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의료기기법 개정에 따른 의료기관의 현실적인 대응방안
최근 정부가 국내 의료기기 유통의 고질병으로 지적되어 온 병원과 간접납품업체(관납업체) 간의 불공정거래 실태조사에 나섰다는 언론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이에 덧붙여 지난해 12월말 의료기기법 개정으로 병원장의료법인과 특수관계에 있는 간납업체와 해당 의료기관의 거래를 제한하는 법안이 2027년 12월 시행될 예정이다.
골자는 병원장의 배우자를 비롯해 병원장과 2촌 이내 친족 등이 간납업체를 운영하거나 지배관계(50%이상 지분)가 형성된 경우 또는 의료기관이 간납업체의 임원 구성 및 사업 운영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경우에 거래를 금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어떤 경우를 실질적인 지배자로 볼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데, 여기서는 간납업체의 특유의 방어 논리로서 간납 구조의 정당성의 관점에서 법적 대응방안에 대하여 고찰해 보고자 한다.
약사법상 특수관계인 간 의약품 판매 금지
의약품 도매상은 특수한 관계에 있는 의료기관이나 약국에 직접 또는 다른 의약품 도매상을 통하여 의약품을 판매하여서는 아니 된다(약사법 제47조 제7항). 여기서 특수관계인이란 의약품 도매상의 임원 및 그 친족, 해당 법인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 등을 포함한다.
이 규정은 2011년 6월 7일 신설되어 2012년 6월 8일부터 시행하고 있는데, 감사원이 2008년 학교법인 산하 병원에 대한 감사에서 간납업체가 독점적으로 납품하면서 발생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법 개정을 권고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부산지방법원 2017. 8. 11. 선고 2016고합323 판결).
의약품공급자의 리베이트 제공 금지
의약품공급자(법인의 대표자나 이사, 그 밖에 이에 종사하는 자 포함) 및 의약품 판촉영업자는 의약품 채택처방유도거래유지 등 판매촉진을 목적으로 의료인의료기관 개설자의료기관 종사자에게 경제적 이익 등을 제공하거나 이들로 하여금 약국 또는 의료기관이 경제적 이익등을 취득하게 하여서는 아니된다(약사법 제47조 제2항). 이를 위반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취득한 경제적 이익등은 몰수추징한다(약사법 제94조 제1항 제5호의4).
의료인의료기관 종사자의 리베이트 수수 금지
의료인과 의료기관 개설자 및 의료기관 종사자는 약사법 제47조 제2항에 따른 의약품공급자로부터 판매촉진을 목적으로 제공되는 경제적 이익 등을 받거나 의료기관으로 하여금 받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의료법 제23조의5 제1항). 이를 위반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취득한 경제적 이익 등은 몰수추징한다(의료법 제88조 제2호).
간납도매상 임직원의 배임수재 문제
간납도매상이 제약회사로부터 신약 랜딩(채택) 및 품목 유지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한 경우, 간납도매상 임직원이 병원 의약품 선정 및 공급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위에 있다면 배임수재죄(형법 제357조 제1항)가 성립할 수 있다. 다만, 간납도매상이 신약 채택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아니고 금품 수수가 개인적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닌 경우에는 배임수재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판단도 있어,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것이다(서울서부지방법원 2019. 1. 31. 선고 2018고단2363,2372(병합) 판결 서울서부지방법원 2020. 1. 30. 선고 2019노241,185(병합) 판결. 항소심에서 배임수재 무죄).
간납업체를 이용한 보험급여 편취(사기)
간납업체를 내세워 치료재료의 구입가를 부풀리거나 실제 사용하지 않은 치료재료 가격을 포함시켜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보험급여를 청구하고 이를 편취한 경우 사기죄가 성립한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4. 12. 4. 선고 2014노2075 판결).
반면, 의료기기 간납업체 대표가 자금난에도 의료기기를 공급받아 대금을 미지급한 경우라도, 병원-간납업체-납품업체 간 특수한 거래 구조, 업계의 미수금 관행, 피고인의 꾸준한 대금 지급 및 경영 개선 노력 등을 종합할 때 편취 고의와 기망 행위가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지 않으면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을 수도 있다(대구지방법원 2022. 9. 30. 선고 2022고합1 판결).
간납업체를 통한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운영 문제
의료법인 명의로 개설된 의료기관을 실질적으로 비의료인이 개설운영한 경우 의료법 위반이 문제 된다(대법원 2023. 9. 21. 선고 2022도16276 판결 대법원 2024. 4. 4. 선고 2019도15742 판결). 학교법인 이사장이 간납업체를 설립하여 산하 병원의 의료 수익을 개인적으로 취득하려 한 사례에서도 이러한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부산지방법원 2017. 8. 11. 선고 2016고합323 판결).
간납업체 관련 민사적 쟁점-계약 당사자 확정
간납업체가 개입된 거래에서 납품업체와 의료기관 사이에 직접적인 물품 거래가 있다고 볼 수 없고, 납품업체와 간납업체 사이에 물품 공급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간납업체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납품업체와 의료기관 사이의 직접 거래를 인정할 수는 없다(부산지방법원 2023. 11. 21. 선고 2023가단317706 판결).
간납업체의 임대료 연체와 손해배상
간납업체가 실질적 간납업체로서 원고 몫의 임대료를 보관하는 지위에 있음에도 이를 연체한 경우,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2023. 11. 24. 선고 2021가합105151 판결).
간납 거래 구조 자체의 적법성 주장
의료법인이 업무 효율성 제고와 비용절감을 위해 별도의 간납업체를 지정하고, 간납업체가 납품업체들로부터 의료기기 등을 구매하여 의료법인에 납품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적법한 경영방법이다(서울고등법원 2020. 2. 10. 선고 2019나2028810 판결). 따라서 간납 구조 자체가 리베이트 수수의 증거가 되지 않음을 명확히 해야 한다.
간납도매상의 단가계약과 리베이트의 구별
간납도매상이 제약회사와 체결하는 단가계약은 간납도매상의 수익을 어느 정도로 책정할 것인지에 관한 것으로, 병원 입장에서는 간납도매상이 수익이 안 난다는 이유로 채택 의약품을 공급하지 않으면 다른 업체를 이용하면 충분하다는 논리로, 단가계약상의 마진이 곧 리베이트가 아님을 주장할 수 있다(서울서부지방법원 2020. 1. 30. 선고 2019노241,185(병합) 판결).
배임수재죄 방어-부정한 청탁의 부존재
간납도매상 임직원이 제약회사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경우 배임수재죄(형법 제357조 제1항)가 문제가 될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① 간납도매상이 신약 채택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아니라는 점, ② 금품 수수가 개인적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 ③ 부정한 청탁이 없었다는 점을 주장할 수 있다. 실제로 항소심에서 이러한 논리로 배임수재 무죄가 선고된 사례가 있다.(서울서부지방법원 2020. 1. 30. 선고 2019노241,185(병합) 판결. 1심 유죄 파기).
경제적 이익의 귀속 주체
법원은 경제적 이익이 의료기관에 귀속되었다고 인정하기 위해서는 객관적 자료에 의하여 당해 의료기관 자체에 직접 귀속되었다고 명확히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보는 것 같다. 구체적으로는 ① 정상적인 회계처리 여부, ② 의료기관 운영자금으로의 별도 관리 여부, ③ 의료기관 대표자의 인식 여부 등이 판단 기준이 된다(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2018. 1. 23. 선고 2017고합175 판결 서울서부지방법원 2019. 6. 27. 선고 2018고정954 판결).
여기서 유의해야 할 점은 수수된 금원이 개인 금고에 현금으로 보관되거나 개인 계좌로 관리된 경우, 법원은 의료기관 귀속을 부정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병원 내부 팀을 통하여 접수되어 병원 운영에 사용된 경우에는 의료기관 귀속이 인정될 여지가 크므로 유의하여야 한다.
또한 의약품 영업대행업체(CSO)를 통해 리베이트를 수수한 경우, CSO가 약사법상 의약품공급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항변이 가능하지만, 법원은 CSO가 의약품공급자의 약사법 위반 행위에 공동정범으로 가담한 경우에는 비신분자인 CSO를 의약품공급자로 평가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으므로(서울서부지방법원 2019. 10. 16. 선고 2018고정955 판결), 공모 관계의 존부와 실행행위 분담 내역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거래계약서에 법적 책임의무 명확히 규정해야
규모있는 의료기관이 간납업체를 사실상 소유운영하면서 부당이득을 챙기는 사례가 늘고 있고, 관계 당국이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병원장이 간납업체의 지분 변동을 통해 특수관계에 관한 책임을 회피하려 하더라도 향후에는 거래제한과 보고의무가 강화되는 추세이다. 따라서 병원장은 간납업체와의 거래계약서를 명확히 작성해야 하며,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것으로 보이는 외관을 형성해서는 안 된다.
병원장은 간납업체 및 제약회사와의 계약에서 법적 책임과 의무를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 계약서에는 간납업체와 제약회사 간 거래에서 발생한 위법행위에 대해 병원이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는 내용과, 의약품 거래가격을 시장가격에 맞게 책정하도록 하는 의무조항을 포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불법행위로 병원에 손해가 발생하면 간납업체가 이를 배상하고 면책과 구상책임을 부담한다는 내용도 넣어둘 필요가 있다. 이러한 계약 조항은 병원이 간납업체의 위법행위에 공모하거나 관여하지 않았음을 입증하는 자료로 민사상 분쟁은 물론 형사책임을 다투는 과정에서 방어 논리를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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