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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플 플러스

대한의학회 "연구용역으로 법률 바꾸지 못합니다"

이영재 기자2026.07.29 17:30

대한의학회가 개정 의료분쟁조정법과 관련해 진행 중인 한 연구용역의 의미와 한계를 26개 산하 전문과목학회에 설명하며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다. 일부에서 하위법령만 잘 만들면 법의 문제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해 진행하는 연구용역이라며 의미를 과장왜곡하는 데 따른 조치다.

대한의학회는 최근 26개 전문과목학회에 보내는 공문을 통해 연구용역은 법률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이 아니라, 법 시행 과정에서 의료현장의 혼란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보완 작업이며, 하위법령을 대신 만드는 작업이 아니다라면서 법률로 정해진 문제는 법 개정 없이는 해결되지 않는다라고 분명히 했다.

현재 의료계는 개정 의료분쟁조정법에 대해 불안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필수의료를 보호하겠다는 취지와 달리, 실제로는 의료인에게 더 무거운 책임을 지우고 강제조정까지 확대하는 구조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대한의학회는 이런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연구용역의 의미가 과장되거나 왜곡되는 점을 바로잡겠다는 입장이다.

의학회가 설명한 핵심은 분명하다. 연구용역은 개정법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게 아니라, 법 시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합리와 혼선을 최소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특히 법률에 이미 명문화된 조항은 하위법령이나 가이드라인으로 손볼 수 없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결국 법의 뼈대를 바꾸려면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대한의학회는 지난 4월 20일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응급의학과, 중환자의학과, 신경과, 신경외과, 심장혈관흉부외과 등 필수의료 핵심 학회를 중심으로 긴급대표자모임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의 문제점이 크다는 데 이견이 없었고, 그럼에도 법안 통과 가능성이 높다면 피해를 줄일 대책을 서둘러 준비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론에 무게를 실었다.

긴급대표자모임이 주목한 첫 번째 문제는 고위험 필수의료행위를 둘러싼 자동개시 조항이다.

개정법은 고위험 필수의료에 해당할 경우 당사자 신청만으로 조정이 강제로 시작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의료계가 가장 우려하는 대목이다. 필수의료를 살리겠다면서 정작 필수의료 종사자를 더 큰 분쟁 위험속으로 내모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두 번째 문제는 12대 중과실 규정이다.

개정법은 기소제한 특례를 받기 위해 고위험 필수의료행위 여부, 7일 이내 설명의무 이행, 사전 책임보험 가입, 12대 중과실 부존재, 손해배상금 전액 지급 등 여러 요건을 충족하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설명의무 위반과 중과실이 연결되고, 경과실에 가까운 사안까지 중과실로 해석될 위험이 크다는 데 있다.

대한의학회는 12대 중과실 문제는 하위법령을 잘 만든다고 해결될 성격이 아니라고 못박았다. 형사책임과 직접 관련이 없는 설명의무를 중과실 개념과 연결한 구조 자체가 법률 개정 없이는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실제 사례에서 지나치게 불리하게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최소한 합리적 해석 지침은 제시해야 한다는 판단 아래 연구용역을 진행하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대한의학회가 진행하는 연구용역은 두 축으로 나뉜다. 먼저 고위험 필수의료행위 목록을 구체화하고 대통령령안을 제안하는 연구다. 다른 하나는 12대 중과실에 대한 의료현장 맞춤형 심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일이다. 이 두 과제는 법률의 빈틈을 직접 메우지는 못하지만, 최소한 법 해석의 폭주를 막는 안전장치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연구는 지난 5월 15일 착수해 11월 30일 최종 보고서를 제출하는 일정으로 진행 중이다.

대한의학회는 이 연구가 2027년 4월 법안 공표 6개월 전까지 실무적으로 활용 가능한 수준으로 완성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시간표가 빠듯한 만큼, 9개 필수의료 학회가 연구에 직접 참여하는 구조를 택했다는 설명이다.

연구대상 학회는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응급의학과, 중환자의학과, 신경외과, 심장혈관흉부외과, 신경과 등이다. 각 학회에서 상임이사 1명씩을 추천받아 총 9명의 의료위원회를 구성하고, 법조인을 포함한 별도 법률자문위원회도 함께 운영한다. 의료현장의 판단과 법률적 검토를 동시에 반영하겠다는 취지지만, 어디까지나 연구용역의 범위 안에서 움직일 뿐이라고 전했다.

연구의 첫 번째 과제는 고위험 필수의료행위 목록이다.

대한의학회는 이를 대통령령 제안과 별표 목록 형태로 정리해 보건복지부에 전달할 계획이다. 그러나 자동조정 대상의 범위를 넓힌 개정법의 핵심 조항 자체는 법률 사항이어서, 연구결과만으로 문제를 제거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과제는 12대 중과실 심의 가이드라인이다.

대한의학회는 의료사고심의위원회가 실제 사건을 판단할 때 참고할 수 있도록, 의료의 특수성과 임상적 예외를 반영한 기준을 제시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 가이드라인에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 심의위원회가 반드시 따라야 할 의무도 없고, 그 자체로 하위법령의 효력을 갖는 것도 아니다.

또 하나의 연구과제는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제도 확대 방안이다.

개정법에 따라 보상 범위가 분만 외 고위험 필수의료까지 넓어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우선 응급과 소아 분야를 중심으로 대상 질환과 판단 기준, 보상한도를 제안하는 내용이다. 응급은 KTAS 12등급 또는 23개 중증응급질환군을 우선 검토 대상으로 삼는다. 다만 이 역시 최종 도입 여부나 지원 범위를 확정하는 게 아니며, 법적 구속력도 없다.

대한의학회는 연구 자료 수집을 1차와 2차로 나눠 진행하고 있다. 1차는 연구에 직접 참여하는 9개 학회를 중심으로 고위험 필수의료 항목, 중대한 과실 사례, 예외사례와 해설,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 대상 질환 목록을 정리한다. 2차는 대한의학회 산하 전체 학회로 확대해 보다 넓은 범위의 자료를 수집한다. 8월 중 안내서와 서식을 배포할 예정이다.

현재 개정 의료분쟁조정법의 보완 작업은 보건복지부 중심의 의료분쟁제도개선협의체에서 진행 중이다. 이 협의체에는 의료계, 환자단체, 사회단체, 법조인, 경찰청 등이 참여하고 있다. 1차 회의는 6월 11일, 2차 회의는 7월 9일 열렸다. 대한의학회는 이 협의체 구성원은 아니지만, 협의체 논의에 필요한 연구용역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협의체에서의 하위법령 보완 작업은 의료계와 정부가 병행해야 할 과제다.

대한의학회는 고위험 필수의료행위 목록과 중과실 가이드라인 연구는 수행하고 있지만, 의료사고 설명의무와 의료사고심의위원회 구성운영규칙 연구는 각각 다른 법무법인이 담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즉 분야별로 역할을 나눠 하위법령 초안을 마련하고 있는 셈이다.

대한의학회는 연구용역은 하위법령을 직접 만드는 것도 아니고, 바꿔치기하는 것도 아니다. 하위법령의 주체는 결국 정부이고, 법률이 바뀌지 않는 한 해결 불가능한 문제도 적지 않다. 특히 고위험 필수의료 자동조정 확대와 12대 중과실의 구조적 문제는 연구용역만으로는 손댈 수 없다는 점을 의료계가 냉정하게 인식해야 한다라면서 그럼에도 연구를 진행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법의 문제를 완전히 고칠 수는 없더라도, 의료현장에서 최악의 혼란을 줄일 실무적 기준은 필요하기 때문이다. 추상적인 법 조항을 실제 환자 진료 현장에 적용 가능한 언어로 바꾸는 작업이야말로 지금 당장 필요한 일이다. 법이 현실을 몰라도, 현장은 법을 피해 갈 수 없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대한의학회는 향후에도 의료계가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전공의협의회, 26개 학회 등을 통해 정책 제안을 이어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대한의학회는 개정 의료분쟁조정법은 출발부터 많은 문제를 안고 있으며, 그 해법을 연구용역에 과도하게 기대해서는 안 된다. 연구는 필요하지만 만능이 아니고, 하위법령은 중요하지만 법률의 한계를 넘을 수 없다라면서 하위법령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결국 법률 재개정 논의로 이어져야 한다. 연구용역은 출발점일 뿐, 종착점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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