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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플 플러스

의료소송 민사 손배 판결에도 형사 재판 뒤집혀

송성철 기자2026.07.24 20:01
대법원 전경 ⓒ의협신문
대법원 전경 ⓒ의협신문

진단이 불확실한 임상 현장에서 감염 위험을 고려해 스테로이드 투여를 보류하고 대체 치료를 선택한 의사의 진료 재량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특히 민사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배상책임이 확정됐더라도 형벌을 수반하는 형사상 업무상과실치상죄를 묻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 없이 확신할 수 있을 정도로 엄격한 증명이 필요하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대법원 제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A씨(피부과 전문의)와 B씨(소아청소년과 전문의)에게 유죄(각각 금고 8개월, 집행유예 2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방법원으로 환송했다고 23일 밝혔다. B씨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이례적으로 항소심 재판부가 직접 유죄(금고 8개월, 집행유예 2년)를 선고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동일한 사건에서 의료행위와 피해 발생 간의 인과관계를 인정해 손해배상 책임을 물은 민사 판결이 확정된 이후에 나온 것이어서 주목을 받았다.

사건은 지난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는 등 부위 피부발진 치료를 위해 7월 12일 내원한 C양(당시 12세)에게 박트로반에스로반데스오웬을 도포했으나 호전되지 않자 답손(Dapsone)을 처방했다. 7월 20일 재내원 당시 피부 상태는 호전돼 병변이 거의 소실되자 17일분의 답손을 추가 처방했다. 그러나 C양은 투약 20여 일 뒤인 7월 31일부터 이상 증세를 보였다. 8월 4일 응급실 내원 당시 C양은 고열전신 발진간수치 상승빈혈 소견으로 감염성 질환 의심 하에 소아청소년과에 입원했다. B씨는 약물 과민반응을 의심해 답손 투약을 중단하고, 스테로이드를 투여했으나 고열저혈압호흡곤란전신 발진 등이 발생했다. 약물과민반응증후군(DIHs) 및 패혈성 쇼크 진단 하에 소아중환자실로 옮겨 광범위 항생제승압제(도파민에피네프린)면역글로불린(IVIG)이뇨제(라식스)산소 공급수혈 등 집중 치료를 시행했다. 하지만 발열이 재발하고 총 빌리루빈 및 간효소 수치가 급상승하자 8월 21일 D대학병원 소아중환자실로 전원했다. C양은 결국, 전격성 간부전 진단에 따라 간이식 수술을 받았으며, 간장애 5급 판정을 받았다.

C양의 가족은 의료진이 오프라벨 처방사전 및 사후 모니터링 부실교차 위험 약물 투여설명 및 지도 의무 위반 등을 위반했다며 2014년 병원을 상대로 민사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민사 소송은 1심과 2019년 2심 판결로 2억 7295만원(병원 책임 70% 인정) 배상 판결이 확정됐다.

민사 배상 판결 확정 이후 검찰은 피부과 전문의 A씨에 대해 답손 처방 전후 혈액간기능 검사를 실시하지 않고 부작용 및 대응법을 설명하지 않은 과실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B씨에 대해서는 스테로이드를 지속 투여하지 않아 상태를 악화시킨 과실이 있다며 업무상과실치상으로 기소했다.

원심법원은 답손을 처방하면서 혈액 및 간기능 검사를 시행하지 않았고, 약물과민반응증후군(DRESS syndrome) 증상이 발생했을 때 필요한 지도설명을 하지 않았을뿐만 아니라 스테로이드제를 투여하지 않았다며 업무상과실과 상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모두 인정해 유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2022도11163 판결(의사에게 의료행위로 인한 업무상과실치사상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의료행위 과정에서 공소사실에 기재된 업무상 과실이 존재하였다는 점 외에 그러한 업무상 과실로 인하여 환자에게 상해사망 등의 결과가 발생하였다는 점에 대하여도 엄격한 증거에 따라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이 이루어져야 한다 ▲2010도14102 판결2021도1833 판결(의사의 업무상 과실이 증명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인과관계가 추정되거나 증명 정도가 경감되는 것은 아니다. 이처럼 형사재판에서는 인과관계의 증명에 있어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의 증명을 요하므로 그에 관한 판단이 동일 사안의 민사재판과 달라질 수 있다)을 들어 민사재판과 형사재판의 증명책임 수준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재판부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B씨에 대해 피해자의 질환이 답손 약물과민반응증후군인지 아니면 세균바이러스 감염증인지, 혹은 양자의 복합증상인지 입원 기간 내내 불확실성이 지속되어 확진할 수 없었고, 세균바이러스 감염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가 지속됐다면서 스테로이드를 투여하지 않고 다른 내용의 치료를 선택한 것이 당시 실천되고 있던 임상의학 지식준칙에 의거한 의사의 합리적 재량 범위를 벗어난 것이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약물과민반응증후군과 세균바이러스 감염증이라는 상충하는 두 가능성과 최선의 진료방법을 적시에 선택시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오직 하나의 합리적 방법만이 존재하였고, B씨가 선택한 진료방법이 그로부터 벗어났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확신할 수 있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피부과 전문의 A씨에 대해 재판부는 답손을 투여하면서 혈액 및 간기능 검사를 시행하고 피해자에게 약물과민반응증후군의 초기 증상이 발생하면 의료기관을 찾도록 지도설명하였다면 조기에 약물과민반응증후군이 진단되었을 것이라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설령 피고인1에게 답손 처방 후 경과관찰 과정에서 전혈구검사 및 간기능검사를 시행하지 않은 업무상 과실과 약물과민반응증후군에 대한 대응을 지도설명하지 않은 업무상 과실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과실이 없었다면 피해자의 상해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 또한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민사재판과 달리 형사재판에서는 실체적 진실 발견과 엄격한 죄형법정주의를 바탕으로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원칙이 적용된다며 주의의무 위반과 인과관계에 대해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의 엄격한 증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민사 사건에서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었다 하더라도, 형사 사건에서 업무상 과실이나 인과관계가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지 않았다면 유죄로 판단할 수 없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했다.

이번 사건에서 문제가 된 약물과민반응증후군(DRESS syndrome)은 , 피부 발진과 더불어 내부장기 침범 소견호산구 증가림프절 병증, 고열 등 전신반응이 함께 나타나는 지연형 약물과민반응을 일컫는다.

진단 기준이 다양하고, 약물감시체계에 보고되지 않거나 경증은 진단이 되지 않는 등의 이유로 정확한 발병률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 약물알레르기 연구컨소시엄(Korea Drug Allergy Consortium, KoDARC)은 1년에 100만명 당 9명 정도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KoDARC은 2014년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산하 기관 및 회원의 참여로 시작해 현재 약물알레르기워크그룹 주도 하에 50개 병원이 참여하는 국내 최대 중증피부유해반응 레지스트리를 운영하고 있다. KoDARC은 특정 약물 노출 후 0.010.1% 빈도로 매우 드물게 발생하지만 사망률은 520%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KAERS)이 조사한 이상사례 보고 분석(19882013년) 결과, 전체 중증 피부 이상반응은 755건 가운데 DRESS는 247건으로 파악됐다. 외국에서 발표한 연구자료에서는 DRESS를 유발하는 약물로 알로퓨리놀(Allopurinol, 14.7%), 카바마제핀(Carbamazepine, 11.9%), 반코마이신(Vancomycin, 7.5%), 이소니아지드(Isoniazid, 4.4%), 답손(Dapsone, 4.2%)로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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