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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플 플러스

응급실 미수용 '면책'만으로 못 막는다 "필수의료·이송 시스템부터 손봐야"

홍완기 기자2026.08.19 18:14
조용수 전남의대 교수(응급의학과·광주응급의료지원단장),  정경원 아주의대 교수(외상외과·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 ⓒ의협신문
조용수 전남의대 교수(응급의학과광주응급의료지원단장), 정경원 아주의대 교수(외상외과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 ⓒ의협신문

응급실 미수용을막기 위해 의료진의 형사책임을 완화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필수의료 인력과 병상 부족, 병원 간 전원체계 미비 등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 환자 발생 단계부터 최종치료까지 이어지는 이송 시스템을 먼저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조용수 전남의대 교수(응급의학과광주응급의료지원단장)는 필수의료 자원 부족과 병원 내 전원 시스템의 한계를, 정경원 아주의대 교수(외상외과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는 환자가 발생한 뒤 병원을 찾는 현재의 이송체계 자체를 문제로 지목했다.

두 교수의 발언은 19일 국민의힘 최보윤 의원 주최한국환자단체연합회 주관으로 열린 응급의료 형사책임 개선과 피해 환자 보상체계 구축 방안 국회 토론회에서 나왔다.

응급실은 병원 전체 자원을 대신 판단하는 창구

좌장을 맡은 이기일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교수(전 보건복지부 제1차관)는 패널들을 향해 응급실 미수용의 가장 큰 원인을 물었다. 조용수 교수는 장기적으로 필수의료 인력과 자원이 부족하고, 병원에 들어온 이후 전원도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답했다.

응급실의 환자 수용 여부는 응급의학과 의사 개인의 판단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의식이 없는 뇌출혈 환자가 발생해 119가 수용 가능 여부를 문의하더라도 신경외과 의사가 수술 중이고 중환자실까지 가득 차 있다면, 응급실은 병원 전체의 인력병상수술실중환자실 상황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

조 교수는 응급실은 병원 전체의 인력과 병상, 수술실과 중환자실 사정을 대신 전하는 창구라며 환자를 일단 받아 기초검사와 안정화를 한 뒤 옮길 병원을 찾는 것이 오히려 수술을 지연시켜 더 나쁜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환자 상태에 따라서는 안정화 후 전원이 더 유리할 수도 있는 만큼, 수용 여부를 법률상 규정한사유만으로 일률적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인체는 복잡하고 질병은 다양하다. 숙련된 전문가의 감각이 크게 작동한다며 정당한 응급환자 수용 거부사유를 법률에 구체적인 목록으로 열거하는 방식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형사책임 여부는 사고 결과를 알고 난 뒤가 아니라 당시 의료진이 확보할 수 있었던 정보와 인력병상장비, 함께 치료 중이던 다른 환자의 중증도, 실제 전원 가능한 병원이 있었는지 등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이를 면책을 넓히자는 기준이 아니라 과실을 정확히 가리는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상황실의 판단도 마찬가지다. 제한된 정보와 지역 내 의료자원을 바탕으로 짧은 시간 안에 병원을 결정하는 만큼, 사고 이후 결과를 기준으로 당시 판단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응급실 중증도 12등급만을 법적 보호 대상으로 삼는 방안에도 우려를 나타냈다.

조 교수는 현장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2등급과 3등급 사이의 회색지대라며 처음에는 경증처럼 보이다가 시간이 지나 악화하는 환자가 적지 않다고 했다.

수용할 병원뿐 아니라 플랜B까지 정해놔야

19일 국민의힘 최보윤 의원 주최·한국환자단체연합회 주관으로 열린 '응급의료 형사책임 개선과 피해 환자 보상체계 구축 방안' 국회 토론회 ⓒ의협신문
19일 국민의힘 최보윤 의원 주최한국환자단체연합회 주관으로 열린 응급의료 형사책임 개선과 피해 환자 보상체계 구축 방안 국회 토론회 ⓒ의협신문

정경원 교수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로 이송 시스템의 부재를 꼽았다.

정 교수는 시스템은 일이 생기기 전에 만들어야지 일이 생긴 뒤에 만드는 것이 아니다라며 적절한 환자를 적절한 병원에 적절한 시간에 보내는 체계를먼저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는 환자가 발생하면 상황실이나 구급대가 그때그때 수용 가능한 병원을 찾는 방식이지만, 중증환자는이런 방식으로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광주전남 이송 시범사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1차 수용병원뿐 아니라 해당 병원이 환자를 치료하지 못한 때를 대비한 플랜B 병원까지 사전에 정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어느 지역에서 중증 응급환자가 발생했을 때 어디로 이송해야 하는지를사전에 정하고, 시스템적으로 자연스럽게 이송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올해 6월 서울의 한 병원에서 발생한 중증외상 환자 사례를 소개했다. 출혈로 색전술이 필요했지만 해당 시술이 가능한 병원을 찾지 못해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로 이송했고, 사고 발생 후 이송 요청까지 5시간 이상, 병원 도착까지 7시간 이상 걸렸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첫 병원을 선정했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라며 질환별상황별로 보다 세분화하고 데이터를 중심으로 수요를 파악해 이송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자 분류와 이송뿐 아니라 첫 병원 수용 이후 최종치료까지 연결하는 실시간 모니터링 체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정 교수는 응급실 수용능력만 확대해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도 지적했다.

응급환자를 받아놓고도 수술실이나 중환자실, 전문인력이 부족해 최종치료가 불가능하다면 결국 다시 전원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정 기준 변화와 관련해서도 응급수술이 가능한 자원을 실제로 확보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응급실 미수용문제는 응급실 수용능력만 키운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그 뒤에 수술하고 치료하고 회복시키는 과정까지 연결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필수의료 인력 확보도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최근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서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응급의학과 등 필수의료 분야 지원이 비필수 분야에 비해 낮은 현실을 언급하며 정말 시급하다고 했다.

법학계 면책공적 보상 함께소비자단체 환자 피해구제 강화해야

정종헌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 ⓒ의협신문
정종헌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 ⓒ의협신문

법학계에서는 형사책임 완화와 함께 국가 차원의 보상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정종헌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응급실 미수용 문제는개별 의료진의 과실이 아닌 절대적인 의료자원 부족과 국가의 의료자원 배분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로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선의의 응급처치, 근무 중인 의료인의 일반적인 응급의료 행위, 국가의 강제 배정에 따른 응급의료 행위를 구분해 법적 책임을 달리하고, 고의나 중과실이 없으면 형사책임을 제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동시에 국가 책임에 상응하는 무과실 공적 보상체계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응급의료 인력과 병상 확충 등 구조개혁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어떠한 법적 특례도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의료진의 형사책임을 줄이는 만큼 환자 피해구제와 정보 제공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사무총장은 119에 신고하는 순간 국민은 자신의 생명을 국가의 응급의료체계에 맡기는 것이라며 응급의료는개별 의료기관이 아닌 국가 시스템의 문제라고규정했다.

특히 응급의료 사고는 환자와 의료진 사이의 정보 비대칭이 큰 만큼, 피해자나 유족이사고 원인을 직접 입증하기보다 국가가 응급의료 과정의 정보를 기록조사하고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정부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이송체계 개선 추진

이중규 보건복지부 공공의료정책관 ⓒ의협신문
이중규 보건복지부 공공의료정책관 ⓒ의협신문

정부는 응급실 미수용 문제를 병원 전 단계와 병원 단계로 나눠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중규 보건복지부 공공의료정책관은 119 구급대원과 환자, 의료기관 사이의 정보 공유와 커뮤니케이션이 현장에서 충분히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광주전남 시범사업 역시 각 주체가 가진 정보를 공유해 현재 의료자원에서 최선 또는 차선의 치료 경로를 찾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이중규 정책관은 해결할 수 있는 것과 당장 해결할 수 없는 것이 있다며 일단 할 수 있는 것부터 하자는 것이 정부의 접근이라고 밝혔다.

응급의료법 개정안과 관련해서는 수용 거부 사유를 아무리 구체화하더라도 모든 상황을 100% 포괄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국회 논의 과정에서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정 기준에 대해서는 단순히 시설을 비워두는지가 아니라실제 중증환자를 얼마나 치료했는지를 중심으로 평가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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