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외과 개원의 몽골 진출 도전기 "맨땅 헤딩 10년, 노하우 나누고파"
몽골에서 처음으로 하지정맥류 고주파 시술을 마치고 바로 걸어서 퇴원하시면 된다고 했을 때 놀라워하던 환자의 눈빛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수익만 본다면 쉽지 않은 길입니다. 외과의사로서의 열정과 보람, 자유가 지난 10년간 저를 움직이게 한 힘입니다.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 외과 개원의로 이곳에서 10년 가까이 혈관질환 분야를 개척해 온 이가 있다. 대한외과학회 부회장이자 대한정맥학회 회장을 역임한 나창현 원장(서울하정외과)이다.
몽골은 육식 위주의 식습관과 높은 음주율 등의 이유로 혈관질환 유병률이 높은 지역이다. 같은 이유로 하지정맥류 치료 등에 대한 의료 수요는 큰 데 반해, 체계적인 혈관진료 시스템은 아직 턱없이 부족했다.
나창현 원장이 몽골 시장에 첫발을 디딘 것은 2016년 서울시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후원한 의료박람회와 무료진료 봉사활동을 통해서였다.
당시 초음파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가 구름처럼 몰려들어 화장실도 못 갈 정도였습니다. 입에서 입으로, 동네에서 동네로 소문이 퍼지면서 하루에 200~300명씩 진료를 봤어요. 현지의 폭발적인 의료 수요를 확인한 후 몽골 협력병원을 찾아 진료를 시작했습니다.
이듬해인 2017년 나 원장은 몽골 저명 의료진과 협력해 현지 최초로 하지정맥류 고주파 절제술을 시행했다. 기존의 절개식 수술에만 의존하던 현지 의료진과 환자들에게 최소 침습 고주파 시술은 혁신이었다.이후 몽골내 혈관분야 전문의들과의 교류 확대와 현지 의료진 교육 등을 진행하면서 몽골 내에서 하지정맥류 수술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고, 이는 몽골 대형병원들로 고주파 시술이 확산하는 계기됐다.
이후에도 꾸준히 현지 의사 연수 및 몽골정맥학회 학술대회 개최 등 한몽 의료 교류의 물꼬를 열어간 나 원장은 지금까지 매달 국내와 몽골 현지를 오가며 진료와 수술을 병행하고 있다.
지난 10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나 원장은 또 다른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현지 의료기관 개원이 그것. 개인의사 차원에서 개원 준비를 해나가는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외국인 의사가 몽골에서 진료하려면 2달마다 열리는 면허시험을 거쳐 1년 단위의 노동비자(C8)와 면허를 갱신해야 한다. 특히 외국인 의료인 면허는 만 65세까지만 발급되는 제한이 있어, 남은 시간이 많지 않은 상황이다.
가장 큰 난관은 공간과 인허가였다. 나 원장은 진흥원의 해외진출 프로젝트 지원사업을 통해 신도시로 떠오르는 칸올구 야르망 지역에 의료 시설을 마련하고자 했으나, 현지 건설사의 자금 사정과 개원 지연으로 진흥원 지원 사업 기한을 넘기는 등 쓰라린 시련을 겪었다.
한국 의사들이 몽골 시장의 가능성만 보고 개인 진출을 시도했다가 몽골 의료법과 현지 소통 부재로 좌절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시설 기준 충족, 인허가 절차, 그리고 믿을 수 있는 현지 파트너의 부재가 진짜 장벽입니다. 한국에서 되니 몽골에서도 되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은 금물입니다. 최소 3~5년의 신뢰 축적이 필요한 시장입니다.
현재 나 원장은 부안트-우하 지역에 병원 용도로 설계시공된 711㎡(약 215평) 규모의 의료 공간을 확보해 두고, 한국 의료기관 및 현지 의사들과의 협력 모델을 다각도로 구상 중이다. 혈관질환에 더해 현지 수요가 높은 건강검진과 통증치료 중심의 일종의 협진센터다.
몽골 환자들의 한국 의사와 한국 의료 시스템에 대한 신뢰도는 절대적입니다. 비보험 진료에 대해 기꺼이 비용을 지불할 용의가 있죠. 이제는 몽골 환자를 한국으로 유치하는 단계를 넘어 한국의 뛰어난 의료 시스템을 몽골 현지로 진출시키는 역발상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나창현 원장은 의료 해외진출을 꿈꾸는 후배 의사들에게 진심 어린 조언과 당부를 남겼다.
몽골은 비행기로 3시간 반 거리이고 직항도 많아 젊은 의사들이 도전해 볼 만한 매력적인 시장입니다. 다만 맨땅에 헤딩하듯 혼자 가기보다는 반드시 경험자의 노하우를 공유받고, 검증된 현지 파트너와 함께 위험 요소를 줄여야 합니다. 몽골 진출을 희망하는 국내 의료기관들이나 후배 의사들이 있다면 지난 10년간의 저의 경험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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