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후 더 많은 서비스를 이용해보세요

닥플 플러스

가와사키병 진단 지연했다고 2억원대 소송

송성철 기자2026.07.22 19:29
'가와사키병'을 조기에 진단하지 못해 합병증이 발생했다며,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와 해당 병원을 상대로 낸 2억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법원에서 기각됐다. ⓒ의협신문
가와사키병을 조기에 진단하지 못해 합병증이 발생했다며,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와 해당 병원을 상대로 낸 2억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법원에서 기각됐다. [사진=freepik] ⓒ의협신문

발병률 0.2%(만 04세)인 가와사키병을 조기에 진단하지 못해 합병증이 발생했다며,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와 해당 병원을 상대로 낸 2억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법원에서 기각됐다. 법원은 전형적인 임상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상태에서 경과를 관찰한 의료진의 판단이 합리적 재량 범위 내에 있었다고 판단했다.

울산지방법원은 최근 소아 환아 A군과 법정대리인(부모)이 B병원과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C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도 모두 부담하라고 판결했다.

A군은 지난 2024년 8월 30일 전날부터 시작된 발열복통구토 증상으로 B병원에 내원했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C씨는 흉부 X-ray 검사 결과, 우측 폐하부 음영 증가 등을 바탕으로 폐렴을 의심해 입원 치료를 결정했다. 세균감염증에 대한 항균제와 수액 치료 등으로 발진발열결막 충혈 등 증상은 점차 호전됐다. 일시적으로 나타났던 장중첩증 역시 정상으로 회복됐다. 전반적인 증상과 전신 상태가 호전된 A군은 9월 9일 퇴원했다.

그러나 A군은 퇴원 다음 날인 9월 10일, 복통과 다리에 힘이 빠져 잘 걷지 못하는 증상을 호소하며 다시 병원을 찾았다. B씨는 추가 검사와 진료가 필요하다고 판단, D 대학병원으로 전원 조치했다. A군은 D 대학병원에서 점막피부림프절증후군(가와사키병) 진단을 받았고, 경과 관찰 중 후유증(관상동맥류)이 발생했다.

A군 측은 입원 당시 가와사키병에 대한 배제진단을 하지 않고 오진했으며, 조기에 아스피린과 면역글로불린을 투약하지 않아 관상동맥류를 발생시켰다면서 의료진의 과실과 요양방법 지도 및 설명의무위반을 주장하며, 일실수익, 기왕향후 치료비, 위자료 등 총 2억 3000만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 진료기록 감정 및 신체감정 촉탁 결과 등을 바탕으로 의료진의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결론을 내렸다.

재판부는 가와사키병은 확진할 수 있는 별도의 객관적 검사가 존재하지 않고 주로 증상에 근거해 진단한다면서 5일 이상 지속되는 발열 외에 결막 충혈, 입술구강 점막 변화, 손발 변화, 피부발진, 경부 림프절 비대 등 5가지 주요 증상 중 최소 4개 이상이 나타나야 하지만, A군은 입원 기간 동안 임상 증상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아 당시 가와사키병으로 단정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가와사키병 치료제인 면역글로불린과 아스피린은 모두 상당한 부작용이 수반되는 약물이므로, 질환 유무가 불명확한 단계에서는 신중하게 투여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면서 B 전문의가 입원 중 가와사키병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필요 검사와 경과 관찰을 시행했고, 보호자에게도 다른 질환의 가능성을 설명한 점이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대법원 2019년 2월 14일 선고 2017다203763 판결, 대법원 2022년 12월 29일 선고 2022다264434 판결)를 인용, 의사는 환자의 상황과 당시 의료 수준, 전문적 지식에 따라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진료방법을 선택할 수 있는 합리적 재량이 있다며 의사의 과실로 인한 결과 발생을 추정할 정도의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는 사정을 갖고 막연하게 중대한 결과에서 의사의 과실을 추정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의료진과 병원을 대리해 변론을 펼친 의사 출신 조진석 변호사(법무법인 오킴스)는 이번 판결에 대해 진료기록을 살펴보니 환아의 상태는 가와사키병이 아닌 다른 질환으로 볼 수 있었고, 가와사키병의 주요 증상도 명확하지 않았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혹시라도 모를 가와사키병 등 다른 질환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필요한 검사와 경과관찰을 시행했고, 보호자에게 이에 관하여 설명한 것도 확인했다면서 이를 토대로 원고 측의 주장을 의학적으로 반박하며 소송을 수행한 결과, 재판부에서 진료과정이 적절했음을 인정해 손해배상 청구가 모두 기각됐다고 설명했다.

조 변호사는 소송 수행을 위해 병원을 방문했을 당시, 의뢰인인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소송 제기 사실을 접한 후 소아진료에 대한 의욕이 심히 저하됨을 호소해 더욱 책임감을 갖고 소송을 수행했다면서 가와사키병으로 인한 합병증이 발생한 것은 안타깝지만 최근 소아청소년과 기피 현상과 의료진의 방어진료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상황에서, 진료과정에 아무런 잘못이 없음이 인정되어 다행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판결이 정당한 의료행위를 보호하고, 소아청소년과 의료진의 진료 의욕을 다잡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민형사 소송 위험에 저수가 한계소청과 진료 사각지대 속출
의료분쟁을 둘러싼 민형사 소송을 비롯한 사법 리스크는 위험한 진료와 수술을 멀리하게 하고, 전공의 지원율을 떨어뜨리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017년 발생한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NICU) 사망 사건 당시 감염 관리 소홀 및 지휘감독 책임 등을 물어 소아청소년과 주치의(교수)와 수간호사 등 의료진 3명을 구속, 구치소에 수감한 사건(2022년 12월 대법원 무죄 확정)을 계기로 120%대에 달하던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은 80%대로 떨어졌다. 소청과 지원율은 하락을 거듭하며 2021년 30.0%, 2025년 13%대로 추락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2025년 전국 소아청소년과 수련병원 93곳 중 24시간 소아응급 진료가 가능한 병원은 46.2%에 불과하다.

특히 중증희귀응급 질환을 담당하는 소아 세부분과 전문의는 고사 위기에 직면했다. 전국 소아중환자실 보유 병원은 15곳(병상 165개)에 불과하며, 그마저 34명의 전담 전문의가 간신히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소아외과 수술 전문의는 44명, 소아심장외과는 33명, 소아비뇨의학과소아정형외과소아신경외과는 10명, 소아기도 폐쇄 수술을 하는 소아이비인후과는 3명 정도로 파악된다. 이들 마저 번 아웃으로 소진되거나 고령화로 손을 놓으면 국내에서 해당 수술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실제 소청과 진료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도 넓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5월 말 기준 요양기관 신고로 집계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총 6504명이다. 전국 229개 시군구 가운데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2명 이하인 지역은 70곳(30.6%)으로 파악됐다. 소청과 전문의가 1명도 없는 지역은 강원 평창군고성군양양군, 충북 단양군, 전북 순창군장수군, 전남 담양군보성군함평군, 경북 영양군, 경남 의령군함안군하동군, 대구 군위군, 인천 웅진군 등 15곳에 달한다. 소청과 전문의가 1명인 지역은 33곳, 2명인 지역은 22곳이다.

의료계는 소아청소년 진료 붕괴 원인으로 ▲높은 사법 리스크 ▲수술할수록 적자인 저수가(원가의 79%) ▲불합리한 심사삭감 ▲정책제도 소외(어린이청소년건강기본법소아청소년과 부재) 등을 꼽으며 10년 넘게 정치권과 관료사회에 대책 마련을 호소했지만 이렇다할 회생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댓글 0

    많이 본 뉴스

    • (주)이노케어플러스대표자: 진현준
    • 서울특별시 마포구 백범로31길 21, 서울창업허브 본관 415호사업자 등록번호: 748-87-03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