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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경 후 호르몬 요법, 알츠하이머 위험도 낮출까 '새 연구'

홍완기 기자2026.08.13 10:53
[이미지=freepik] ⓒ의협신문
[이미지=freepik] ⓒ의협신문

폐경 후 여성에게 사용하는 에스트로겐 단독 호르몬요법이 알츠하이머병의 병리적 변화와 치매 위험을 낮추는 것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에스트로겐 단독 폐경기 호르몬요법(MHT)을 사용한 여성에서 부검으로 확인한 알츠하이머병 병리가 적게 나타났으며, 혈액과 뇌척수액에서 아밀로이드 병리도 낮은 수준을 보인 것이다.

다만 이번 연구는 후향적 관찰연구로 호르몬요법이 알츠하이머병을 직접 예방한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연구 대상과 호르몬요법의 사용 시점이 현재 임상에서 권고되는 방식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점에서 해석에 주의가 필요하다.

미국 스탠퍼드대 제니퍼 브루노 박사 연구팀은 국가알츠하이머조정센터(NACC)와 알츠하이머병 신경영상 이니셔티브(ADNI)에 등록된 50세 이상 여성 2만 1462명을 대상으로 에스트로겐 단독 MHT 사용과 알츠하이머병 관련 지표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Neurology에 12일 게재됐다.

연구 대상 가운데 에스트로겐 단독 MHT를 사용한 여성은 1953명, 사용하지 않은 여성은 1만 9509명이었다. 경구 에스트로겐 단독요법 사용 여부를 기준으로 분석했으며, 국소 에스트로겐 사용자는 연구에서 제외했다.

분석 결과 에스트로겐 단독 MHT 사용자는 비사용자보다 부검에서 알츠하이머병 관련 병리 변화가 확인될 가능성이 35% 낮았다(OR 0.65, 95% CI 0.48~0.88).

알츠하이머병 병리의 핵심 지표 가운데 하나인 아밀로이드 병리 역시 에스트로겐 사용군에서 낮게 나타났다. 혈장에서는 아밀로이드 병리와 관련된 지표가 유의하게 낮았고(=0.44, 95% CI 0.16~0.73), 뇌척수액에서도 감소가 관찰됐다(=0.07, 95% CI 0.002~0.13).

임상적인 결과에서도 차이가 확인됐다. 에스트로겐 단독 MHT 사용자는 비사용자에 비해 치매 진단 가능성이 39% 낮았으며(OR 0.61, 95% CI 0.55~0.67), 기억력 또는 기능 저하와 관련된 증상을 보일 가능성도 33% 낮았다(OR 0.67, 95% CI 0.61~0.74).

연구진은 에스트로겐 단독 호르몬요법이 알츠하이머병 병리 발생 위험에 일정 수준의 보호 효과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만으로 폐경 후 여성에게 MHT를 알츠하이머병 예방 목적으로 처방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폐경기 호르몬요법과 인지기능의 관계는 오랫동안 논란의 대상이었다.

초기 연구에서는 여성호르몬 보충이 알츠하이머병이나 심혈관질환 위험을 낮출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2003년 발표된 여성건강이니셔티브 기억연구(WHIMS)는 전혀 다른 결과를 내놓았다.

65세 이상 여성에서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틴을 함께 사용하는 호르몬요법이 치매 위험 증가와 연관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MHT에 대한 인식이 크게 바뀌었다.

여성건강이니셔티브(WHI)에서도 에스트로겐프로게스틴 복합요법이 유방암과 심혈관질환 위험 증가와 관련된 것으로 보고되면서 호르몬요법 사용은 크게 감소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이후 호르몬요법에 대한 강력한 경고를 적용해 왔으며, 올해 2월에는 관련 블랙박스 경고 일부를 삭제했다.

폐경 후 여성의 MHT 사용률은 1999년 26.9%에서 2020년 4.7%까지 급감했다.

이번 연구에 대한 사설을 작성한 이탈리아 모데나레지오에밀리아대 시모네 살렘메 박사는 MHT와 알츠하이머병의 관계를 단순하게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MHT는 하나의 동일한 치료가 아니라 사용 시기와 호르몬 조합, 투여 경로, 치료 목적, 대상 여성의 특성 등에 따라 효과와 위험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MHT 사용 시점이다.

연구 대상 여성들이 호르몬요법을 시작한 평균 연령은 70세였다. 이는 일반적으로 폐경 증상이 시작되는 40대 후반~50대 초반에 치료를 시작하고, 60세 이전에 중단하는 현재의 임상적 접근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연구진도 이러한 차이가 연구 결과를 실제 임상에 적용하는 데 중요한 제한점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번 분석에서 확인된 부검 자료는 NACC에 등록된 MHT 사용자 258명과 비사용자 2701명에서 확보됐다. 두 집단의 평균 사망 연령은 약 82세였다. 분석 과정에서는 연령, 교육 수준, 인종, 고혈압, APOE 유전자형 등을 보정했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특히 자궁적출술을 받은 여성, 즉 자궁이 없어 프로게스틴 없이 에스트로겐 단독요법을 사용할 수 있는 여성에게 가장 직접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NACC와 ADNI 자료에는 자궁적출 여부가 체계적으로 수집되지 않았다는 점도 한계로 꼽혔다. 최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조사에서는 65~74세 여성의 약 35%가 자궁적출술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연구 자체가 관찰연구라는 점에서 인과관계를 확정하기 어렵다. 연구에서 측정하지 못한 생활습관이나 사회경제적 요인 등 다른 변수들이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다.

살렘메 박사는 향후 연구에서는 단순히 MHT가 치매에 좋은가라는 질문을 넘어 어떤 여성이, 언제, 어떤 형태의 호르몬요법을 사용할 때 노년기 뇌 건강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지?를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진 역시 이번 결과가 에스트로겐 단독 호르몬요법과 노년기 치매 및 뇌 건강 사이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근거라고 평가하면서도, 보다 다양한 여성과 치료 조건을 대상으로 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결국 이번 연구는 폐경기 호르몬요법을 둘러싼 기존의 치매 위험을 높인다는 단순한 인식을 다시 들여다볼 필요성을 제기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다만 MHT는 호르몬 종류와 투여 시점, 투여 경로 등에 따라 효과와 위험이 달라지는 만큼, 알츠하이머병 예방을 목적으로 호르몬요법을 임의로 시작하는 근거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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