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트럼프, 타이레놀 이어 이번엔 백신? '자폐 연관성' 주장 논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임신 중 타이레놀(성분명 아세트아미노펜) 복용과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연관성을 주장한 데 이어, 이번에는 소아 예방접종과 자폐의 연관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으면서 미국 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소아 예방접종 권고체계를 대폭 손질하는 내용을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행정명령에는 기존에 한 번에 접종하던 홍역유행성이하선염풍진(MMR) 혼합백신을 각각 나눠 접종하고, 접종 때마다 별도로 의료기관을 방문하도록 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백신 접종 횟수와 시기가 자폐스펙트럼장애 증가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을 거듭 제기했다.
그러나 백신과 자폐 사이의 인과관계는 지난 수십 년간 축적된 연구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대규모 역학연구와 임상과학적 검토에서도 백신 접종이 자폐를 유발한다는 근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미국소아과학회(AAP)를 비롯한 주요 의료단체들은 새로운 과학적 근거가 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백신과 자폐의 연관성을 시사하는 주장을 국가 예방접종 정책에 반영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타이레놀 이어 백신까지재점화된 자폐 연관성 논란
이번 논란은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이 제기했던 임신 중 타이레놀 복용 논란과 유사해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임신 중 아세트아미노펜 노출과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연관성을 거론하며 임신부의 타이레놀 복용을 제한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내놨다. 당시 미국 산부인과학계를 비롯한 의료계는 이를 뒷받침할 충분한 의학적 근거가 없다며 반박했다.
실제로 올해 1월 국제학술지 The Lancet에 게재된 메타분석 연구에서도 임신 중 아세트아미노펜 사용과 자폐스펙트럼장애,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등 신경발달장애 사이의 인과관계는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기존 연구에서 관찰된 연관성이 다른 요인들을 충분히 고려할 경우 약해지거나 사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타이레놀 논란에 이어 백신까지 자폐와 연결되면서 논란이 확산하는 가운데, 이번 사안은 단순한 대통령의 발언을 넘어 연방정부 차원의 예방접종 정책 변화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파장이 더욱 클 것으로 전망된다.
MMR 쪼개고 접종 간격 늘려의료계 오히려 접종 공백 우려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개편안의 핵심 가운데 하나는 MMR 백신의 분리 접종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홍역유행성이하선염풍진을 동시에 예방하는 MMR 혼합백신이 주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행정명령은 세 가지 백신을 각각 나눠 접종하고, 각 접종을 별도의 의료기관 방문을 통해 진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실제 시행 가능성을 놓고도 의문이 제기된다. 현재 미국에서는 소아를 대상으로 한 홍역유행성이하선염풍진 단독 백신이 일반적으로 공급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계가 더 우려하는 부분은 접종 지연 가능성이다.
접종 횟수가 늘고 의료기관 방문이 반복될 경우 부모의 시간적경제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이로 인해 다음 접종이 미뤄지거나 아예 접종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어나면, 예방접종이 완료되기 전 감염병에 노출될 위험도 높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의사 출신인 빌 캐시디 미국 상원의원은 백신을 분리하면 동일한 수준의 예방 효과를 얻기 위해 오히려 어린이들이 더 많은 접종을 받아야 한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백신에 대한 불필요한 불안을 키워 접종 기피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AAP 역시 예방접종을 늦추거나 건너뛰는 것은 감염병 예방 측면에서 위험할 수 있다며 행정명령에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다.
보편적 접종 범위도 조정독감코로나19 등 권고 수준 낮춰
이번 행정명령은 MMR 접종 방식뿐 아니라 소아 예방접종 권고체계 전반을 손질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모든 어린이에게 보편적으로 권고하는 백신과 고위험군에 우선 권고하는 백신, 부모와 의료진이 접종 여부를 함께 결정하는 백신으로 권고체계를 재분류하기로 했다.
홍역유행성이하선염풍진, 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 소아마비,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 b형(Hib), 폐렴구균,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 수두 등은 핵심 예방접종으로 유지한다.
반면 AB형간염, 인플루엔자, 코로나19, 로타바이러스, 수막구균 등은 고위험군 중심 또는 부모와 의료진의 공동 의사결정 영역으로 조정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예방접종으로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질환의 유행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일부 백신의 권고 수준을 낮추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접종 권고가 약화되면 백신에 대한 대중의 신뢰가 떨어지고, 실제 접종률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이번 행정명령이 당장 미국 전역의 학교 입학을 위한 예방접종 의무 기준을 변경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는 학교 입학 등을 위한 예방접종 의무화 여부를 각 주정부가 결정한다. 이번 행정명령은 각 주정부가 연방정부의 새로운 예방접종 권고 방향을 검토하고 관련 법률을 정비하도록 유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결국 이번 조치가 실제 미국의 예방접종 현장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는 향후 연방 보건당국의 세부 권고와 각 주정부의 정책 결정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 "의사면허원, 전문가 규제기관 아닌 가장 강력한 보호막"
- 서정성 부회장, 베네수엘라 지진 복구에 정수기부터 찾은 이유?
- 검체검사 수탁기관에 검사비 '직접' 지급 법안 등장
- 윤성환 전문병원협회장 "의료체계 혁신 마중물 되겠다"
- 한미약품, 항혈전제 ‘피도글’ 10년 추적 연구 발표
- 종근당, 美 키오라와 망막질환 신약 라이선스 계약...상업화 추진
- 한 번의 사고, 세 번의 소송
- 복지부, 의료사고 이력 공개 선 긋기 "필수의료 기피 우려 균형 검토"
- '약 배송' 확대 신호탄, 플랫폼 웃고 약사회 뿔났다
- 로봇 인공고관절 수술, 초기단계부터 정밀도·안전성 확보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