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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플 플러스

'의료사고 의사 이력 공개' 두고 격돌 "의료사고가 윤리의식 부족 탓?"

홍완기 기자2026.07.29 12:27
29일 국민의힘 이소희 의원이 주최한 '의료사고 이력, 국민은 알아야 합니다' 토론회 ⓒ의협신문
29일 국민의힘 이소희 의원이 주최한 의료사고 이력, 국민은 알아야 합니다 토론회 ⓒ의협신문

의료인 이력을 보고 나를 선택하지 않을 환자는 안 보면 된다.(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

의료 윤리와 전문가 의식이 충분한 의료인의 경우는 의료과실로 인한 의료사고가 증가할 위험이 없거나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박성민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

의사들이 너무 겁이 많은 것 같다.(윤동욱 한국의료변호사협회 부회장)

개최 전부터 의료계의 거센 반발을 불러온 의료사고 이력, 국민은 알아야 합니다 토론회에서 환자단체와 의료계가 의료사고 이력 공개를 놓고 정면으로 충돌했다.

29일 국민의힘 이소희 의원이 주최한 토론회에서는 의료계가 반발할 수밖에 없는 발언들이 잇따른 가운데, 유일하게 의료계 측 토론자로 참석한 필수의료 현장의 응급의학과 전문의와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의료사고 이력 공개에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의료사고를 개인의 윤리나 자질 문제로 단순화해서는 안 되며, 환자 안전을 위해서는 처벌과 공개보다 시스템 개선과 전문적 면허관리 체계 구축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은경 한국의료윤리학회 교육이사(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의료사고 이력 공개 제도는 환자안전을 목표로 해야 한다면서도 고의적이고 반복적으로 중대한 위반을 한 경우를 제외하면 단순히 민형사 판결을 공개하는 방식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발제자인 박성민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가 의료 윤리와 전문가 의식이 충분한 의료인은 의료과실 위험이 미미할 것이라고 언급한 데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고 즉각 반박했다.

어은경 이사는 윤리의식이 높은 의료인이라도 의료현장은 복합적인 시스템 속에서 진료가 이뤄진다며 환자안전 사건은 개인과 시스템 요인이 함께 작용하는 만큼 개인의 윤리의식만으로 의료사고 발생 여부를 설명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환자안전 사건의 결과만을 규제한다고 해서 재발을 막을 수는 없다며 의료인을 해고하거나 형사처벌하고 민형사상 책임을 묻더라도 같은 사고가 반복되는 이유는 사고가 발생하는 과정 자체를 정책적으로 개선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판결은 과거의 자료일 뿐현재 위험 의미하지 않아

어은경 한국의료윤리학회 교육이사(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의협신문
어은경 한국의료윤리학회 교육이사(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의협신문

의료사고 확정 판결을 그대로 공개하는 방식은 환자의 알 권리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진단도 나왔다.

어은경 이사는 의료소송은 최소 5년, 평균 7년, 길게는 10~15년이 걸린다며 판결은 과거 사건에 대한 책임 판단일 뿐 현재 의료인의 위험성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영국 소아과 전공의 바와(Bawa-Garba) 사건을 예로 들며 형사판결과 전문직 면허관리는 별도로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해당 사건에서는 전공의 개인의 실수뿐 아니라 전산장애, 과중한 업무, 감독 부족 등 시스템 문제가 함께 작용했다며 결국 영국에서도 형사 유죄와 별개로 독립적인 전문직 면허관리기구가 별도 심사를 거쳐 면허 말소 대신 일정 기간 정직과 감독하 수련을 결정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우리 역시 독립적인 환자안전 조사기구와 전문직 면허심사기구를 별도로 운영해야 한다며 교육과 감독, 재활 과정을 거쳐 현재 위험성을 평가한 뒤 필요한 정보만 제한적으로 공개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의료사고의 상당수는 시스템 문제에서 비롯된다고도 강조했다.

WHO가 제시하는 공정문화(Just Culture)를 언급하며 중대한 환자안전 사건의 약 80%는 시스템 요인이며 개인의 오류는 일부에 불과하다며 사고를 숨기지 않고 학습할 수 있는 보고체계와 조사체계를 만들어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의료사고 이력을 공개하면 의료진은 고위험 환자를 기피하고 방어진료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며 결국 중증응급환자의 진료 접근성이 떨어지고 환자에게 더 큰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전공의 사건은 별도로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 이사는 수련환경과 지도전문의 감독 부족 등 시스템 문제가 반영된 사건이 전문의가 된 뒤 10년 가까이 지나 확정되는 사례도 많다며 수련 중 발생한 사건을 자동 공개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정부도 의료사고 이력 공개는 신중해야

신현두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장 ⓒ의협신문
신현두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장 ⓒ의협신문

정부 측도 의료사고 이력 공개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신현두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장은 개인적으로 의료사고 이력 공개에는 반대한다며 우선 의료사고라는 개념 자체가 모호하고, 모든 의료사고를 추적하는 것 자체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신현두 과장은 과실범에 대해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제도는 맞지 않다며 의료사고는 대부분 고의범이 아니라 과실범인데 이를 공개하는 것은 비례성 원칙 측면에서도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고위험 필수의료 분야는 의료사고 발생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다며 사고 이력이 공개되면 결국 필수의료 기피가 더욱 심해지고, 피해는 환자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성범죄나 고의적 의료범죄 등은 공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 과장은 의료사고와 의료범죄는 구분해야 한다며 고의적인 범죄에 대해서는 공개를 검토할 수 있지만 단순 과실에 따른 의료사고까지 공개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소방관에게 불을 끄지 못했다고 낙인을 찍는 격

조용진 서울시강서구의사회장 ⓒ의협신문
조용진 서울시강서구의사회장 ⓒ의협신문

의료현장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조용진 서울시강서구의사회장은 플로어 발언을 통해 의사도 한 사람의 인간이며 명의도 러닝커브를 거쳐 성장한다며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와 합병증까지 모두 개인의 책임으로 돌린다면 필수의료를 선택할 젊은 의사는 더욱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용진 회장은 소방관에게 불을 끄지 못했다고 낙인을 찍으면 누가 소방관이 되겠느냐며 의대생과 전공의들은 지금의 논의를 모두 지켜보고 있다. 의료 공급을 유지하려면 의료인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북돋는 방향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소희 의원은 마무리 발언에서 의료사고 피해 당사자로서 이번 논의를 시작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며 환자의 알 권리와 의료인의 권리 사이의 균형점을 찾기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의료인이 계속 진료를 할 수 있는지 판단하는 문제와 국민이 해당 의료인을 선택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문제는 구분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오늘 결론을 미리 정해놓은 것은 아니다. 환자의 알 권리와 의료인의 권리 사이의 균형점을 찾을 수 있도록 충분한 논의를 거쳐 신중하게 입법 방향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29일 국민의힘 이소희 의원이 주최한 '의료사고 이력, 국민은 알아야 합니다' 토론회 전경 ⓒ의협신문
29일 국민의힘 이소희 의원이 주최한 의료사고 이력, 국민은 알아야 합니다 토론회 전경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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