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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의료인 개설 '사무장병원', 부가가치세 면제 대상 아냐
의료기관 개설 자격이 없는 비의료인이 의료인의 명의를 빌려 불법으로 개설운영한 사무장병원에서 제공한 의료보건 용역은 세법상 부가가치세 면제 대상이 아니라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왔다.
다만 세무당국이 사무장병원이라는 이유로 10년 치세금까지 무리하게 추징하는 것에는 제동을 걸었다. 적극적인 회계 조작 없이 단순히 세금을 내지 않았다면 일반적인 무신고 기한인 7년 치만 적용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의료법인 B의료재단이 대전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법인세 및 부가가치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2026두30111)에서 원고와 피고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원심 판결을 최종 확정했다고 23일 밝혔다.
비의료인인 A씨는 2008년 6월 충남에 위치한 B의료재단 명의의 요양병원을 양수했다. A씨는 B의료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하거나 자신의 처남을 이사장으로 내세워 의사들을 고용, 2017년 11월까지 약 9년 5개월 동안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총 113회에 걸쳐 약 136억원의 요양급여비를 받아냈다.
사정당국에 의해 사무장병원을 운영한 사실이 적발되자, 건보공단은 2018년 12월 구 의료법상 무자격자 의료기관 개설 금지 규정 위반을 이유로 의료재단에 174억원, A씨에게 97억원 부당이득징수 처분을 내렸다(이후 내부 재량준칙에 따라 B의료재단 66억원, A씨 68억원으로 일부 감경). 과세당국인 대전지방국세청장 역시 2021년 의료재단에 대한 법인세 통합조사를 실시, B의료재단이 적법한 의료기관인 것처럼 위장해 부가가치세 면제 혜택을 부당하게 누렸다고 판단했다.
대전세무서장은 국세청 통보에 따라 20112018년까지 부가가치세 약 32억 9000만원과 자금 유출에 따른 법인세 탈루분 등을 부과했고, B의료재단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과정에서는 비의료인이 개설한 의료기관에서 의사를 고용해 제공한 의료용역이 구 부가가치세법상 부가가치세 면제 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대법원은 부가가치세가 면제되는 의료보건 용역은 의료법에 따른 의사 등이 공급의 주체가 되어 적법하게 제공하는 용역만을 의미한다면서 실질적인 개설 및 운영자가 비의료인이라면, 비록 고용된 의사가 직접 진료를 수행했더라도 부가가치세법이 보호하고자 하는 면제 대상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과세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건보공단의 부당이득 징수 처분에 따라 환수될 요양급여비용을 부가가치세 과세표준(세금 부과 기준)에서 제외해야 하는지 여부도 쟁점으로 부상했다.
B의료재단 측은 부당이득징수로 인해 급여비용을 상환받지 못하게 됐으므로 세금 부과 기준에서 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부당이득징수처분은 당초의 의료보건 용역 공급 거래 이후에 별도로 이루어지는 제재처분에 불과하다며 부당이득 징수금을 실제로 납부했더라도, 이미 부가가치세 과세대상으로 성립한 의료보건 용역 공급 거래 자체의 효력이 소급하여 사라지거나 그 가액이 감축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B의료재단의 주장을 일축했다.
실질 과세의 원칙 위반 여부도 도마에 올랐다. B의료재단은 실질 운영자인 A씨가 상당한 기간 동안 병원의 운영수익을 부당하게 유출했으므로, 법인세와 부가가치세의 실질적 납세의무자는 B의료재단이 아닌 A씨 개인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단순히 A씨가 수익을 부당 유출했다는 정황만으로는 해당 소득이나 재산, 거래 등의 과세대상 전체가 B의료재단을 떠나 A씨에게 실질적으로 귀속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세무당국이 원고에게 적용한 부과제척기간(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법정 기한)의 적법성도 쟁점이 됐다. 세무당국은 B의료재단이 사무장병원임을 숨기고 부가가치세를 내지 않은 행위를 구 국세기본법상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로 규정, 부과제척기간을 10년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단순한 무신고나 누락에 10년의 장기 제척기간을 적용하는 것은 조세법률주의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구 국세기본법상 부과제척기간을 10년으로 연장하기 위한 부정한 행위란, 허위의 사실을 작출하는 등 과세관청의 조세 부과와 징수를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적극적이고 위계적인 행위를 뜻한다면서 B의료재단이 적법하게 개설된 의료기관인 것처럼 하여 부가가치세를 신고하지 않은 사실은 인정되나, 부가세 면제를 위해 회계장부를 은밀히 조작하는 등의 적극적인 부정행위를 수반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무신고에 따른 일반적 부과제척기간(7년)을 적용해야 한다며 7년이 경과한 후 이루어진 부가가치세 부과처분은 취소해야 한다는 원심 판단에 무게를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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