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직원 가족 50% 할인…대학병원이라고 환자유인 프리패스?
대학병원이 직원 가족에게 진료비를 50%까지 할인해주는 것은 환자 유인행위 아닌가.
최근 한 의사 커뮤니티에서 대학병원의 직원 가족 진료비 할인 제도를 두고 의료법 위반 여부를 묻는 글이 올라오면서 논쟁이 일었다. 한회원은 환자 유인행위로 처벌받은 병원도 있다고 주장했고, 다른 회원은 우리같이 작은 의원급이 아니라, 큰 규모의 대학병원이라면 문제가 없을 것 같다고 반박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대학병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직원 가족 진료비 할인이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직원 복지 차원에서 일정한 범위의 직원과 가족에게 진료비 본인부담금을 감면하는 행위 자체가 곧바로 의료법상 환자유인행위가 되는 것도 아니다.
대법원이 2022년 병원 직원과 가족 등에 대한 본인부담금 감면 사건에서 이 같은 법리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현행 의료법 제27조 제3항은 누구든지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특정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소개알선유인하거나 이를 사주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본인부담금 면제할인 등을 이용해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유인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문제는 의료기관이 직원 복지 차원에서 소속 직원이나 가족에게 진료비를 할인하는 경우다.
대법원, 직원가족 진료비 감면 병원장 무죄 확정
대법원은 2022년 병원 직원과 가족 등의 본인부담금을 할인한 병원장 사건에서 무죄를 확정했다.
사건의 병원은 소속 의사와 직원, 가족친인척, 진료협력계약을 맺은 협력병원 직원과 가족 등을 대상으로 일정한 감면 기준을 적용해 진료비 본인부담금을 할인했다.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총 206회, 400여 만원 규모였다.
관할 보건소는 이를 의료법 제27조 제3항에서 금지하는 영리 목적의 환자 유인행위로 보고 고발했다. 1심에서는 벌금형의 선고유예가 내려졌지만 항소심은 판단을 뒤집어 무죄를 선고했고, 대법원도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며 무죄를 확정했다.
항소심 재판부가 주목한 것은 영리 목적이 있었는지 여부였다.
재판부는 본인부담금 감면이 의료법상 금지되는 유인행위가 되려면 단순히 감면 행위가 있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영리를 목적으로 한 것으로 인정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기망이나 유혹을 통해 환자가 특정 의료인과 치료계약을 체결하도록 유도했는지 ▲환자 유치 과정에서 환자나 브로커에게 금품이 제공됐는지 ▲의료시장의 질서를 근본적으로 해치는 특별한 사정이 있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봤다.
해당 사건에서는 감면 대상과 실제 감면 횟수 등을 고려했을 때 의료시장 질서를 뒤흔들 정도라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역시 원심의 의료법 제27조 제3항 위반죄 성립에 관한 판단에 법리 오해가 없다며 무죄를 확정했다.
대학병원이라 괜찮다는 해석은 잘못
결과적으로 이번 커뮤니티 논쟁에서 대학병원이라서 직원 가족 50% 할인이 괜찮다는 식의 해석은 정확하지 않다.
대법원 판결에서 중요한 것은 의료기관의 종별이 아니라 감면의 목적과 대상, 규모, 방식, 그리고 의료시장 질서에 미치는 영향이었다.
직원 복지라는 명확한 목적 아래 소속 직원과 그 가족 등 일정한 범위의 대상자를 정하고 내부 기준에 따라 진료비를 감면하는 것이라면, 단순히 할인율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의료법상 환자유인행위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반대로 할인 대상이 사실상 불특정 다수로 확대되거나, 직원 복지가 아니라 신규 환자 확보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직원 가족 50% 할인이라는 내부 복지제도를 두는 것과 별개로 이를 외부에 적극적으로 홍보하면서 환자에게 특정 의료기관을 선택하도록 유도하거나, 할인 혜택을 이용해 신규 환자를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운영한다면 의료법 제27조 제3항의 취지와 충돌할 가능성을 따져봐야 한다.
특히 브로커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거나 환자 유치를 목적으로 특정 환자군에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경우 등 의료시장 질서를 훼손하는 사정이 추가된다면 2022년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일률적으로 적법하다고 보기 어렵다.
50%라는 숫자만으로 판단할 문제 아니다
장영진 변호사는 2022년 대법원 판결의 의미와 한계를 함께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장 변호사는 무죄를 선고한 항소심 판결문을 살펴보면 감면 대상의 범위와 실제 감면이 이뤄진횟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의료시장의 근본 질서를 해칠 정도에 이르렀는지 여부를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본인부담금 감면 대상을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설정하는 것은 여전히 법적 위험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50%라는 할인율 자체만으로 적법위법을 가를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장 변호사는 의료기관은 본인부담금 감면 제도를 객관적이고 명확한 기준에 따라 제한적으로 운영하고, 복리후생 목적을 내부 규정 등을 통해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이번 판결이 복리후생 차원의 본인부담금 감면에 대해 일률적인 면죄부를 부여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이를 홍보나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거나 환자의 의료기관 선택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운영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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