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형사·민사로 이어진 4년 소송에 병원·의료진 만신창이
형사소송에 이어 민사소송까지 4년을 시달렸는데, 이번엔 민간 보험사가 구상금을 내지 않으면 소송을 하겠다고 합니다. 환자 진료는 언제 하라고.
재활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B원장은 2022년 예기치 않게 발생한 환자 추락사고로 수년째 극심한 정신적육체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1.9m 난간 넘어 추락4년에 걸친 법정 공방의 시작
사건은 지난 2022년 12월 6일 발생했다. 교통사고 후 재활 치료를 위해 A재활병원에 입원 중이던 환자 C씨(당시 75세)는 이날 오전 6시 25분경 3층 테라스 출입문을 열고 나갔다. 이어 90cm 석재 난간 위로 올라간 뒤 그 위에 설치된 100cm 유리 벽(총 높이 1.9m)을 넘어 11.3m 아래 1층 바닥으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C씨는 요추골반늑골 골절과 비장 손상 등 중상을 입었다.
검찰은 C씨에게 섬망과 배회 증상이 있었음에도 밀착 감시와 테라스 출입 차단 등 업무상 주의의무를 게을리했다며 사고 당시 당직 선임간호사를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형사 기소했다.
그러나 청주지방법원 1심 재판부는 1년여 공판 끝에 2025년 5월 15일 선임간호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해당 병원은 신체장애를 예방하고 상실된 능력을 회복시키는 재활병원으로, 신경외과나 신경정신과 의료진이 없고 출입을 제한하는 폐쇄병동도 아니다라며 애초에 피해자를 실시간 1 대 1로 감시관찰하는 간호간병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심각한 교통사고로 다발성 골절상을 당한 고령의 환자가 다른 사람 눈에 띄지 않게 몰래 뛰어내려 추락할 위험까지 간호사나 의료진이 예견하긴 어려웠을 것이라며 검찰의 주장을 배척했다.
검찰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항소심 재판부 역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며 2025년 10월 15일 무죄 판결이 확정됐다.
건보공단 1억원 구상금 청구 소송 법원 병원 과실 없다 기각
형사재판에서 무죄가 확정돼 가슴을 쓸어내린 것도 잠시, 이번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C씨의 치료비로 지출된 공단부담금 1억 1204만원을 내놓으라며 환수 고지서를 발송한 데 이어 민사 구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건보공단은 형사 사건에서 무죄 판결이 나왔음에도 A재활병원이 시설관리 업무를 소홀히 했다며 2025년 12월 11일 법원에 소장을 접수했다. 건보공단은 동절기(113월) 매뉴얼상 테라스 문을 잠가야 함에도 이행하지 않았고, 환자 보호관찰 의무를 위반했으므로 보험자대위에 따라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주지방법원 민사재판부 역시 건보공단의 청구를 전부 기각하고 소송비용도 공단이 부담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동절기 테라스 폐쇄 지침은 추위와 바닥 결빙으로 인한 미끄러짐 예방 목적이지, 난간과 유리 벽을 넘어가는 행동까지 방지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라며 매우 이례적인 행동까지 병원 측이 예상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건보공단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구상금 소송은 병원 측 승소로 마무리됐다.
소송 끝났나 했더니 이번엔 민간보험사 1500만원 구상금 소송
건보공단 구상권 청구 소송 기각 판결로 한숨을 돌렸지만 안도감은 오래가지 못했다. 이번에는 민간 대형 손해보험사인 OO화재가 A재활병원을 상대로 구상금을 지급하라며 또다시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법원은 소액사건심판법에 따라 피고는 원고에게 1500만 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이행권고결정문을 병원 측에 송달했다. 소액사건 이행권고결정은 원고의 소장만을 근거로 법원이 결정문을 발송하는 제도다. 피고가 2주일 이내에 이의신청을 하지 않으면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다. A재활병원은 승소 판결문을 입수하고도 또다시 이의신청서와 답변서를 작성해 법정에 서야 하는 처지다.
4년째 소송 시달려 묻지마 구상권 남발에 의료 현장 녹초
4년째 법정 싸움에 시달리고 있는 B원장은 환자의 안타까운 사고 이후 형사 고소와 건보공단의 1억원대 소송까지 수년째 수사와 조사를 받고 답변서를 쓰느라 심신이 지쳤다면서 형사민사 재판에서 병원 과실이 없다는 점이 명백히 입증됐음에도, 민간 보험사까지 제대로 된 사실 확인 없이 묻지마식 소송을 남발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B원장은 건보공단과 민간 보험사들은 사고가 발생하면 과실 유무나 기존 판례를 철저히 검토하지 않은 채 무분별하게 구상권을 청구하고 있다며 의료진이 정작 환자 치료에 쏟아야 할 시간과 노력을 소송 대응에 허비하게 한다. 구조적 개선이 시급하다고 성토했다.
실제 국내 의료 현장의 사법 리스크는 한계치에 다다랐다는 평가다.
대검찰청 「범죄분석」 통계에 따르면, 업무상 과실치사상죄의 피의자(통계상 범죄자)로 집계돼 형사절차의 대상이 된 의사는 20132018년 연평균 754.3명에 달한다.
민사 소송 역시 사법연감 통계(1심 기준)를 기준으로 연간 10001200건에 달하며,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접수되는 조정 신청은 연간 20002400건에 이른다. 이 중 사망중장애 등 중대 사고 발생 시 의료진 동의 없이 절차가 자동 개시되는 건수도 연간 400600건 규모다.
의료행위 수가 체계는 정당한 위험 대가를 반영하지 못하는 반면, 불가항력적 사고에도 수억 원대 손해배상과 형사 처벌 위험에 노출되면서 필수의료 분야의 붕괴는 가속화되고 있다.
소아청소년과심장혈관흉부외과산부인과응급의학과내과외과 등 고위험 필수의료 전공의 지원율이 급감하고, 전문의들마저 비급여저위험 분야로 이탈하는 현상이 심화하면서 중증응급분만소아청소년 진료 공백이라는 심각한 사회적 부작용이 불거지고 있다.
- "의사면허원, 전문가 규제기관 아닌 가장 강력한 보호막"
- 서정성 부회장, 베네수엘라 지진 복구에 정수기부터 찾은 이유?
- 검체검사 수탁기관에 검사비 '직접' 지급 법안 등장
- 윤성환 전문병원협회장 "의료체계 혁신 마중물 되겠다"
- 한미약품, 항혈전제 ‘피도글’ 10년 추적 연구 발표
- 종근당, 美 키오라와 망막질환 신약 라이선스 계약...상업화 추진
- 한 번의 사고, 세 번의 소송
- 복지부, 의료사고 이력 공개 선 긋기 "필수의료 기피 우려 균형 검토"
- '약 배송' 확대 신호탄, 플랫폼 웃고 약사회 뿔났다
- 로봇 인공고관절 수술, 초기단계부터 정밀도·안전성 확보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