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지역·필수의료 한다더니…승계 막히면 지역의료도 흔들"
정부가 상속세를 절감할 수 있는 제도인 가업공제대상에서 병원을 제외하는 법률안을 추진하자 병원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대한중소병원협회는 대한병원장협의회와 13일 오전 병협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지난 4일 입법예고 된 상속세 및 증여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의 문제점을 짚었다.
유인상 중소병원협회장은 공공적 역할을 많이 하고 있는 병원들의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법안이라고 지적하며 상속 시점을 미리 알 수 있는 게 아니라서 세금에 대한 충격은 더 큰 것인데 법안이 통과되면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지필공을 포기하고 비급여하는 병원으로 전환하라는 것인지, 좋지 않은 시그널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가업승계 후 성공한 병원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곳도 있다. 그리고 가업승계를 하려면 5년 이상 후계자가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어야 한다라며 후계자 수업을 하지 않는 병원들은 가업승계도 안 된다. 현재도 심사가 까다롭다. 심사에서 신청도 못하게 막는 것은 문제라고 꼬집었다.
앞서 재정경제부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입법예고하고 20일까지 의견을 받는다. 가업상속 공제 업종을 조정하고 가업의 정의를 전문 기술, 경영상 노하우를 보유한 기업으로 신설해 가업상속공제심사위원회를 통해 가업에 해당하는지를 심사하고 이에 해당하는 기업에 한 해 공제를 적용토록 하는 내용 등이 들어있다.
문제는 가업상속공제 대상에서 병원을 비롯해 약국, 마트, 버스택시 운송업, 주차장업, 창고업 등이 제외된 점이다. 가업상속공제는 거주자인 피상속인이 10년 이상 경영한 중소 중견기업을 상속인에게 승계할 경우, 가업상속재산의 100%를 공제해 상속세 부담을 경감해 주는 제도다.
중소병원협회에 따르면, 전국 종합병원 338곳 중 개인 개설 종합병원은 25.7% 수준인 87곳이다. 약 4곳 중 1곳이 개인 개설 기관으로 지역의 입원수술응급 전문진료를 담당하고 있다. 이들 중 병원 운영 과정에서 승계를 고려하는 병원이 적지 않다는 게 병원계의 추산이다.
개정법을 적용하면 병원 승계 시 많으면 1000억원도 훌쩍 넘는 세금을 한 번에 내야 하는 상황에 몰린다는 게 병원계 입장이다. 특히 수도권 자산가치가 큰 병원일수록 그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최근 가업승계를 완료한 200병상 규모의 한 종합병원은 가업상속을 신청하면서 450만원의 세금이 나왔고, 이 중 300억원은 일시불로 납부, 154억원은 공제받았다.
병원계는 민간이지만 공공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병원의 특수성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지역필수공공의료를 살리기 위해 재정을 투입하고 있는 정부의 방향성과도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특히 개인이 개설했더라도 정부 정책에 상당 부분 협조하고 있는 게 우리나라 의료의 현실이다. 개인 개설 종합병원 87곳 중 29곳(33.3%)은 포괄 2차 종합병원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필수 특화 기능 강화 지원사업에 참여하는 병원 37곳 중 절반에 가까운 18곳은 개인 개설 의료기관이다.
중소병원협회는 필수특화 사업은 종합병원뿐 아니라 병원급 의료기관도 대상으로 하고 24시간 진료체계 유지가 핵심 요건이라며 정부가 지역 필수의료 강화와 지역완결형 의료체계 구축을 위해 필수의료 거점으로 지정 육성하는 병원을 승계 대상에서 배제해 성장이나 그 유지 자체가 어려워진다면 정책 정합성이 훼손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병원 자산의 상당 부분은 토지건물수술실중환자실CT MRI 등 진료에 필요한 비용 등 사업용 자산이라며 상속세 재원을 위해 이를 처분하거나 추가 차입하면 의료기능과 투자여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개정안에서 정의하고 있는 가업을 봐도 병원은 포함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개정안에서 가업은 특허권, 영업 비밀, 산업 기술 숙련기술 및 이와 유사한 수준의 전문 기술, 경영상 노하우를 보유한 기업으로 정의하고 있다.
중소병원협회는 병원에는 수술진료 프로토콜, 감염관리 환자안전, 다직종 협업, 응급입원 운영, 지역 의뢰회송체계 등 장기간 축적되는 전문성과 조직경영 노하우가 존재한다라며 특히 각 지역의 인구구조, 산업구조 등 지역 환자군의 특성과 기관의 특성에 따른 전문기술과 경영상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이런 기술과 노하우는 단순 이전이 불가능한 경험을 통해서만 전달할 수 있는 대표적인 숙련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유인상 회장은 정부가 종합병원 승계를 개인재산 이전으로만 보고 있는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라고 잘라 말하며 의료인력 고용, 병상수술실응급기능, 지역의료 전달체계의 지속 여부와 직접 연결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또 상속은 예고 없이 발생할 수 있다. 개인병원은 적법한 개설주체 확보 개설허가 변경, 부채 담보관계, 의료인력 고용, 입원환자 진료와 상속세 재원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라며 유동성이 낮은 병원에서 대규모 납세 재원이 즉시 필요하면 추가차입 사업용 자산 처분 매각 또는 운영 중단 위험이 커진다. 이는 지역주민의 의료접근성 문제와 직결된다고 우려했다.
중소병원협회는 우려의 목소리를 담아 재경부와 보건복지부 등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의견서에서는 ▲병원업을 대상 업종에서 배제하지 말고 최소한 민관심사위원회 개별 심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하며 ▲제외 업종으로 분류하는 대신 병원업에는 계속 경영 고용 의료기능 유지와 사업용 자산 한정 등 강화된 사후관리 요건을 적용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대한병원협회도 병원은 가업상속공제 대상 업종에 포함돼야 한다는 의견을 지난 11일 재정경제부와 보건복지부, 국회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문술 중소병원협회 총무부회장은 재정경제부 차원에서 추진하는 법안이라서 의료 현장을 충분히 모를 수 있다라며 우선 현장을 가장 잘 아는 보건복지부에 정책의 일관성과 정합성에 어긋난다는 설득을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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