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건보 지급보류 규정 위헌 전제로 판결…대법 "오판"
해당 법률의 위헌 결정에 앞서 하급심 법원이 유사한 취지의 위헌 결정을 인용해 행정처분을 취소한 것은 법리를 오해한 오판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지방자치단체장의 의료급여비 지급보류 처분 자체는 유효하다면서도, 관련 형사재판에서 무죄가 확정된 만큼 지급보류한 의료급여비와 보류기간 동안의 이자를 돌려주라고 판시했다.
대법원 제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A의료법인이 목포시장을 상대로 낸 의료급여비용 지급보류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2023두57913)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으로 환송했다.
사건은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목포시는 경찰로부터 A의료법인이 설립 과정에서 비의료인 DE씨에게 지배당한 일명 사무장병원 혐의로 수사 송치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목포시는 구 의료급여법 제11조의5 제1항을 근거로 2020년 1월 A의료법인이 운영하는 C요양병원에 대한 의료급여비용 지급보류 처분을 내렸다.
A의료법인은 지자체가 수사 결과만으로 의료급여비 지급보류 처분을 한 것은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하고 재산권을 침해한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인 광주지방법원은 목포시의 손을 들어 원고 패소 판결했으나, 2심(원심)인 광주고등법원은 판단을 뒤집었다.
2심 재판부는 2023년 3월 23일 헌법재판소가 국민건강보험법상 지급보류 조항에 대해 과잉금지원칙 위반(재산권 침해)을 이유로 헌법불합치 결정(2018헌바433, 2019헌가22, 2020헌바503 병합)을 내린 점을 들면서 거의 대부분 내용이 동일한 의료급여법 조항에 근거한 지급보류 처분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며 재산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처분이라고 판단했다.
당시 2심 재판부는 우리나라는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를 채택하고 있고, 현행 국민건강보험체계 하에서 요양급여 비중이 현저히 높은 상황임에도, 추후 무죄가 확정됐을 때 이를 반영해 처분을 취소하거나 이자지연손해금을 보상하는 입법적 규율이 전혀 없고, 지급보류기간 동안 발생한 재산권 제한에 관한 이자 내지 지연손해금 비율에 대한 규율도 없다면서 보류조항으로 인해 의료기관 개설자가 입게 되는 불이익은 상당히 커 법익의 균형성도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하며 1심 판결을 취소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헌법 제107조 제1항을 들어 법률이 위헌이라는 의심이 들 경우 법원은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해야할뿐, 스스로 그 법률조항이 위헌임을 전제로 재판할 수는 없다면서 헌재의 판단이 나오기 전에 2심 법원이 독자적으로 의료급여법 조항을 위헌으로 전제해 판결한 것은 법률의 위헌 여부 심판권 귀속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광주고법(원심) 판결 이후인 2024년 6월 헌재가 의료급여법 제11조의5 제4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2021헌가19)을 내리면서 법적 공백을 막기 위해 2025년 6월 30일까지 기존 법 조항의 잠정 적용을 명한 점에 주목했다.
대법원은 헌재가 일정 시한까지 계속 적용을 명한 것은 수사 결과에 따라 급여지급을 보류할 정당한 필요성이 인정되었기 때문이라며 목포시가 잠정적용 시한 전에 내린 지급보류 처분은 법적 근거가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법원이 목포시장의 지급보류 처분을 위법하다고 보아 취소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다만 대법원은 관련자 DE씨의 형사재판에서 무죄가 확정된 이상, 개정 의료급여법 제11조의5 제4항에 따라 급여비 지급보류 처분을 취소하고, 지급 보류된 기간 동안의 이자(민법상 법정이율 연 5%)를 가산해 해당 의료급여기관에 지급해야 한다며 실질적인 구제 지침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진행될 광주고등법원 파기환송심에서는 목포시가 의료급여비 지급보류 처분을 직권 취소하고 이자를 더해 지급하거나, A의료법인이 소 변경을 거쳐 개정 의료급여법에 따른 이자 가산 지급을 청구하는 방식으로 정리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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