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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간병인 석션 의료법 위반"…'간병대란' 오나
병원 현장에서 관행적으로 간병인이나 보호자가 수행하고 있는 가래 흡인(석션, Suction) 시술은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석션을 수행한 간병인에게는 징역형(집행유예)을, 간병인에게 석션을 지시교육한 의사에게는 무면허 의료행위 공모를 인정, 벌금형(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간병인의 석션 시술을 의료법 위반으로 확정함에 따라, 수시로 석션이 필요한 와상 환자와 중증 환자가 입원 중인 대학병원과 요양병원 등 의료 현장에 간병 대란이 몰아칠 전망이다.
대법원 제2부는 최근 의료법 위반 및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간병인 A씨와 D병원 소속 신경외과 의사 B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원심 법원이 A씨에게 내린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B씨에게 내린 벌금 200만원의 선고를 유예한 판결이 최종 확정됐다.
이 사건은 지난 2021년 4월 서울에 있는 D병원에서 발생했다. 뇌출혈로 입원해 기관절개술을 받은 환자 E씨(여당시 60세)의 담당 의사 B씨는 간병인 A씨에게 기관절개 호흡기관에 카테터를 넣어 가래를 제거하는 석션 시술을 하도록 지시하고 교육했다.
그러나 A씨는 2021년 4월 18일 새벽 3시경 환자의 기관절개관에 흡인 압력이 작용하는 카테터를 꽂아놓은 채 간이침대에서 잠이 들었다. 이로 인해 E씨는 기관 내 손상 및 저산소증을 입었고, 두 달간 치료를 받던 중 저산소성 뇌 손상으로 인한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했다.
서울북부지방법원 1심 재판부는 석션 시술은 환자의 기관 내 분비물을 제거함으로써 환자의 호흡곤란을 방지하고 폐렴 등 호흡기계 감염을 예방할 목적으로 시행되는바, 기본적으로 질병의 예방을 위한 행위의 범위에 포함된다면서 석션 시술은 원칙적으로 의료인에 의하여 행하여 져야 하는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규정했다.
의사 측은 석션이 고도의 전문지식이 필요 없고, 직접 지시를 하지 않았다며 무죄를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배척했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결(2003년 9월 5일 선고 2003도2903)을 인용, 의료행위는 의료인만이 할 수 있음을 원칙으로 하되, 간호사, 간호조무사 등의 면허를 가진 자가 의사의 지도하에 진료 또는 의학적 검사에 종사하는 행위는 허용된다 할 것이나 그 외의 자는 의사의 지도하에서도 의료행위를 할 수 없는 것이고, 의료행위를 할 면허 또는 자격이 없는 한 그 행위자가 실제로 그 행위에 관하여 의료인과 같은 수준의 전문지식이나 시술능력을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석션 시술 과정에서 카테터의 위생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에는 감염의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위 시술이 지나치게 오래 이루어지거나 석션 카테터가 목에 꽂혀 있는 채로 방치될 경우 환자가 호흡할 수 있는 산소량이 줄어들어 기관 내부의 손상 및 저산소증 등과 같은 악결과가 발생할 수 있는바, 의학적 전문지식 및 경험을 갖추지 못한 비의료인에 의하여 행하여질 경우 충분히 보건위생상의 위해를 발생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의사 B씨가 석션 시범을 보이고 주의사항을 교육한 점, 석션이 가능한 간병인을 구하도록 한 점 등을 들어 암묵적 의사 결합에 의한 무면허 의료행위 공모관계를 인정했다.
다만 법원은 병원 현장의 만성적인 인력 부족과 구조적 한계를 양형에 참작했다.
1심 재판부는 의사 B씨에게 벌금 200만 원의 선고유예를 선고하며 국내 대부분의 병원에서는 의료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관행적으로 간병인에 의해 석션이 시행되어 왔고, 시스템 개선 없이 병원 내 모든 환자의 석션을 의료인이 전담하기는 어려운 현실적 면이 있다고 짚었다.
간병인 A씨에 대해서도 만 하루 이상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환자를 돌보던 중 범행에 이른 점 등 열악한 근무여건이 결합됐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항소심과 대법원 모두 1심의 법리 판단과 양형이 타당하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 확정 판결로 의료기관에서 간병인 석션 시술은 불법행위로 처벌이 불가피하며, 오직 자격을 갖춘 의료인만 수행해야 한다.
문제는 현실적인 인력 수급이다. 대학병원 중환자실과 수술 후 병동은 물론, 전국 요양병원재활병원재택의료 현장에서 수시로 가래를 제거해야 하는 기관절개 환자와 와상환자는 3~6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환자 상태에 따라 수시로 24시간 내내 석션이 요구되기도 한다.
그동안 의료 현장에서는 간호사 1명이 수십 명의 환자를 담당하는 요양병원 등의 현실로 인해 24시간 상주하는 간병인이나 보호자가 석션을 시행하는 것이 공공연한 관행이었다.
그러나 대법원이 이를 의료법 위반 행위로 최종 확정하면서, 간병인의 석션 행위 시형사처벌을, 이를 지시하거나 묵인한 의사와 병원도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병원계 일각에서는 현실적으로 상주 간호 인력과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책임만 묻는 탁상판결이라며 간호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수시로 발생하는 석션을 수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간병 대란을 우려했다.
병원법무팀 관계자는 사법 위험을 피하려면 병동 내에 간병인 석션 금지 안내문을 게시하고, 간병인 위탁업체 계약서 및 보호자 입원 동의서에 간병인의 의료행위(석션 등) 금지 조항을 명시해 병원의 관리감독 의무 이행을 입증할 자료를 남겨야 한다면서 원내 지침에 석션은 오직 의사와 간호사, 의사 지도하에 간호조무사만 시행할 수 있고, 간병인 및 보호자의 시술은 엄격히 금지된다는 규정을 문서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와상환자가 많은 병동은 간호사간호조무사의 업무 우선순위에 석션 및 호흡기 관리를 최우선으로 배정하고, 간병인 대상 석션 교육과 시범을 금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법원이 환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 엄격한 법리를 적용함에 따라, 간병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제도적 보완이 마련되지 않는 한 의료 현장의 마비와 환자 보호자들의 부담은 급격히 가중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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