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최저임금 3.7%…대한민국 의료는 무엇으로 버티라는 말인가
내년도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 700원으로 올해보다 3.7% 인상됐다. 월 209시간 기준으로는 223만 6300원이다. 근로자의 생활 안정을 위한 최저임금 인상은 필요하다. 문제는 같은 시기 결정된 의원급 의료기관의 수가 인상률이 고작 1.6%라는 점이다.
의료기관이 부담해야 할 임금은 3.7% 오르는데, 진료를 통해 받는 공적 가격은 1.6%만 오른다. 의료기관의 비용은 임금만이 아니다. 고용 직원에 대한 4대 보험과 퇴직금, 의료소모품비, 임대료, 전기료, 전산관리비, 정보보안비, 의료폐기물 처리비, 장비 유지비도 함께 상승한다.
의료수가는 이러한 비용 상승을 따라가지 못한다. 이것은 의사의 소득이 적게 오른다는 문제가 아니다. 의료기관을 유지하고 환자를 안전하게 진료할 기반이 약화한다는 뜻이다.
의료수가는 의사의 월급이 아니다. 여기에는 간호사, 간호조무사, 물리치료사, 방사선사, 임상병리사와 행정직원의 인건비가 포함돼 있다. 진료실 임대료와 의료장비 구입비, 검사치료 재료비, 감염관리와 전산비용도 모두 수가에서 충당해야 한다.
일반 사업자는 원가가 오르면 제품 가격을 올릴 수 있다. 그러나 의료기관은 정부가 정한 건강보험 수가를 받아야 한다. 비용이 올라도 진료비를 임의로 조정할 수 없고,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필요한 진료를 생략할 수도 없다.
결국 수가가 원가를 따라가지 못하면 직원 채용을 줄이고, 퇴직자를 충원하지 않으며, 장비 교체를 미루게 된다. 한 명의 의료인이 더 많은 환자를 더 짧은 시간에 진료하게 된다. 그 결과는 충분한 설명과 관찰 시간의 감소, 의료진의 피로 누적, 환자 대기시간 증가와 의료 안전의 저하다.
가장 먼저 흔들리는 곳은 지역의 1차 의료기관이다. 동네 의원이 사라지면 경증환자까지 대형병원과 응급실로 몰리고, 의료전달체계는 더 왜곡된다. 정부가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를 강화하겠다고 하면서 1차 의료기관의 운영비조차 보전하지 않는 것은 명백한 모순이다.
이 문제를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반대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 의료기관 종사자도 정당한 임금을 받아야 한다. 핵심은 인건비가 3.7% 오르는 상황에서 의료수가를 1.6%만 올리는 결정의 비현실성이다.
의료수가를 결정할 때는 건강보험 지출 억제만이 아니라 실제 인건비, 물가, 의료소모품비와 행정비용 상승을 반영해야 한다. 적어도 기본진료료는 필수 운영비 상승률과 연동하고, 인력이 많이 필요한 진료과와 지역 의료기관에는 별도의 가산이 필요하다.
의료수가를 억제하면 당장은 재정을 절감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1차 의료가 무너지면 더 많은 환자가 대형병원으로 몰리고, 조기에 치료할 질환이 악화돼 오히려 더 큰 의료비가 발생한다.
최저임금은 3.7% 오르는데 의원 수가는 1.6%만 오른다. 그 차액은 의사의 소득이 아니라 의료인력, 환자의 진료 시간과 의료 안전에서 빠져나간다.
의료기관의 희생과 의료인의 사명감만으로 대한민국 의료를 지탱할 수는 없다. 의료를 살리고 싶다면, 의료가 지속될 수 있는 정당한 가격부터 인정해야 한다.
- "의사면허원, 전문가 규제기관 아닌 가장 강력한 보호막"
- 서정성 부회장, 베네수엘라 지진 복구에 정수기부터 찾은 이유?
- 검체검사 수탁기관에 검사비 '직접' 지급 법안 등장
- 윤성환 전문병원협회장 "의료체계 혁신 마중물 되겠다"
- 한미약품, 항혈전제 ‘피도글’ 10년 추적 연구 발표
- 종근당, 美 키오라와 망막질환 신약 라이선스 계약...상업화 추진
- 한 번의 사고, 세 번의 소송
- 복지부, 의료사고 이력 공개 선 긋기 "필수의료 기피 우려 균형 검토"
- '약 배송' 확대 신호탄, 플랫폼 웃고 약사회 뿔났다
- 로봇 인공고관절 수술, 초기단계부터 정밀도·안전성 확보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