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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플 플러스

현대의학을 역사적 감정으로 재단해서는 안된다

김재연 의협 법제이사2026.08.14 17:47
김재연 대한의사협회 법제이사 ⓒ의협신문
김재연 대한의사협회 법제이사 ⓒ의협신문

광복 81주년을 맞아 한의학계가 현대의학 중심의 국가 보건의료 체계를 일제 편향 잔재로 규정하고 나섰다.

이는 의학의 본질인 과학성과 국민 건강의 가치를 역사적 감정으로 치환하는 심각한 논리적 오류이자, 보건의료의 법적 근간을 뒤흔드는 주장이다.

대한민국 의료 제도가 현대의학을 중심 축으로 발전해 온 것은 식민지 잔재 때문이 아니라, 오직 과학적 검증을 바탕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한다는 보건의료의 엄중한 당위 때문이다.

의학은 이념이나 역사가 아닌 과학과 객관적 검증의 영역이다

현대의학을 양방이라는 프레임에 가두고 일제의 유산으로 몰아가는 주장은 세계 보건의료의 발전 흐름을 거스르는 시각이다. 전 세계 모든 선진국이 현대의학을 국가 의료의 중심으로 삼는 이유는 분명하다. 무작위 대조군 연구(RCT), 임상시험, 객관적 데이터에 기반한 진단과 치료 체계만이 환자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단순히 일제강점기 정책의 결과물로 치부하는 것은 대한민국 현대 의과학이 이룩한 감염병 퇴치와 국민 평균수명 연장의 역사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한의계의 최근 행보가 보여주는 4대 자기모순

일제 잔재 청산이라는 정치적 수식어 뒤에는, 한의계 스스로가 범하고 있는 보건의료 현장의 심각한 자기모순이 자리 잡고 있다.

1) 과학적 검증 거부와 현대 의료기기의약품 사용 요구의 모순

한의학의 독창성을 주장하며 현대의학적 임상시험, 성분 규명, 부작용 데이터 구축 등 객관적 검증 요구에는 한의학의 특수성을 이유로 거부하고 있다. 그러나 진단과 치료 현장에서는 현대 의과학이 발명한 초음파, X-ray, 뇌파계 및 전문의약품 사용 권한을 요구하는 극심한 논리적 불일치를 보이고 있다.

2) 현대의학 폄훼와 제도적 혜택 무임승차의 모순

현대의학을 일제 잔재라 깎아내리며 배척하면서도 정책적으로는 현대의학이 쌓아 올린 건강보험 급여 항목 신설, 실손보험 보장 범위 확대, 국가 감염병 대응 체계 진입 등 현대의학 시스템이 구축한 제도적 혜택과 결실을 그대로 누리려 한다.

3) 면허 이원화 기득권 수호와 무제한 영역 침범의 모순

한의사 면허의 독자적 지위와 독점적 영역을 보호받기 위해 현행 이원적 의료체계의 기득권은 견고히 유지하려 하면서, 실제 행보에서는 면허 범위를 벗어난 현대 의학적 의료행위를 지속적으로 시도하며 스스로 의료법상 면허 구분의 법적 근간을 무력화하고 있다.

4) K-메디 세계화 외침과 글로벌 표준(Evidence) 거부의 모순

세계 무대에서 경쟁하는 K-메디를 표방하면서도, 세계보건기구(WHO) 및 국제 의학계가 요구하는 엄격한 성분 표준화, 객관적 유효성 검증, 국제 표식 약리 데이터 구축 등 글로벌 의학 표준 마련에는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면허의 분리는 차별이 아닌 국민 안전을 위한 법적 구분이다

현행 의료법이 의사와 한의사의 면허를 엄격히 분리한 이원적 체계를 유지하는 본질적 이유는 각 학문의 기초 이론과 진단법, 치료 원리가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의사는 인체 해부학, 생리학, 약리학에 근거하여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며, 결과에 대해 엄격한 법적의학적 책임을 진다. 면허 범위를 벗어난 행위를 역사적 피해의식으로 합리화하려는 시도는 국민의 생명권과 직결된 면허 제도의 법적 엄근성을 무너뜨릴 위험이 있다.

진정한 K-메디는 감성적 프레임이 아닌 객관적 과학화로 완성되는 것이다.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의료 정책은 정치적역사적 프레임이나 이중잣대로 결정될 수 없다. 진정한 의미의 K-메디는 어설픈 영역 확장이나 역사적 당위 주장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 표준화와 세계 수준의 유효성 입증을 통해 달성된다.

한의학계가 진정 국민의 신뢰를 얻고자 한다면, 현대의학 폄훼를 통한 영역 확장이 아니라 스스로의 치료 원리와 의약품에 대한 과학적객관적 검증을 완성하는 것이 우선이다. 보건당국 역시 감성적 프레임에서 벗어나 어떠한 의료가 국민에게 가장 안전하고 유효한지 과학적법적 기준에 따라 냉정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다.

* 칼럼과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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