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신생아 5명 중 1명이 난임 시술 "치료 넘어 가임력 보존으로"
저출생 위기 극복을 위해 기존의 사후 난임 치료 지원 중심 정책에서 벗어나 선제적 가임력 보존과 생식건강 관리로 국가 책임을 확대해야 한다는 제언이 국회에서 나왔다.
이정렬 서울의대 교수(산부인과)는 2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된 가임력 보존 지원 성공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를 주제로 한 정책토론회에서 난임 지원 정책 현황과 개선 방안 주제 발제를 통해 국가 생식보건 정책의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강조했다.
해당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여당 간사)과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이 공동주최했고,대한생식의학회대한보조생식학회대한산부인과학회가 공동 주관해 의학적 근거에 기반한 생식보건 정책의 전환 방향을 논의했다.
신생아 19.2%가 난임 시술 출생치료 중심 지원 정책, 예방으로 축 옮겨야
이정렬 교수는 정부의 난임 시술 지원 확대가 최근 합계출산율 반등에 중요한 기여를 했다고 평가하면서도 현재 정책은 난임이 발생한 이후의 치료에 과도하게 집중돼 있어 가임력 보존과 조기 관리 중심의 예방적 체계로 전환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학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난임 시술을 통해 태어난 출생아는 4만8981명으로 전체 출생아의 19.2%를 차지했다. 신생아 5명 중 1명이 난임 시술을 통해 태어난 셈이다.
이 교수는 1983년 합계출산율이 인구유지선(2.1명) 아래로 떨어졌음에도 국가 난임 지원사업은 23년이 지난 2006년에야 시작됐고, 건강보험 적용까지 다시 11년이 걸렸다며 저출생 정책은 단계적으로 확대하기보다 초기부터 과감하고 충분한 재정을 투입해야 정책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의학적 생식세포 동결 급여화 및 AMH 검사 국가검진 편입 제안
이 교수는 예방 중심의 생식보건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의학적 생식세포 동결 지원부터 전면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암 환자 등을 대상으로 시행 중인 생식세포 동결 지원사업은 생애 1회, 본인부담금의 50%(최대 200만원)만 지원하고 있어 실제 임상 현장의 요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생식세포 동결을 개인의 선택이 아닌 질환 치료의 연장선으로 봐야 한다며 건강보험 급여와 산정특례를 적용하고, 지원 횟수 제한을 완화하는 한편 소아암 환자 등을 위한 난소조직 동결도 지원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가임력 선별검사의 국가건강검진 편입 필요성도 강조했다.
현재 시행 중인 임신 사전건강관리 지원사업은 보건소를 통해 신청하는 예산사업으로 운영되면서 접근성이 떨어지고 사후관리에도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난소기능검사(AMH항뮬러관호르몬 검사), 부인과 초음파, 정액검사 등을 국가건강검진 체계에 편입해 국민 누구나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혼 여성에 대한 난자동결 지원도 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할 과제로 제시했다.
현재는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만 제한적으로 지원하고 있어 지역 간 격차가 큰 만큼 중앙정부가 직접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장기간 보관이 필요한 생식세포를 공공기관이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공적 보관체계 구축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학교와 직장에서 생식건강 교육을 의무화하고, 난임 치료를 산전관리와 출산, 신생아 관리로 이어지는 전주기 필수의료의 출발점으로 재정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교수는 난임 치료는 더 이상 선택적 의료가 아니라 저출생 시대 국가가 책임져야 할 필수의료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난임 시술 데이터 활용 부족도 정책적 과제로 꼽았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는 건강보험 급여를 통해 전 국민 난임 시술 데이터를 보유한 세계적으로 드문 국가라면서도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음에도 실제 학술정책 활용은 제한적이어서 국제적으로는 오히려 난임 통계가 부족한 국가로 평가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 국민 난임 시술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매우 희소한 국가 자산이라며 축적된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분석활용하면 학술적 가치뿐 아니라 근거 기반의 난임 정책을 설계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치권의료계 전주기 생식보건의료체계 구축에 힘 모아야
토론회를 주최한 서영석 의원은 난임 발생 이후의 치료에 머물러 있는 정책 패러다임을 사전 가임력 보존과 관리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난임 치료부터 임신출산신생아 관리까지 이어지는 전주기 생식보건의료체계 마련에 입법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인영 의원은 신생아 5명 중 1명이 난임 시술을 통해 태어난다는 사실은 국가 책임의 엄중함을 보여준다며 경제적 부담 때문에 임신과 출산을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국회 차원의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재관 대한산부인과학회 이사장은 정부의 난임 지원은 분명한 성과를 거뒀지만 여전히 지역 간 지원 격차와 비급여 비용 부담, 장기 보관 비용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며 학회도 임상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근거 중심의 정책 제안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난임 지원, 세계 최고 수준가임력 보존 정책은 근거 축적하며 확대
정부는 난임 시술 지원 확대와 가임력 관리 정책이 이미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다며, 향후 정책 확대 과정에서는 의료적 근거와 사회적 합의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영준 보건복지부 출산정책과장은 난임 시술 분야는 여성과 남성 모두에 대한 접근성과 지원 수준 측면에서 양적질적으로 상당 부분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한 영역도 있다며 가임력 선별검사에 대한 공적 지원 역시 프랑스와 우리나라 정도만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임신 사전건강관리 지원사업과 관련해 사업 시행 이후 난임 시술을 받는 여성의 평균 연령과 가임력 검사를 받는 대상자의 연령이 조금씩 낮아지는 등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30만~40만명이 참여하면서 생식건강 관리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 효과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가임력 선별검사의 국가건강검진 편입과 관련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최영준 과장은 국가건강검진은 질환의 중대성, 유병 규모, 검진 효과성 등 여러 원칙을 고려해야 한다며 현재는 생애주기 검진 체계 편입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의학적 사유 생식세포 동결 보존의 건강보험 급여화 요구에 대해서는 현재 예산사업으로 막 시작한 단계라며 현장 상황과 필요성을 건강보험 측에 전달하고 검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미혼 여성 난자동결 지원 확대와 관련해서는 실제 활용률 등 근거 축적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최 과장은 생식세포 동결 보존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실제 활용률이라며 지원 필요성에 공감하는 의견과 함께 활용되지 않는 경우에 대한 재정 투입의 적절성을 신중하게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책은 빠르게 확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거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며 전문가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제도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끝으로 임신 사전건강관리 지원사업의 예산 확대 필요성도 언급했다.
최 과장은 현재 예산사업으로 운영되다 보니 신청을 원하는 국민이 지원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예산 확보를 위해 정부도 노력하고 국회에서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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