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법원, 급여비용 삭감한 '심평의학'에 줄줄이 '제동'
법원이 급여기준을 충족하지 않는다며 요양급여비용을 삭감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감액조정처분을 줄줄이 취소했다. 환자의 상태와 임상적 판단을 무시한 채 심사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며 급여비를 삭감하는 소위 심평의학에 제동을 걸었다.
서울행정법원 제14행정부는 최근 B대학병원이 심평원을 상대로 낸 요양급여비용 감액조정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소송비용 역시 심평원이 모두 부담하라고 주문했다.
사건은 지난 2017년 연소성 특발성 척추측만증을 앓던 만 13세 환자 A양에게 시행한 척추 고정술(후방흉요추부 척추 유합술) 관련 비용 886만원을 심평원이 전액 삭감하면서 시작됐다. 심평원은 A양의 척추 측만각(Cobbs angle)이 급여 인정 기준인 40도에 미달하고, 리써 징후(Risser sign) 상 척추 성장이 완료된 5단계에 해당하므로 50도 이상이라야 급여가 가능하다며 수술비 청구를 거부했다.
B대학병원은 수술비 청구 거부가 부당하다며 심평원 이의신청과 건강보험분쟁위원회 심판청구를 했지만 모두 기각되자 법원 문을 두드렸다.
B대학병원은 A양은 15세 미만이면서 40도 이상의 만곡이 있는 경우로 성장이 끝난 환자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척추경나사(Pedicle screw system)를 이용한 척추고정술 급여기준 중 척추 변형에 관한 급여기준을 충족한다면서 요양급여비용을 인정해야 한다고 항변했다.
법원, 감정 의뢰 결과 확인척추측만증 수술비 삭감 위법
서울행정법원은 제3의 대학병원에 감정을 의뢰해 A양의 X-ray 영상을 재측정, 측만각이 42.67도43.25도로 급여 기준인 40도를 초과했음을 확인했다.
재판부는 만 13세 소아 환자의 경우 리써 등급이 5단계라는 사정만으로 성장이 끝났다고 단정할 수 없고, 15세 미만 환자에 대해 40도 이상 시 고정술 급여를 인정하도록 한 고시 취지에 부합한다며 심평원의 삭감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GIST 환자 치명적 부작용, 불내약성3차 항암제 투여기준 충족
이번 소송에서 서울행정법원은 B대학병원이 함께 제기한 위장관기질종양(GIST) 환자 C씨의 3차 항암제 스티바가정(성분명 레고라페닙) 급여비 삭감 건도 함께 심리했다.
B대학병원은 기존 1차(이마티닙imatinib) 2차(수니티닙sunitinib) 항암 치료에 반응하지 않은C씨에게 3차 항암제 스티바가(regorafenib)로 변경 투여하고 급여를 청구했다.
그러나 심평원은 출혈 조절 후 간기능이 회복했음에도 2차 항암제를 감약해 재투여하지 않았다면서 선행 약제 실패(저항성 및 불내약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약값을 감액했다.
B대학병원은 항암제 감액 처분이 부당하다며 심평원 이의신청과 건강보험분쟁위원회 심판청구를 했지만 모두 기각되자 척추측만증 수술비 청구 거부 사례와 함께 법원에 억울함을 호소했다.
재판부는 C씨가 2차 항암제인 수니티닙을 복용하던 중 대량 위장관 출혈이 발생해 헤모글로빈 수치가 12에서 6으로 급감하고, 응급 색전술을 받는 등 생명을 위협하는 이상반응(CTCAE 4등급)을 겪은 점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감정촉탁 회신을 토대로 C씨는 이전에 이마티닙과 수니티닙을 투여했으나 약제에 반응하지 않아 질병이 진행되거나(저항성), 표준용량보다 감량된 약제를 복용했음에도 임종 가능성이 언급될 정도 심각한 부작용이 있어 견딜 수 없는 경우(불내약성)라면서 기존 약제에 모두 실패해 3차 항암제 투여기준을 충족한다고 판단했다.
기계적 심사 관행 제동의사의 정당한 진료권 인정
의료계는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 의료 현장에서 의사의 전문적인 임상적 판단보다 행정 편의주의적인 심사기준을 우선해온 심평원의 과도한 삭감 관행에 경종을 울린 판결이라면서 객관적인 의학적 감정 결과와 환자 상태에 대한 정밀한 법리적 규명을 통해 심평원 처분의 위법성을 명확히 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심평원의 항소 포기로 1심판결이 확정됨에 따라, 향후 유사한 요양급여비용 감액 처분 취소 소송에서도 중요한 판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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