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중년 '혈압·혈당 관리와 금연' 치매 없는 삶 13년 늘린다
중년기에 혈압과 혈당을 관리하고 흡연을 피하는 등 주요 혈관 건강을 유지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치매 없이 살아가는 기간이 최대 13년 가까이 긴 것으로 나타났다.
고혈압당뇨병흡연이라는 세 가지 혈관 위험요인이 모두 없는 55세 성인은 평균 30.1년 동안 치매 없이 생존한 반면, 세 가지 위험요인을 모두 가진 사람은 치매 없는 생존기간이 17.5년에 불과했다.
혈관 위험요인이 누적될수록 치매 발생 위험뿐 아니라 치매 진단 이전 사망 위험도 크게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단순히 치매 발생 가능성을 낮추는 것을 넘어, 중년기부터 혈관 건강을 관리하는 것이 노년기의 인지 건강과 삶의 질 유지에 중요한 전략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미국 뉴욕대 랑곤헬스(NYU Langone Health) 연구진이 수행한 것으로, 미국 지역사회 기반 장기 코호트 연구인 동맥경화 위험 지역사회 연구(Atherosclerosis Risk in CommunitiesARIC) 자료를 활용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Neurology Open Access에 5일 게재됐다.
혈관 위험요인 3개 있으면 치매 위험 2.7배치매 전 사망 위험 5.6배
연구진은 ARIC 연구 참가자 가운데 중년기 혈관 위험요인 정보를 보유한 1만2409명을 대상으로 분석했다.
ARIC 연구는 1986년 시작된 전향적 코호트 연구로, 중년기의 심혈관 위험요인이 노년기 치매와 건강 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장기간 추적하기 위해 설계됐다.
이번 분석 대상자의 평균 연령은 56세였으며, 여성 비율은 56%였다. 연구진은 55세 시점을 기준으로 이후 최대 95세까지 추적하면서 치매 발생과 치매 없이 사망하는 경우를 함께 평가했다.
분석한 혈관 위험요인은 ▲고혈압 ▲당뇨병 ▲현재 흡연 여부였다.
고혈압은 수축기혈압 130mmHg 이상 또는 이완기혈압 80mmHg 이상이거나 혈압약을 복용하는 경우로 정의했다. 당뇨병은 공복혈당 126mg/dL 이상, 비공복혈당 200mg/dL 이상, 의사 진단 또는 당뇨병 치료제 사용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했다. 흡연 여부는 대상자의 자기보고를 통해 확인했다.
연구 기간 동안 총 3008건의 치매 발생과 5238건의 치매 진단 전 사망이 확인됐다. 추적기간 중앙값은 26.3년이었다.
혈관 위험요인이 없는 집단과 비교했을 때, 세 가지 위험요인을 모두 가진 집단은 치매 발생 위험이 2.69배 높았다(HR 2.69, 95% CI 1.94~3.73).
특히 치매가 발생하기 전 사망할 위험은 더욱 큰 차이를 보였다. 세 가지 위험요인을 가진 사람은 위험요인이 없는 사람보다 치매 전 사망 위험이 5.61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HR 5.61, 95% CI 4.67~6.74).
연구진은 혈관 위험요인이 많은 사람에서 치매 발생률이 높을 뿐 아니라, 치매가 나타날 정도로 오래 생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번 연구의 특징은 기존 연구처럼 단순히 치매 발생 위험을 비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로 사람이 얼마나 오랫동안 인지기능을 유지하며 살아가는지를 보여주는 치매 없는 생존기간(dementia-free survival years)을 평가했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치매 발생과 치매 이전 사망이라는 두 가지 결과를 함께 고려했다. 이는 실제 노화 과정에서 치매 위험과 사망 위험이 동시에 작용하는 현실을 반영하기 위한 것이다.
분석 결과, 55세 기준으로 혈관 위험요인이 없는 사람은 평균 30.1년을 치매 없이 살았다.
반면 고혈압당뇨병흡연을 모두 가진 사람은 평균 17.5년만 치매 없이 생존했다.
두 집단 간 차이는 약 12.6년으로, 중년기의 혈관 건강 상태가 이후 수십 년간 인지 건강 유지 기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성별과 인종, 유전적 위험요인에 따른 차이도 관찰됐다.
여성은 모든 혈관 위험 수준에서 남성보다 치매 없는 생존기간이 길었다. 백인 참가자는 흑인 참가자보다 치매 없이 보내는 기간이 더 길었으며, 알츠하이머병 주요 유전 위험인자인 APOE-4 보유자는 비보유자보다 치매 없는 생존기간이 짧았다.
다만 혈관 위험요인이 증가할수록 치매 없는 생존기간이 감소하는 경향은 성별인종유전자 위험 여부와 관계없이 일관되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는 단순히 치매 위험도를 계산하는 것을 넘어 혈관 건강이 평생 인지기능 유지 기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보여준다며 중년기에 위험요인을 예방하는 전략이 뇌 건강을 지키는 중요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혈관 위험요인이 치매 위험을 높이는 기전으로는 만성적인 뇌혈관 손상과 염증 반응, 산화 스트레스 등을 제시했다.
고혈압과 당뇨병은 혈관 손상을 통해 뇌혈관 질환 위험을 높이고, 흡연은 산화 스트레스를 증가시켜 동맥경화 진행을 촉진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가 장기적으로 알츠하이머병 관련 병리인 베타아밀로이드 축적과 타우 단백질 변화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연구는 장기간 추적된 대규모 코호트를 기반으로 했고, 치매 진단 과정에서도 인지검사보호자 인터뷰의료기록 등을 활용했다는 점에서 강점이 있다.
연구의 몇 가지 한계도 밝혔다. 먼저 혈관 위험요인을 중년기의 한 시점에서만 평가했기 때문에 이후 위험요인의 변화나 누적 영향을 모두 반영하지 못했다.
또 관찰연구 특성상 다른 건강 요인이나 사회적 요인이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일부 참가자는 직접 인지평가를 받지 못해 치매 확인 방식에 차이가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
연구진은 치매를 완전히 예방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과제지만, 고혈압당뇨병흡연과 같은 조절 가능한 위험요인을 중년부터 관리하는 것은 뇌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현실적인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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