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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건보공단 요양급여비 '전액 환수' 재량권 남용"
제왕절개 산모에게 임의로 영양제를 투여하고 비용을 받은 행위가 법령상 부당청구에 해당하더라도, 비교형량을 하지 않고 부당이득금 전액을 환수하는 것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은 최근 산부인과 의사 A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급여비용 환수고지처분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1심을 취소했다. 건보공단의 요양급여비용 9735만원 환수고지 처분 역시 취소한다고 선고했다. 고법 판결에 불복한 건보공단이 상소함에 따라 대법원 최종 판단에 귀추가 쏠린다.
사건은 건보공단이 2022년 6월 A씨가 운영하는 B병원을 상대로 실시한 현지조사에서 시작됐다. B병원은 2016년 2월부터 2022년 4월까지 제왕절개 수술을 받기 위해 입원한 산모들에게 고단위 영양수액제인 오마프원페리주와 오마프원리피드주를 처방하고, 비급여 본인부담금을 받았다.
건보공단은 제왕절개는 포괄수가제 적용 대상이고, 산모들에게 투여한 영양제는 질병군 상대가치점수에 이미 포함돼 있어 별도로 산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1항을 적용, 산모들에게 징수한 본인부담금 총 9735만원 전액을 환수 처분했다.
환수 처분에 반발해 행정소송을 제기한 A씨는 신체건강 회복과 항염면역 강화를 목적으로 제왕절개분만 환자들의 동의를 받아 영양공급 치료행위를 한 것을 부당징수로 볼 수 없다면서 본인부담금 전액을 환수한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1심을 맡은 서울행정법원 재판부는 영양제 투여는 단순 피로 해소 목적이 아닌 제왕절개 수술 후 회복을 위한 진료행위로서 포괄수가에 포함되므로 별도 징수가 불가능하다면서 환자의 사전 동의가 있었더라도 법령 기준을 초과한 징수는 부당청구에 해당하므로 전액 환수가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역시 국민건강보험법은 행위와 치료재료에 대해서는 소극적으로 요양급여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항목을 별도로 정하고 있는 반면, 약제에 대해서는 요양급여의 대상이 되는 약제를 적극적으로(선별적으로) 정하고 있으므로, 요양급여대상에 등재된 약제 중에서는 이 사건 규칙 등이 정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사용되지 않은 경우 임의 비급여라는 개념을 상정할 여지가 있다 하더라도, 요양급여대상으로 등재되지 않은 약제에 대해서는 임의 비급여라는 개념을 상정할 여지가 없다고 보아야 한다고 했다.
또영양제 투여는 포괄수가 산정 범위에 포함돼 환자에게 별도로 비용을 징수할 수 없고,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1항이 정한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에 해당한다고 건보공단의 처분사유 자체는 인정했다.
그러나 건보공단이 제재적 행정처분을 하면서 비교형량을 하지 않고 전액 환수 처분을 한 것은 재량권과 비례원칙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2020년 6월 4일 선고 2015두39996 판결)를 인용, 처분으로 달성하려는 공익과 그로써 처분상대방이 입게 되는 불이익의 내용과 정도를 전혀 비교형량하지 않은 채 처분을 하였다면, 이는 재량권 불행사로서 그 자체로 재량권 일탈남용으로 해당 처분을 취소하여야 할 위법사유가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건보공단은 급여체계의 건전성이라는 공익뿐만 아니라 요양기관이 입게 될 경제적 불이익, 위반행위의 경위 및 기간, 실제 제공된 의료서비스의 내용과 환자에게 미친 영향, 요양기관이 실질적으로 취득한 경제적 이익의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비교형량하여 비례원칙에 부합하도록 재량을 행사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의학적 필요성에 따라 영양제를 사용한 점 △환자의 자발적 동의를 받은 점 △환자로부터 받은 금액에는 약제 구입 비용이 포함돼 있어 수령액 전체를 경제적 이익으로 볼 수 없음에도 원가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점 △객관적 재량감액 기준이 부재한 점 등을 들면서 건보공단이 이러한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일률적으로 전액을 환수한 조치는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포괄수가제는 과잉진료에 따른 국민건강 침해 방지 및 건강보험 재정의 효율적 운영 등을 도모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이나, 의료기술의 발전 기타 의료 환경의 변화와 개별 환자의 상태 등에 따라 실제 진료현장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치료와 의약품의 가치나 의료 현실을 완전하게 반영하기는 어렵다. 특히 의료기술 및 의약품의 개발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상황에서 특정 의약품의 투여가 기존 수가체계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이 사건 영양제 역시 제왕절개 수술 후 산모의 영양 공급 및 건강 회복에 도움을 줄 목적으로 사용된 만큼 투여 경위와 목적, 해당 의약품의 특성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부당 지급된 비용의 원상회복을 위해 전액 징수가 타당하다는 건보공단의 주장에 대해서도 법률이 전부 또는 일부라고 명시한 것은 개별 사안의 특수성을 고려해 비례원칙에 부합하는 결론을 도출하라는 취지라면서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편, 대법원은 2010두27639 전원합의체 판결(2012년 6월 18일 선고)을 통해 국민건강보험 법령상 법정 비급여로 지정되지 않은 임의비급여 진료는 환자와 합의하에 비용을 받았더라도 원칙적으로 국민건강보험법상 사위 기타 부당한 방법으로 비용을 받거나 부담하게 한 때에 해당하여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다만 최선의 진료를 다해야 하는 의료인의 의무와 환자의 진료받을 권리를 고려해 예외적으로 △절차적 불가피성(급여비급여 편입 절차의 부재 또는 시급성) △의학적 필요성(안전성유효성 및 기존 기준 초과 필요성) △사전 충분한 설명 및 동의(사전 합의) 등 3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면 부당청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정부는 임의 비급여의 예외를 인정한 대법원 판결 이후 의료현장의 불확실성을 개선하겠다며 시행령요양급여 기준 규칙보건복지부 고시를 개정해 ▲신의료기술 및 치료재료 평가 절차 간소화 ▲허가 초과 약제(Off-label) 사용 승인 절차 개선 ▲선별급여 제도 신설(국민건강보험법 제41조의4 등) 등을 시행하고 있지만 법령과 제도의 사각지대 문제를 완전히 해소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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