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입랜스, 환자와 라포 형성에 최적... 높은 순응도 덕"
HR+/HER2- 전이성 유방암 치료 패러다임은 화이자의 CDK4/6 억제제 입랜스(성분명: 팔보시클립) 출시 전과 후로 나뉜다.
입랜스의 출시로 HR+/HER2- 전이성 유방암 환자는 입원하지 않고 집에서 입랜스와 호르몬제를 경구 투여할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세포독성항암제보다 이상반응이 현저히 적었다. 구토와 중증 구내염 발생률이 절반 이하로 줄었고, 손발저림과 같은 신경독성 이상반응은 5% 이하로 세포독성항암제(30~50%) 수준을 크게 밑돌았다.
이문희 인하의대 교수(혈액종양내과)는 무진행생존기간(PFS)을 두 배 늘린 것 못지않게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바꾼 것이 너무 좋았다라며 입랜스 출시 당시를 회상했다.
출시 10주년을 맞은 입랜스가 바꿔놓은 유방암 치료의 패러다임에 대한 이문희 교수의 견해를 들어봤다.
이문희 교수는 인하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과장과 인하대병원 암골수이식센터장, 인하대병원 호스피스 완화의료센터장을 맡고 있다.
입랜스는 2016년 8월 국내 허가를 받은 후 2017년 11월 건강보험이 적용됐다.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100여 개국에서 45만명 이상의 환자가 처방받은 블록버스터로 자리 잡았다. 2020년부터 국내에서도 한 해 500억원 이상의 처방액을 기록 중인 주요 치료제이다.
일문일답
최초의 CDK4/6 억제제 입랜스의 등장은 HR+/HER2- 전이성 유방암 치료 패러다임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나?
입랜스는 생존기간을 연장했다는 사실을 넘어 삶의 질을 지키는 장기 관리형 치료로 HR+/HER2- 전이성 유방암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이전 세포독성항암제는 주사제여서 입원 치료를 해야 했다. 입랜스는 내분비요법과 병용해 하루 한 번 가정에서 복용하는 경구제로 복약순응도가 좋을 수밖에 없다. 병용치료를 통해 PFS를 늘린 것은 물론 고령이거나 전신 상태가 좋지 않은 환자도 수년간 외래에서 치료를 이어갈 수 있도록 했다. 내분비요법 단독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이전 치료법에 다른 옵션이 추가된 것도 치료 패러다임의 커다란 발전이다.
최근 입랜스의 장기 생존 및 치료 효과가 실사용근거(RWE) 연구에서도 허가 임상시험 결과와 같이 일관되게 확인됐다.
KCSG BR21-15 연구에 따르면 레트로졸과 입랜스 병용요법을 받은 환자의 실제 임상 데이터(real-world)의 PFS 중앙값이 28.0개월, OS 중앙값은 61.8개월로 기존 3상 임상 결과와 동일하게 일관된다는 점을 입증했다. 특히 PFS는 임상 연구보다 결과가 더 좋았다. KCSG BR21-15는 국내 환자 1017명이 참여한 아시아 지역에서 수행된 국가 단위 입랜스 동종 1차 치료 실사용 연구 중 최대 규모의 연구다. 미국 Flatiron Health 전자의무기록(EHR)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한 대규모 연구에서도 사망역확률가중치(sIPTW) 보정 후 입랜스 투여군의 치료 지속기간 중앙값은 20.7개월이었다.
리보시클립 18.3개월, 아베마시클립 17.1개월보다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길었다. 12개월 시점 치료 중단율은 입랜스 33.3%로 가장 낮았다. HR+/HER2- 진행성 유방암 환자 1만 1557명이 이번 연구에 참여했다. 물론 직접 비교한(head-to-head) 연구는 아니므로 결과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다만 실제 임상 데이터에서 입랜스 치료 환자의 생존 기간이 길었다는 것과 약물 치료를 하다가 탈락한 환자 비율이 낮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대규모 실사용근거 연구 결과가 주요 임상 결과와 일관되게 나와야 한다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것 아닌가?
엄격하게 통제된 임상시험과 달리 실사용근거 연구는 실제 효과를 검증하는 시험대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임상시험에는 상태가 너무 나쁘거나 간 기능 이상, 소화기 질환 등 동반질환이 있는 환자는 참여하기 어려워 상대적으로 상태가 좋은 환자가 투여 대상이 된다.
반면, 실제 진료 현장에는 간염, 소화기 질환, 심장질환 등 다양한 동반질환을 가진 환자가 많다. 통제되지 않은 실제 환자가 포함된 진료 데이터에서 임상시험 결과와 일관된 데이터를 보였다는 건 그래서 의미가 크다. 또한 연령이나 기저질환이 각기 다른 실제 진료 현장의 한국인 환자에게도 임상시험과 동일한 효과와 안전성이 확인됐다.
입랜스가 출시 10주년을 맞았다. 현재 후속 CDK4/6 억제제도 속속 출시돼 치료 옵션이 다양해졌다. 다양한 옵션 중 입랜스는 주로 어떤 환자에게 처방되나?
CDK4/6 억제제별 프로파일 즉, 호중구 감소증과 간독성, 심전도상 QT 간격 연장 등을 주의 깊게 살핀다. 환자의 간 기능, 심장 상태, 동반질환, 전신 상태 등도 고려한다. 입랜스는 주로 전신 상태가 좋지 않은 환자, 고령 환자, 심장 부정맥이나 간 기능 저하가 있는 환자에게 우선 처방을 고려한다. 설사 이상반응이 적어 치료를 시작할 때 환자와 라포를 형성하고 치료를 지속할 수 있도록 용기를 주기에 좋다. 한마디로 치료 접근성과 복약순응도가 다른 CDK4/6 억제제보다 높아 입랜스를 선택한다.
최근 발표된 INAVO120, VIKTORIA-1 등 새로운 표적치료제 임상연구에서도 입랜스가 표준치료의 백본(backbone)으로 활용됐다. 입랜스의 현재 임상적 위치는?
입랜스를 표준치료의 백본(backbone)으로 사용한다는 것은, 수많은 검증을 거쳐 그 약이 치료의 확고한 기반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PIK3CA 변이 환자를 대상으로 한 INAVO120 연구나 2차 치료를 다룬 VIKTORIA-1 연구처럼 최신 병용요법 임상에서 입랜스와 내분비요법 병용요법이 기본 치료로 설정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유방암 환자의 약 35~40%에서 PIK3CA 돌연변이가 확인되며, 해당 변이가 있으면 종양의 공격성이 강하고 기존 항암 치료 유지 기간이 짧은 경향을 보인다.
PIK3CA 돌연변이 유방암을 치료할 때 다른 치료제와 병용을 고려할 수 있으나, 설사나 피부 발진 등의 독성 반응이 겹치면 치료를 계속하기 어렵다.
입랜스는 상대적으로 우수한 내약성과 유효성은 물론, 병용요법을 할 때 치료 지속성을 높이고 부작용을 줄여 효과적이라고 평가받는다. 이는 입랜스가 단순히 여러 선택지 중 하나가 아니라, 전이성 유방암 치료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기본 골격이라는 점을 증명한다.
앞으로 개발될 차세대 표적치료제들 역시 입랜스라는 탄탄한 기반과 시너지를 내며, 환자 치료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10년간 CDK4/6 억제제 등장으로 HR+/HER2- 전이성 유방암 치료 패러다임은 크게 변화했다. 앞으로의 10년 후도 전망해 본다면?
지난 10년은 CDK4/6 억제제의 등장으로 내분비요법의 한계를 뛰어넘고 환자 생존율의 혁신을 이뤘다. 다가올 10년은 정밀의료를 바탕으로 맞춤형 치료와 내성 극복이 유방암 치료의 새 지평을 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유방암 치료 시 CDK4/6 억제제를 장기 복용하면 내성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내성 문제를 해결하려고 기존 CDK4/6 억제제 외에 다른 기전의 약을 추가하는 치료 옵션이 개발 중이다. 현재 임상 현장과 학계에서는 치료 효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환자에게 최선의 예후가 기대되는 최적의 약제 조합 및 투여 순서를 도출하려는 연구가 활발하다.
과거 입랜스를 활용한 치료는 주로 레트로졸, 아나스트로졸 등의 아로마타제 억제제나 풀베스트란트 성분의 항호르몬제를 병용하는 요법이 주류였다. 최근 유방암 치료 영역에서 새로운 기전의 SERD(선택적 에스트로겐 수용체 분해제) 계열을 비롯한 혁신적인 차세대 항호르몬제들이 출시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 표준 치료법을 넘어 이들 신약과 입랜스를 조합해 치료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약제 내성을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병용 임상 연구가 활발하다.
유방암 환자 중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HER2 양성 환자군은 표적항암제 도입 이후 생존기간이 유의미하게 연장됐다. 여기에 입랜스를 병용해 치료 유지 기간을 더욱 연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입랜스는 HER2 양성 유방암 환자와의 병용 투여 시 우수한 치료 시너지와 안전성을 입증하며 임상 현장에서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개발 초기 단계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영역이었으나, 임상 데이터를 통해 치료 유용성이 확인되면서 향후 새로운 대안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정밀치료의 시대 속에서도 입랜스와 같은 CDK4/6 억제제가 지닌 1차 치료제로서의 확고한 가치는 10년 뒤에도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본다. 입랜스는 여전히 유방암 장기 치료 여정의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시작점이자 중심 기둥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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