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걸을 수 있는 능력은 존엄한 노후 지키는 필수의료"
보행 회복이 최고의 예방 복지다. 걸을 수 있는 능력은 선택이 아니라 국민의 존엄한 노후를 지키는 필수의료다. 납득할 수 없는 수술 삭감이 너무 많다. 좋은 진료를 기대할 수 없다. 환자는 많은데 수술할 의사가 없다. 수술 손익률이 -52%, 정형외과는 수술할수록 적자다. 중증 정형외과 질환의 전문진료질병군 지정이 시급하다.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한국에서 늘어날 수밖에 없는 고령인구의 관절척추 질환 진료체계에 대한 의료현장의 고언이 쏟아졌다. 관절척추 분야의 중증도 분류, 필수의료 인정 체계에 국민 건강의 안정망을 담보하는 촘촘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한전문병원협회는 13일 국회에서 고령 관절척추질환의 중증도 평가와 필수수술의 정책 방향 토론회를 열고 환자 중심의 중증도 인정체계 도입과 관절척추 중증 수술 영역 확장, 고령 인공관절척추 수술의 필수의료 편입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날 토론회는 국회 보건의료발전연구회가 주관했으며,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실,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실,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 등이 후원했다.
윤성환 대한전문병원협회장은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관절과 척추 질환은 이제 단순한 환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 나서 돌봐야 할 보건의료과제가 되고 있다. 특히 고령 환자의 중증도를 정확히 평가하고, 그에 맞는 필수의료 체계를 발전시키는 일은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한 필수 과제라면서 필수의료는 국민 누구나, 어느 지역에서든, 필요한 시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기본권과 직결된다. 전문병원은 이런 필수의료를 안정적으로 제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정부와 국회, 의료계와 긴밀히 협력해 제도적 기반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정재훈 국회 보건의료발전연구회장은 현재 중증의료평가 체계는 여전히 질환 중심의 기준에 머물러 있어, 고령 환자들이 겪는 복합질환과 수술 위험도, 기능 저하와 같은 현실을 충분히 반영치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의료현장의 판단과 제도 사이에는 적지 않은 괴리가 발생하고 있다라며 고령 환자의 관절척추 수술은 단순한 치료가 아니라 걷고 움직이는 기능을 회복하고, 독립적인 일상생활을 유지하며, 장기 요양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낮추는 중요한 의료이지만, 이런 치료의 가치가 중증 의료와 필수의료 체계에서 충분히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고 짚었다.
고령 관절척추 질환의 중증도 평가와 필수의료 정책 발전에 대한 발제를 맡은 최유왕 전문병원협회 이사(강북연세병원장)는 중증도에 대한 정의 확장과 필수의료 편입 분야, 전문병원 간 협력체계 구축을 통한 공유형 진료체계를 정책 과제로 제안했다.
관절척추 분야의 질병분류 체계가 복합골절, 노인성 골절, 재수술 등 세부 난이도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서 정형외가 영역 전체가 저평가 되고 있다는 판단이다.
초고령사회를 맞아 관절척추 분야 의료도 변하고 있다.
고령인구가 늘어나면서 만성 내과 질환을 동반한 고령환자의 증가로 이어지고,고관절슬관절 인공관절, 고령 골절, 척추수술은 선택 수술이 아닌 와병과 사회적 고립을 예방하는 핵심의료 행위로 성격이 바뀌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상황이지만, 관련 제도의 뒷받침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척추관절 질환에 대한 중증도 분류의 구조적 한계에서 기인한다. 의학적으로는 중증이지만, 제도적으로는 비중증인 심각한 괴리가 발생한다.
현행 상급종합병원 중증도 평가가 특정 질환의 말기 단계에 초점을 맞추면서, 고령환자에게 흔히 동반되는 중등도 내과질환은 중증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먼저 중증 정의부터 확장해야 한다.
고령(70세 이상) 환자가 심부전(EF 40~45%), 만성신부전(stage 3), COPD(gold 2), 간경화(Child-Pugh A등급 이상), 항응고항혈소판 치료 지속 필요 등 중증 내과 질환을 동반한 경우 주요 정형외과 수술에서 중증 환자로 분류해야 하며, 인공관절 재치환술, 고관절슬관절 재수술, 70세 이상 환자에서 재수술과 동반질환이 중첩되는 경우 역시 중증도를 인정해야 한다.
70세 이상 고령자의 고관절대퇴부 골절 등 위험 질환에 대한 필수의료 편입도 시급하다.
70세 이상 고관절대퇴부 골절은 1년 사망률이 높고 2436시간 이내 조기수술이 사망률과 합병증을 유의하게 감소시킨다. 관절척추 분야에서 시간은 곧 기능이고, 기능은 곧 삶의 존엄으로 작동한다. 뚜렷한 시간-민감 필수의료에 해당한다는 진단이다.
최유왕 이사는 고령환자의 골관절염은 단순한 퇴행성 질환이 아니라, 보행 장애를 통해 낙상, 와병, 사회적 고립으로 이환되는 사회적 질환으로 인식해야 한다. 실제로 다수의 연구에서 중증 관절염은 노인우울증과 유의한 연관성을 가지며, 만성 통증과 이동성 상실에 따른 자살사고 증가와도 관련된다라면서 고령 인공관절 수술은 우울증, 자살, 장기요양 진입 예방의 사회적 개입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짚었다.
인공관절 수술의 경우에도 70세 이상, 중증 통증, 보행일상생활 수행능력(ADL) 장애, 낙상 고위험, 사회적 고립, 중등도 이상 내과 질환 동반 등의 경우에는 필수의료에 편입시켜야 하는 이유다.
고령 척추수술 역시 진행성 신경학적 결손, 감염, 기능 붕괴를 동반한 경우에는 수술 지연 시 영구적 장애와 사회적 의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정형외과 중증도 분류체계는 관절 위주로 설계돼 있어 척추 영역의 세부 난이도는 저평가돼 있다. 현행 복잡행위 인정기준은 지난 2014년 이후 12년째 미개정 상태로 유지되면서, 척추 재수술, 후종인대골화증, 고도 골다공증 동반 수술, 암환자, 고령 척추수술 등 자원 소모와 위험도가 높은 수술군이 경증으로 평가되는 상황이다.
정형외과 영역에서 초고령 환자 증가에 따른 적정 지원과 보상도 필요하다.
고령환자 수술에 대해서는 필수의료 정책수가를 신설하고, 의료기관 평가에서도 중증필수의료 실적으로 인정하고, 전담인력에 대한 지원체계도 마련돼야 한다. 또 내과 동반질환 관리비용 산정, 중환자실 없는 병원의 특별 병상 운영 지원, 24시간 응급실 운영 전문병원에 대한 보상도 이뤄져야 한다.
공유형 진료체계도 제안했다.
상급종합병원과 관절척추 전문병원 간 협력 체계를 통해 의료 공백을 최소화하는데 방점이 찍힌다.
전문병원은 실제로 전문의 중심병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개방형 진료체계를 통해 상급종합병원-전문병원 간 유기적 연계를 바탕으로 중증 관절척추 질환에 대한 진료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
정형외과 전공의 수련 역시 변화가 필요하다. 현재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및 증증도 분류 기준 강화로 전공의 수련체계 전반에 구조적인 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상급종합병원과 전문병원 간 순환근무 및 합동수련프로그램 도입, 교육 전담 지도 전문의제도 전문병원 확대 등도 검토해야 한다.
최유왕 이사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상황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 다른 분야도 그렇지만 특히 수술 분야는 후학 양성이 단기간에 어렵다. 중증도 평가는 환자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 고령의 척추관절 질환은 사회적 질환으로 인식해야 한다라면서 중증 환자 중심의 중증도 인정체계 도입과 관절척추 중증 수술 영역 확장, 고령 인공관절척추 수술의 필수의료 편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윤석준 고려대 고령사회연구원장이 좌장을 맡은 지정토론에는 권세광 대한정형외과의사회 부회장, 이동찬 대한전문병원협회 수석부회장, 김학선 대한정형외과학회장, 이금숙 서울경제TV 기자, 유보영 보건복지부 의료혁신추진단 부단장 등이 참석했다.
지정토론에서도 고령수술 활성화를 위한 4대 정책 지원 방안으로 ▲필수의료 지정 수가 신설 ▲내과 동반질환 관리 수가 산정 ▲중환자실 미운영 전문병원의 특별 병실 지원 ▲24시간 응급실 운영 지원 등을 제시했다. 지원보상 방안도 단순 종별이나 중환자실 유무가 아닌 연령(70세 이상)+내과 동반질환 기반의 총 위험도 체계 개편과 중환자실이 없더라도 24시간 감시체계를 운용하는 전문병원에 고위험군 전담 관리가산 신설, 중증 정형외과 질환의 전문진료질병군 편입, 수술 후 응급 상황 발생 시 전문병원과 상급종합병원 간 전원체계 구축을 위한 전원수용 가산 수가 신설 등을 제안했다.
중중도 분류에 대해서는 유착과 해부학적 변형으로 위험도가 크게 높아지는 척추 재수술, 합병증률이 20에서 40퍼센트에 이르는 후종인대골화증황색인대골화증압박성척수증, 나사못 해리 위험이 매우 높은 중증 골다공증 동반 환자, 장기 생존율에 뚜렷한 영향을 미치는 암환자 척추수술, 섬망과 합병증 위험이 급격히 높아지는 80세 이상 초고령 환자, 그리고 사지마비와 호흡부전으로 직결될 수 있는 상부 경추 수술 등 6개 질환군에 대한 중증도 상향을 통한 상급종합병원 적합질환군 지정이 시급하다는 중론이다.
의료 현장 중심의 개혁과 납득할 수 없는 진료비 심사체계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상급종합병원 구조 개편의 여파가 정형외과에는 가혹하게 다가오고 있으며, 특히 지방대학 정형외과는 교수들이 이탈하면서 전공의를 지도할 전문의가 없는 형국이다. 가장 큰 핵심 이유는 상급종합병원 중증 적합 질환 분류 체계가 정형외과의 중증도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데 있다는 판단이다. 또 심사체계 문제도 짚었다. 일부 대학병원에서는 수술의 50%가 삭감되는 현실이다. 삭감이 이어지면 결국 좋은 진료로 이어질 수 없다는 토로가 나온다. 전문과목 학회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동수로 심사위원을 위촉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