사유가 있었는지를 사후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이유다.

현재 국회에는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 더불어민주당 허영 의원 등이 각각 응급환자 수용체계 개선과 관련한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안 대표는 수용 거부의 정당한 사유를 단순히 병원의 추상적인 사정이 아니라 환자의 상태와 의료기관의 실제 수용능력, 진료역량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순히 병상이나 인력, 장비가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 수용을 거부할 것이 아니라 해당 의료기관이 환자에게 적절한 응급의료를 제공할 수 없는 상황인지, 다른 의료기관으로 이송하는 것이 환자에게 더 유리한지를 함께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중앙응급의료센터의 역할을 확대해 응급환자의 이송 병원을 지정조정하고, 중앙 및 광역 응급의료상황실을 통해 각 의료기관의 병상인력장비진료역량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응급의료기관이 수용을 거부한 경우에는 정당한 사유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중앙응급의료센터 등에 제출하도록 해 사후적으로 검증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박 교수 역시 중앙에서 의료기관의 상황을 파악하고 환자를 적절한 병원으로 배분하는 컨트롤타워 구축에는 동의했다. 다만 수용 거부의 정당한 사유를 법률에 지나치게 구체적으로 열거하는 방식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발의된 법안 가운데 일부는 의료기관의 인력이나 시설 부족을 정당한 수용 거부 사유로 규정하는 한편, 협진최종치료 등 배후진료가 불가능하거나 입원 예약 등으로 향후 병상 부족이 예상되는 경우까지 정당한 사유에 포함하고 있다.

박 교수는 이 가운데 인력이나 시설이 실제로 부족한 경우는 법제화할 수 있지만, 배후진료가 불가능하거나 향후 병상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사정까지 정당한 수용 거부 사유로 규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응급의료 현장에서는 초기 응급처치의 골든타임과 최종 치료의 골든타임이 서로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배후진료 불가 상황이라도 환자의 상태와 병원의 실제 역량, 당시 의료환경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대전고등법원 판결을 사례로 들며, 최종적인 배후진료가 어렵더라도 당장 필요한 응급처치와 검사를 할 수 있다면 우선 환자를 받아 안정화한 뒤 전원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단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어떤 경우에는 병원의 주장이 맞을 수도 있고, 어떤 경우에는 법원의 판단처럼 일단 응급처치를 한 뒤 전원하는 것이 맞을 수도 있다며 이처럼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를 법률에 고정해 놓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수용 거부의 정당한 사유를 법률에 모두 열거하기보다는 논란이 적은 최소한의 기준만 법제화하고, 구체적인 상황은 응급의료 컨트롤타워가 판단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현재처럼 응급실 의사가 전화로 환자 정보를 전달받은 뒤 자기 병원의 병상과 인력 상황만을 기준으로 수용 여부를 판단하는 구조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응급실 의사가 전화로 단편적인 정보만 받고 수용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어렵다며 각 의료기관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아 중앙에서 어느 병원으로 보내는 것이 가장 좋은지 판단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올해 광주전북전남에서 실시한 응급환자 이송 시범사업을 하나의 모델로 제시하기도 했다.

중앙에서 환자를 우선 수용할 병원을 선정하고 필요하면 타 시도까지 이송 범위를 확대하는 방식이다.

받을 수 있느냐, 없느냐를 개별 응급실에 떠넘기기보다, 전체 응급의료자원을 실시간으로 파악한 뒤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의료기관을 배정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받으라면 받을 수 있게 수용 의료기관에 보상법적 보호 필요

응급의료체계를 실질적으로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의료기관에 수용 의무만 부과해서는 안 된다는 데에도 두 발제자는 공감했다.

중앙의 판단에 따라 응급환자를 수용한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재정적행정적 보상과 함께 의료진에 대한 형사책임 완화 등 보호장치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 대표는 중앙에서 수용 병원을 지정하고 해당 의료기관이 중증 응급환자를 수용할 경우 수가를 대폭 가산하는 방식의 재정적 인센티브를 제안했다.응급의료 평가뿐 아니라 상급종합병원전문병원 지정 평가, 의료질평가지원금 산정 등에서도 적극적인 보상이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정당한 사유가 없음에도 수용을 거부한 의료기관과, 정당한 사유가 있더라도 중앙의 요청에 따라 환자를 수용한 의료기관을 구분해 후자에 대해서는 확실한 보호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응급환자 수용 과정에서 의료진에게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다면 형사책임을 필요적으로 면제하고, 의료인의 과실로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피해 환자와 유족에게 국가 또는 응급의료기관 차원의 보상체계를 마련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박 교수 역시 중앙의 요청에 따라 수용하기 어려운 응급환자를 받아 진료한 의료기관에 재정적 지원과 형사책임 완화가 필요하다는 방향에는 동의했다.

다만 피해 보상의 범위를 사망 등 중대한 피해로만 한정하는 것에는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봤다.

박 교수는 국가가 컨트롤타워를 통해 수용을 요청한 경우라면 국가의 책임도 존재한다며 형사책임을 면제하면서 민사상 피해 보상은 중대한 피해에만 한정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균형이 맞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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