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강력한 법치로 멸망한 진나라
과거에 진나라는 중국 최초로 천하를 통일한 제국이 되었고, 진(Chin)은 현재 영어 단어 China의 모체가 됐다.
진나라는 중국 대륙을 최초의 단일국가로 만든 엄청난 성과를 달성했다. 진나라는 중앙집권적 질서를 확립해 군현제를 전국에 실시하고, 법령, 문자, 화폐, 도량형을 통일해 중국 전체를 하나의 강력한 체계로 묶을 수 있었다.
진나라는 이를 유지하기 위해 국민을 행정 조직 단위로 효율적으로 묶어 세금 징수와 군사 동원 능력을 극대화했다.
그러나 법가 사상을 바탕으로 한 엄격한 법 제도와 가혹한 형벌, 그리고 부역과 무거운 세금은 백성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었다. 이에 이반한 민심과 환관의 정치적 부패, 그리고 지식인에 대한 탄압은 결국 건국 15년 만에 멸망에 이르게 된다.
우리나라의 의료체계는 강력한 독재와 중앙통제에 힘입어 괄목할 만한 성장과 발전을 이뤘다. 이런 특이한 성공 사례는 정부나 사회가 중앙통제의 학습 모델로 삼는다.
지금도 시간이 갈수록 의료 규제에 대한 보다 강력한 법적 제도를 국회의원마다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특히 세계 어느 나라에도 찾아볼 수 없는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의 의료 현장 배치, 의료 사건에 대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찰조사와 형사처벌로 의료에 대한 과도한 법적 개입이 일상이고 현실인 나라가 됐다.
의사 사회는 법적인 경직성으로 인한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 그 단적인 예가 능동적 대처방안이 없으니 수동적 필수 의료 기피로 화답하고 있다.
환자의 권리와 의료 안전을 위한다는 다양한 법적 조치는 실제로는 의료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무너뜨리고 고부담 진료에 대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다.
이제 음주 운전에 의한 처벌만 받아도 면허가 자동으로 취소되는 혹독한 제도로 발전했다. 경미한 형사처벌도 면허 취소라는 징벌적 조치는 분명 의료인의 삶의 기본인 전문직업성을 극도로 위축시킨다.
정부의 집요한 중앙통제적 의료 규제는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전문직 사회의 요구를 각종 민주적 제도로 포장한 비민주적 위원회를 이용하여 효과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 정부의 과도한 법 개입 임계점 도달 시 전문직업성 자율성 훼손 수동적 방어막 형성
비록 정부의 저수가 기조의 강력한 중앙통제가 전 국민 대상 의료보장성을 달성하는 데는 성공했으나, 세월이 흐르며 정부의 과도한 법적 개입은 의사 사회가 전문직업성의 근간인 도덕과 윤리를 점점 멀어지게 한다.
정부의 혹독한 규제 정책은 의료계, 특히 젊은 의사들의 사회적 저항을 불러일으켰다. 민주주의나 의료에서 선진국이 보여주는 제도를 보면 정부의 법적 개입은 꼭 필요한 예외적인 경우에만 작동해 적용한다.
법적 조치보다는 직무 윤리를 바탕으로 하는 전문직의 자율규제 이념을 채택해 의료 불만에 대한 사회적 완충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한마디로 처벌보다는 제도개선과 회복이 주된 목적이다.
국가가 앞장서 전문직을 형사범 취급을 하지 않는다. 이런 환경이라면 전문직 정신의 수호나 소신 진료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강력하고 경직된 법률 제도는 얼핏 의료의 사회적 질서를 유지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 같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의료 현장에서 법 개입이 임계점을 넘으면 의료계의 정신적 피로감과 불안 정서를 극대화하고 다양한 사회적 부작용을 만들어 낸다.
의사들은 전통적으로 자신이 종사하는 전문직을 자유업이라고 생각한다. 현대의학의 정수 중 하나는 좋은 의료를 유지하기 위한 자율적 통제의 개념이 명확하다는 데 있다. 모든 전문직의 일상 행동이 법과 규제의 대상이 되면 의사는 스스로 자신의 직무와 근무 환경에 대한 통제를 스스로 할 수 없다고 심한 압박감과 좌절감을 느낀다.
입원환자가 의료로 인한 해악(Harm)을 입을 확률은 약 10% 정도인데, 이는 아무리 조심해도 다양한 이유로 형사처벌 받을 수 있다는 공포를 만들어 내는 것은 물론, 전문직의 자포자기와 무기력증, 그리고 만성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즉 자신의 전문직업성에 대한 통제감의 상실(Learned Helplessness)로 나타나고 오히려 윤리적 기준의 이완 현상으로 대체될 수 있다.
외적인 법적 통제는 의료에서 도덕성이나 공동체적 윤리의식 같은 내부적 선의가 아니라, 오직 처벌을 피하기 위한 최소한의 법적 행동을 하게 된다. 법적으로 허용되더라도 윤리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행위도 정당성을 갖기 시작한다.
이는 전문직업성의 자율성을 훼손하고 사회적 피로도를 높여 결국 전문직업성의 근간인 내적 동기의 부여가 아닌 외재적 동기(Extrinsic Motivation)로 이전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 정부 통제 감시의 사회적 현상 개인의 전문 영역 넘어 국가 의료 붕괴 사태로 이어져
규제가 촘촘할수록 사회적으로도 전문직의 사명인 좋은 사회적 규범의 창조와 유지에 필요한 대의적 명분과 임무는 사라지게 된다.
투명한 사회가 아닌 상호 감시 사회에서 돌연변이적 생존 전략을 도모하게 되는 것이다. 법체계가 애초에 목표했던 범위를 벗어나 본의 아닌 의료계의 감시자 역할을 한다.
정치에 대한 신뢰 상실이 이미 사회적 상호 신뢰의 급속한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 전문직은 역할에 따라 잠재적 범죄자나 감시자로 인식되는 신세가 됐다. 세밀한 법적 규제가 오히려 사회 구성원 내부의 신뢰 붕괴와 편집증적인 상호 의심만 상승시킬 따름이다.
고부담 의료에 임하여 좋은 의료 제공을 위해 열심히 노력해도 어차피 배상과 처벌의 대상으로 전환된다면 결국 저부담 의료와 고수익이 동반되는 시장 아닌 시장으로 인력의 이동도 불가피하다.
이면에는 고부담 의료인 필수 의료에 대한 의사 집단의 극단적인 피로감과 공포가 결국 법에 대한 복종과 적응이 아닌 법적, 그리고 제도상 간섭이 덜한 안전지대로 탈출과 망명을 시도하는 것이다.
싱가포르는 쓰레기 투기, 껌 반입, 공공장소 침 뱉기, 화장실 물 안 내리기 등에 대해 엄청난 액수의 벌금과 태형을 부과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도시는 깨끗하고 안전해졌지만, 국민은 일상에서 늘 단속반과 CCTV를 의식해야 하는 행동의 제약과 긴장감을 느낀다고 한다.
이는 사회 전반에 경직된 분위기를 형성하고, 개인의 창의성이나 자율적 역동성을 저하시킨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이제 의사들은 본질적인 직무의 수월성보다 법적 절차적 정당성과 책임 회피를 위한 방어에만 몰두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극심한 행정적 피로감마저 느끼면서 바뀌는 정권마다 외쳐대는 바람직한 의료 혁신에 동참하기보다는 혁신 자체를 기피하거나 냉소적으로 바라본다.
법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가혹하면 국민은 보호받는다는 느낌 대신 국가가 나를 감시하고 억압한다는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결국 가혹한 법과 제도는 단기적으로는 행동을 교정할 수는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사회의 활력을 심각하게 떨어뜨리고 구성원 간의 유대를 단절시키는 악결과를 초래한다.
현재 의료 붕괴의 한 원인으로 국가가 법률을 통해 개인의 삶을 통제할 때 발생하는 감시 사회적 현상이 현재 우리나라 의료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다. 국가가 선하고 좋은 의료를 위해서는 법적 조치가 아닌 전문직업성의 윤리적 판단에 의한 조치가 더욱 바람직하고 순응도가 높다는 역사적 사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과도한 의료의 형사 범죄화를 통제해 보겠다는 현재의 법률 완화 방식을 보면 완화가 아닌 악화가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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