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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플 플러스

홈플러스 폐점 '후폭풍' 문 닫는 25년 동네의원 "환자 인계, 가장 큰 걱정"

홍완기 기자2026.07.16 11:13
대형마트 홈플러스의 경영 악화와 회생절차 폐지 결정의 여파가 입점 병·의원으로 번지고 있다.  ⓒ의협신문
대형마트 홈플러스의 경영 악화와 회생절차 폐지 결정의 여파가 입점 병의원으로 번지고 있다. ⓒ의협신문

대형마트 홈플러스의 경영 악화와 회생절차 폐지 결정의 여파가 입점 병의원으로 번지고 있다. 수십 년간 지역 주민의 건강을 책임져 온 의원들이 보증금 반환조차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진료를 접거나 이전을 고민하는 처지에 놓였다.

일반 상가와 달리 의원은 환자와의 신뢰와 접근성이 중요한 의료기관이다. 한 번 문을 닫거나 이전하면 오랜 기간 쌓아온 환자 기반과 진료 연속성이 무너질 수 있다는 점에서 피해가 더욱 크다.

25년 동안 홈플러스 안에서 진료를 이어온 유인상 밸런스가정의학과의원 원장도 결국 폐원을 결정했다.

[의협신문]은 2002년 한일 월드컵이 열리던 해 문을 연 이후 다시 월드컵이 치러진 2026년까지 한자리에서 지역 주민들의 건강을 돌봐온 유인상 원장을 만나 홈플러스 폐점이 남긴 현실을 들어봤다.

유 원장은 홈플러스가 회생절차 폐지 결정을 내렸을 때도 쉽게 파산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상황이 급격히 바뀌면서 결국 폐원을 결정하게 됐다. 무엇보다 환자분들께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가 가장 막막했다고 말했다.

홈플러스 폐점 여파로, 문을 닫게 된 동네의원 ⓒ의협신문
홈플러스 폐점 여파로, 문을 닫게 된 동네의원 ⓒ의협신문

폐원보다 어려웠던 건 환자 인계

유 원장에게 가장 큰 고민은 사라질 보증금이 아닌, 환자들의 치료 연속성이었다.

유 원장은 2002년 개원해 올해로 25년째 환자들을 만나왔다며 홈플러스 파산으로 보증금은 돌려받지 못할 처지에 놓였지만, 그보다 더 큰 걱정은 당장 갈 곳이 모호해진 환자들을 어느 의료기관으로 어떻게 안전하게 인계할 것인가였다고 털어놨다. 현재 유 원장은 인근 의료기관들과 소통하며 환자들이 진료 공백을 겪지 않도록 일일이 안내를 돕고 있다.

홈플러스와는 1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하며 25년 넘게 입점을 유지했다.

유 원장은 2002년 월드컵이 열리던 해 시작해 또 다른 월드컵이 열린 2026년에 마무리하게 된 셈이라며 25년이라는 시간이 이렇게 끝날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폐원 소식이 알려지자 환자들은 병원을 찾아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폐원 소식이 전해지자, 환자들이 건넨 편지 ⓒ의협신문
폐원 소식이 전해지자, 환자들이 건넨 편지 ⓒ의협신문

유 원장은 눈물을 흘리시는 분도 계셨고, 이제 어디로 가야 하느냐며 걱정하시는 어르신들도 많았다고 전했다.

특히 항암 치료를 받던 한 환자 가족이 남긴 편지는 오랫동안 그의 마음에 남았다.

환자 가족은 편지에서 암 투병 중 심한 구토로 힘들어할 때마다 유 원장이 필요한 주사액을 직접 구해 치료를 도와줬던 일을 떠올리며 병원이 사라진다니 한쪽 팔이 떨어져 나가는 것 같다며 선생님도 많이 힘드셨을 텐데 잠시 쉬었다가 꼭 다시 환자들 곁으로 돌아와 달라고 적었다.

캐나다에 거주하는 가족들까지 온 가족의 주치의로 유 원장을 찾아왔다는 또 다른 환자 가족도 엄마가 폐원 소식을 듣고 눈물을 흘리셨다며 가족 모두의 이름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유 원장은 환자분들이 남겨주신 편지를 읽으면서 25년 동안 의사로 살아온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같은 지역 이전도 쉽지 않아올해는 재충전

유인상 밸런스가정의학과 원장 ⓒ의협신문
유인상 밸런스가정의학과 원장 ⓒ의협신문

유 원장은 당초 같은 지역에서 이전 개원을 검토했다. 하지만 이미 주변에 의료기관이 많았고 적절한 입지를 찾기도 쉽지 않았다. 결국 폐원 후 재충전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그는 최근 오십견으로 팔이 잘 올라가지 않는다며 매년 보건소 위탁사업으로 65세 이상 어르신 등 1000명이 넘는 주민들에게 국가예방접종을 시행해 왔는데, 이제는 그분들도 다른 의료기관을 이용하시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마음은 무겁지만 올해는 몸을 돌보면서 다시 시작할 준비를 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일을 겪으며 유 원장은 대형 상업시설에 입점한 의원들의 구조적 취약성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의원은 소상공인과 다를 바 없이 영세한 경우가 많다며 최소한의 구제 대책이나 보호 장치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또 대기업이 운영하는 건물이라고 해서 반드시 안전한 것은 아니다라며 개원을 준비하는 의사라면 건물의 재무 상태와 운영 상황까지 꼼꼼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부와 홈플러스 측을 향해서는 최소한 보증금만이라도 반환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인터뷰 말미, 유 원장은 잠시 말을 고른 뒤 환자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25년 동안 저희 병원을 찾아주신 모든 환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모두 건강하시길 바란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던 순간, 한 할머니가 손주의 손을 잡고 진료실 문을 열었다. 오랜 환자와 의사가 서로 안부를 묻는 익숙한 인사가 진료실을 채웠다.

홈플러스의 간판은 사라질지 모르지만, 25년 동안 지역 주민들의 곁을 지켜온 한 동네의사의 진료는 많은 환자들의 기억 속에 오래 남게 됐다.

홈플러스 폐점 여파로, 문을 닫게 된 동네의원 ⓒ의협신문
홈플러스 폐점 여파로, 문을 닫게 된 동네의원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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