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의료전문직업성 구현을 위한 '의사면허관리원' 필요성
앞서 살펴본 자율규제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의사면허관리원은 다섯가지 역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전문직 자율규제와 공정한 책임 체계
첫째,비윤리적 행위와 수준 이하의 진료에 대한 명확한 전문직 기준을 설정하고, 신고와 민원을 독립적으로 조사할 수 있어야 한다.
조사 결과에 따라 무혐의 종결, 권고, 경고, 교육, 감독 진료, 진료 범위 제한, 일시적 면허정지 및 면허취소 요청 등 비례적인 조치를 적용해야 한다.
자율규제는 징계 건수를 늘리는 제도가 아니다. 중대한 위해가 발생하기 전에 위험 신호를 발견하고 개선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건강 문제소진약물 의존지식과 술기의 저하반복되는 의사소통 문제를 조기에 발견하여 비밀보장과 환자 보호를 함께 충족하는 회복재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면허관리원에는 법률상 조사권, 자료 제출 요구권과 공정한 청문절차가 필요하며, 동시에 조사와 심리를 분리하고 독립적인 이의제기 절차와 사법적 심사를 보장하여 의사의 적법절차도 보호해야 한다.
환자 안전과 국민 신뢰를 위한 민원분쟁 대응
둘째, 의료의 사법화를 완화하려면 환자와 보호자가 진료에 대한 우려를 전문기관에 쉽게 제기할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다.
모든 민원이 징계사건은 아니다. 의사소통의 부족설명과 동의의무기록 접근진료비나 예약 관리 등은 조정과 설명만으로 해결될 수 있지만, 반복적 위해성적 경계 위반기록 조작중대한 역량 부족은 공식 조사가 필요하다.
면허관리원은 민원을 위험도와 성격에 따라 분류하고, 조정중재기관, 의료기관 환자안전체계, 수사기관 및 법원과 역할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이런 구조가 작동하면 환자는 소송 이전에 전문적 설명과 해결 기회를 얻고, 의료계는 사건으로부터 학습하여 재발을 방지할 수 있다.
면허 등록과 지속적 전문성 개발
셋째, 일회성 면허 발급 중심의 체계에서 벗어나 활동 의사의 등록 상태와 전문성 유지 여부를 정기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영국은 2012년부터 면허 재인증(revalidation) 제도를 시행하여 모든 의사가 주기적으로 진료 적합성을 재확인받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모든 의사에게 주기적인 필기시험을 부과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진료 분야와 위험도에 따라 보수교육, 전문직업성 교육, 질 향상 활동, 동료환자 피드백, 건강 상태와 진료 수행 자료 등을 합리적으로 결합해야 한다.
면허 유지 평가는 처벌적 재시험이 아니라 지속적 전문성 개발과 개선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설계해야 하며, 평가에서 문제가 확인되면 곧바로 면허를 박탈하기보다 맞춤형 교육, 멘토링, 감독 진료와 단계적 복귀를 제공해야 한다. 다만 환자에게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때는 신속하게 진료를 제한할 수 있어야 한다.
정확한 의료 인력 자료의 구축과 정책 지원
넷째, 앞서 지적한 의정 사태와 같은 갈등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면허관리원은 누가 실제로 진료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는 최신 등록부를 구축해야 한다.
현재 진료 활동 여부와 주요 업무, 전문과목과 세부 전문 분야, 근무지역과 의료기관 유형, 상근시간제개원봉직 등 근무 형태, 임상교육연구행정 업무의 비중, 연령은퇴 계획과 경력 단절 여부, 보수교육과 면허상 조건, 외국 의사의 유입과 국내 의사의 해외 이동 등에 관한 정보가 체계적으로 축적해야 지역별전문과목별 인력의 실제 공급을 평가할 수 있다. 이 자료는 의사 수를 늘리거나 줄이기 위한 정치적 수단이 아니라, 지역별 의료접근성, 필수의료 수요, 업무량과 생산성, 의료전달체계의 변화를 함께 분석하기 위한 공공 자산이어야 한다.
개인정보는 엄격히 보호하되, 정책에 필요한 집계자료와 연구자료는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면허협력과 거버넌스
다섯째, 면허관리원은 외국 의사의 자격 검증, 제한면허와 임시면허, 국제적 징계 정보 교환, 국가 간 면허 인정 협상에서 전문성을 갖춘 대표기관으로 기능해야 한다.
의학교육 인증기관, 전문의 자격기관,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 및 국제 규제기관과 상시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면허관리원 자체의 거버넌스도 국제적인 공익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이사회와 심의기구에는 의사뿐 아니라 환자시민, 법률, 윤리, 환자 안전 및 보건정책 전문가가 참여해야 하며, 특정 직역이나 정부 어느 한쪽이 지배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재정과 인사, 조사와 심의에서 독립성을 보장하되, 국회와 국민에 대한 정기적인 성과 보고와 외부 평가를 통해 책무성을 확보해야 한다.
대한의사협회와 면허관리원은 왜 분리되어야 하는가
의사의 권익 보호와 전문직 규제는 모두 필요하지만, 하나의 기관이 두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한의사협회는 회원을 대표하여 적정한 보상, 안전한 근무 환경, 법적 보호와 합리적인 보건의료 정책을 요구해야 한다. 이는 정당하고 필요한 역할이다.
반면 면허관리원은 환자와 사회의 관점에서 의사가 안전하고 윤리적인 진료를 제공할 수 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조사 대상 의사가 의사협회의 회원이라는 사실이 판단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되며, 정부의 단기적 정책목표나 정치적 압력으로부터도 독립해야 한다.
회원의 권익을 대변해야 할 조직이 동시에 그 회원을 조사하고 징계해야 한다면, 이는 서로 상충하는 임무를 하나의 기구에 떠맡기는 것과 다르지 않다. 따라서 두 기관은 협력할 수 있지만 지배종속 관계에 있어서는 안 된다.
독립은 의료계의 배제를 의미하지 않는다. 전문적 판단의 질을 확보하려면 의사가 조사와 기준 설정에 핵심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그러나 의사만으로 구성된 폐쇄적 기구도 곤란하다.
한국형 면허관리원은 전문직 주도성, 시민 참여, 정부로부터의 적정한 독립성 및 공적 책무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공동 규제 모델로 설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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