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주치의 제도가 아니라 일차의료가 먼저다
국회미래연구원이 지난 6일 「초고령사회 지속가능한 의료전달체계 구축을 위한 주치의 제도 설계 방안」 보고서를 공개했다. 다학제 팀, 월 포괄관리료, 공공 종합의원, 단계별 진화 모형까지 담은 종합 설계도다. 미리 밝혀둔다. 필자는 일차의료를 살려야 하고 무너진 의료전달체계를 다시 세워야 한다는 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그 수단이 주치의 제도여야 하는지는 아직 사회적 합의도, 의료계 내 합의도 없는 별개의 질문이다. 보고서는 이 두 질문을 하나로 묶어버렸다. 그래서 이 글은 보고서가 잘 짚은 것과 잘못 짚은 것을 나누어 읽는다.
잘 짚은 것들이 있다.
첫째, 다학제 인력 공유의 법적 근거를 조문 단위로 제안했다. 의료법 시행규칙 제38조 정원 산정 특례, 간호법사회복지사업법 시행규칙의 복수기관 파견 근거,케어 코디네이터 의원 직접고용률이 2.3%에 그친 것은 유인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공유 요구가 노동법을 이유로 번번이 반려됐기 때문인데국책연구가 처음으로 여기까지 왔다. 즉시 시행을 요구한다. 둘째, 보건소 진료 기능을 지역 의료기관에 위임하고 발굴연계 중심으로 전환하자는 방향도 옳다. 셋째, 방문진료의 실패 원인으로 야간공휴 가산 배제, 이동시간의 기회비용, 간호조무사 동반가산 부재를 지목한 진단도 정확하다. 넷째, 결론부에서 OECD를 인용해 초기 고정비용이 크고 효과는 중장기에 나타나므로 단기 성과를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 것도 새겨들을 대목이다.
그러나 잘못 짚은 것이 더 크다.
먼저 진단의 주소가 틀렸다. 보고서는 한국 의료의 비효율을 민간 중심 공급구조와 행위별수가제의 결합에서 찾는다. 그러나 상급종합병원이 주차장과 장례식장 수입으로 진료 적자를 메우는 나라에서, 진료량 확대의 동인은 이윤 극대화가 아니라 원가 미달분의 보전이다. 공공인 지방의료원도 똑같이 행동한다는 사실이 그 방증이다. 재정이 새는 곳도 의원이 아니다. 건강보험공단 자료로 진료비 점유율은 2001년 의원 33% 대 병원 32%에서 2025년 의원 23% 대 병원 49%로 역전됐고, 병원 몫의 절반은 47개 상급종합병원에 쏠려 있다. 보고서 스스로 상급종합종합병원이 요양기관의 1%로 외래 건당 급여비의 40%를 점유한다고 썼다. 3분 진료의 본산도 상급병원 외래다. 그런데 보고서의 통제 장치는 전부 의원급을 향한다. 상급병원의 진료 범위를 규정하고 진입과 체류를 관리하는 장치는 어디에도 없다. 프랑스의 환급률 차등과 영국의 전액 본인부담을 두 장에 걸쳐 소개해놓고 정작 도입 제안에서는 뺐다. 절감이 일어날 곳과 규제가 걸리는 곳이 다르면, 그것은 전달체계 개편이 아니라 의원급 지출 통제다.
다음으로, 보고서가 침묵한 것이 있다. 병행 추진 중인 지역사회 일차의료 혁신 시범사업의 지불 산식은 등록 의원이 아닌 다른 의원 이용을 유출률이라는 감액 승수로 처리한다. 내과에 등록한 당뇨 환자가 망막병증 검진을 위해 안과를 찾는 것은 일탈이 아니라 전달체계가 권장해야 할 정상 경로다. 보고서는 수평적 연계 부재를 구조적 결함으로 진단하면서, 연계의 결과를 감액하는 이 산식은 한 줄도 다루지 않았다. 등록 의원은 환자가 다른 의원에 갔는지 확인할 수단조차 없다. 통제할 수 없는 변수로 보상을 깎는 것은 평가가 아니다. 이런 지표는 감액 자료가 아니라 모니터링 지표로 두는 것이 맞다.
전제도 현실과 어긋난다. 보고서는 의사 1인 체제로는 포괄 관리가 불가능하다며 다학제 팀과 단일 등록을 처방한다. 그러나 국내 의원급 의사는 전문의가 절대다수이고, 만성질환자에게 주치의는 이미 있다. 고혈압은 다니던 내과, 관절은 다니던 정형외과. 질환별로 형성된 이 신뢰 관계는 파편화가 아니라 전문의 체계에서 만들어진 합리적 관계망이다. 하나의 등록 의원으로 묶으라는 요구는 이 관계를 끊으라는 요구로 받아들여질 것이고, 보고서 스스로 인용한 Starfield가 일차의료의 가장 고유한 기능으로 꼽은 것은 문지기가 아니라 조정이었다. 필요한 것은 이미 매일 이뤄지고 있으나 청구 코드가 없어 무상으로 제공되는 조정 행위에 값을 매기는 일이다.
성공 사례의 교훈도 절반만 가져왔다. 보고서가 모범으로 든 프랑스는 2006년 협약 개정으로 주치의 제도 도입 후 진료량이 감소한 피부과이비인후과류마티스과재활의학과내분비과순환기내과의 수가를 인상하고 신규 행위를 등재해 손실을 보전했다. 의뢰받은 전문의에게도 가산을 얹었다. 독일은 기존 집단수가보다 높은 수가를 적용했다. 참여가 이익이 되도록 설계했다는 것이 보고서 자신의 요약이다. 그런데 국내는 과보상을 이유로 검체검사 수가를 먼저 깎고 그 자리로 옮겨오라 한다. 프랑스가 1998년 이 방식으로 실패했다. 참여율 의사 10%, 환자 1%. 보고서에 적혀 있는 숫자다. 참고로 프랑스가 8개 단위로 나눠 보전한 그 손실이, 전문과 구분이 넓은 우리나라에서는 내과 한 곳에 집중된다. 제도를 견인해야 할 과가 손실 위험도 가장 크게 지는 구조로는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는다.
재택의료 장밋빛 전망도 법 앞에서 멈춘다. 보고서는 자택에서 경관 영양과 욕창 관리를 받으며 존엄한 노후를 보내는 그림을 그리지만, 최근 대법원은 유상 간병인의 기관절개관 흡인을 무면허 의료행위로 판단해 간병인과 이를 교육한 의사 모두에게 유죄를 확정했다. 지금 재택 현장에는 그 처치를 합법적으로 수행할 주체가 없다. 방문간호 인력과 수가가 공백을 메울 수준도 아니다. 이대로 시설 입소만 억제하면 남는 것은 내 집에서 나이 들기가 아니라 처치 공백이고, 흡인성 폐렴 입원 한 건의 비용은 방문간호 수십 회를 넘는다. 일본이 2012년 교육받은 개호복지사에게 법정 범위 내 객담흡인을 허용한 것은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기 때문인데, 일본 모델을 그토록 인용한 보고서가 이 대목만 건너뛰었다.
공공 종합의원 구상은 더 신중해야 한다. 의사를 구하지 못해 지방의료원이 흔들리는 시기에, 같은 인력 풀에서 의사를 뽑아갈 기관을 새로 짓겠다는 계획에는 인력 조달 방안이 없다. 서울처럼 자치구 의원 분포만으로 종합병원 외래 수준의 진료과가 갖춰진 곳에 필요한 것은 새 진료 기관이 아니라 보건소의 발굴조정행정 지원이다. 인력 거점과 파견이라는 지원 기능이라면 환영한다. 그러나 의원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15분 심층진료를 제도화하는 순간 그것은 건강보험 재정으로 인건비를 받는 경쟁 의료기관이 된다. 설치는 네트워크 구성이 불가능한 지역에 한하고, 기능은 진료가 아니라 지원에 한정해야 한다. 실제로 서울시는 최근 일차의료 방문진료 지원센터를 열어 권역별 케어매니저를 배치하고 구의사회와의 협력 채널로 사업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새 진료기관 없이도 지자체의 인력행정 지원과 지역의사회의 조직력이 만나면 실행력이 만들어진다는 증거다.
결국 순서의 문제다.
이 제도의 핵심 가설, 즉 선제적 관리에 비용을 태우면 상급병원 외래와 응급실과 사회적 입원이 줄어 전체 의료비가 절감된다는 명제는 검증되어야지 전제되어서는 안 된다. 검증에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참여 기관이 손실을 보지 않는 수준의 투입, 그리고 등록군과 비등록군의 총진료비입원율응급실 이용률을 비교할 사전 설계. 투입을 아끼고 실패하면 그것은 제도의 실패가 아니라 투입의 실패다. 그리고 공급자 규율만으로는 어떤 전달체계도 서지 않는다. 가입자의 의료이용에도 합리적 신호를 주어야 하며, 그 방법은 진료실의 의사에게 의뢰서 거부의 부담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제도가 경제적 신호를 주고 환자가 선택하게 하는 것이다.
일차의료를 살리자는 데, 의료전달체계를 다시 세우자는 데 반대할 의사는 없다. 다만 그 이름이 주치의 제도인지는 열린 질문이며, 어떤 이름이든 순서는 같다. 이미 지적된 문제의 해결이 먼저고, 충분한 투입이 먼저고, 검증이 먼저다. 30년째 같은 논쟁이 반복되는 이유는 의료계가 완고해서가 아니라 이 순서가 한 번도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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