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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무죄인데 또 민사…건보공단 묻지마 소송 '제동'

송성철 기자2026.07.27 17:59
청주지방법원은 최근 건보공단이 충북지역 A재활병원 대표자 B씨와 C손해보험사를 상대로 제기한 1억 1204만원대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청주지방법원은 최근 건보공단이 충북지역 A재활병원 대표자 B씨와 C손해보험사를 상대로 제기한 1억 1204만원대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각 기각한다라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소송 비용 역시 패소한 건보공단이 전액 부담하라고 주문했다. [사진=freepik] ⓒ의협신문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환자의 돌발 행동으로 발생한 추락 사고와 관련해 의료기관을 상대로 1억 원대 구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가 기각됐다. 특히 건보공단은 동일한 사안으로 진행된 업무상과실치상 형사 재판에서 의료진의 무죄가 확정되었음에도 의료기관을 상대로 민사 소송을 강행한 것으로 나타나, 국민이 낸 건강보험료로 무리한 소송을 남발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청주지방법원은 최근 건보공단이 충북지역 A재활병원 대표자 B씨와 C손해보험사를 상대로 제기한 1억 1204만원대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각 기각한다라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소송 비용 역시 패소한 건보공단이 전액 부담하라고 주문했다.

사건은 지난 2022년 9월 14일 교통사고를 당한 D씨(당시 75세)가 외상성 경막하출혈다발성 중족골 골절 진단을 받고 급성기병원 치료 후 10월 19일 A재활병원에 입원해 재활치료를 받았다. 치매와 섬망 증세를 보인 D씨는 정신건강의학과 의료진이 있는 다른 병원 전원 예정일인 12월 6일 새벽 시간에 잠기지 않은 병원 3층 테라스 출입문을 열고 나가 높이 약 90cm의 석재 난간을 기어오른 뒤, 다시 그 위에 설치된 높이 1m의 유리벽까지 넘어가 바깥쪽을 걷다 약 11.3m 아래 지상으로 추락, 다발성 골절 등 중상을 입었다.

병원 추락 사고와 관련해 검찰은 2024년 5월 병원 선임간호사를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형사 기소했다. 형사 재판에서 1심 법원은 ▲해당 병원은 정신질환자나 알코올 중독자를 격리하는 폐쇄병동이 아닌 일반 재활병원인 점 ▲다발성 골절상을 입은 고령의 환자가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게 1.9m 높이의 난간을 연속으로 넘어 뛰어내릴 것이라고는 간호사의료진간병인이 도저히 예견하기 어려웠던 점 ▲실시간 1 대 1 밀착 감시가 현실적법적으로 불가했던 점 ▲병원 의료진은 환자의 이상 증세에 대해 진료하고 가족에게 설명 의무를 다했으며, 사고 당일 정신건강의학과 의료진이 있는 다른 전문 병원으로 전원 조치를 취한 점 등을 들어 병원 측의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 역시 원심판결에는 검사가 주장하는 사실오인이나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며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고, 검찰 측이 상고하지 않아 2025년 11월 1일 판결이 확정됐다.

하지만 건보공단 충주지사는 형사 무죄 판결이 나왔음에도 병원 대표자 B씨를 상대로 시설물 관리 소홀과 환자에 대한 보호관찰의무 위반을 이유로 골절 상해 치료비 중 건보공단 부담금 1억 1204만원을 납부하라는 고지서를 2차례 발송하고, 2025년 12월 11일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건보공단은 병원의 시설관리 매뉴얼상 동절기에는 테라스 문을 잠그도록 규정되어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했고, 섬망 증상이 있는 환자를 밀착 감시하지 않았다며 민법 제758조(공작물 점유자소유자의 책임) 등을 근거로 내세웠다.

법원은 병원 측의 시설 관리나 환자 보호관찰의무 위반과 사고 발생 사이에 법적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해당 테라스는 환자와 보호자에게 휴식과 조망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매뉴얼상 동절기 폐쇄 지침은 추위나 바닥 결빙으로 인한 미끄러짐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고령의 환자가 90cm의 석재 난간과 그 위의 1m 유리벽을 연이어 넘어가는 이례적인 행동까지 예상하여 이를 방지하기 위한 지침은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A재활병원은 정신질환자나 알코올 중독자를 격리하는 정신병원이나 치매 환자를 전담하는 요양병원이 아니라, 신체 기능이 저하된 환자의 일상 복귀를 돕는 일반 재활병원이라며 환자가 일반적인 예측 범위를 완전히 벗어나 총 1.9m에 달하는 석재 및 유리 난간을 차례로 넘어가는 이례적인 행동을 할 것까지 예상할 수는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업무상과실치상죄로 공소를 제기한 형사사건에서도 무죄를 선고한 점을 들어 건보공단의 구상권 청구를 기각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건보공단이 국민건강보험법 제58조 제1항을 근거로 의료기관 측에 구상권을 행사하는 빈도가 늘고 있다며 의료기관은 국가를 대신해 요양급여를 제공하는 공무적 성격을 수행하므로, 국가배상법상 공무원의 직무 수행을 돕기 위해 고의중과실에만 구상권을 제한하는 것처럼 의료인의 경과실이나 불가항력적 사고에 대해서는 구상권을 제한하는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의료계역시 건보공단의 구상권 남발이 소극적 방어진료를 조장하고,재정 건전성을 저해한다고 비판했다.

의료계는건보공단이 무분별하게 구상권을 행사하면 의료기관은 의료사고 시 환자 측에 대한 손해배상 외에도 공단의 구상금이라는 이중의 재정적 부담 위험에 노출된다면서 이로 인해 의료기관이 고위험 환자의 진료를 기피하고 전원시키는 등 방어진료를 조장해 결국 국민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부작용을 낳는다고 우려했다.

의료계는건보공단이 승소 가능성이 낮은 소송을 강행했다가 패소할 때 발생하는 소송 비용은 결국 국민이 납부하는 건강보험료에서 지출된다. 건보공단의 소송 남발은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을 오히려 저해할 수 있다면서 건보공단의 소송 남발을 막기 위해 고의 또는 중과실에 한해 제한적으로 구상권을 행사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형사 사건에 이어 구상금 소송에 휘말린 A재활병원 대표자 B씨는 이번 판결은 일반 재활병원에 정신병원 수준의 격리와 밀착 감시를 요구하며 기계적으로 구상권을 남발해 온 건보공단의 청구 관행에 사법부가 제동을 건 것이라며 의료진이 소송 부담에서 벗어나 환자의 재활과 치료에만 전념할 수 있는 합리적인 의료 환경과 제도적 보완이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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