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자연사인데 과학수사까지" 재가임종 현장 바꿀 법·제도는?
연명의료 중단을 할 수 있는 임종기가 됐으니 지금 투여되는 모든 약물과 영양 공급을 중단할 수 있습니다.
죽음을 앞둔 환자와 가족에게 의사는 이 같은 이야기를 선뜻 던질 수 있을까. 이상범 대한재택의료학회 총무이사(서울신내의원)는 환자 삶의 마지막 순간에 차마 할 수 없다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1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재가임종 지원체계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임종에 대한 관점을 병원 중심에서 환자와 보호자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고 발표했다. 토론회는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이 주최했다.
통합돌봄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집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재택의료의 중요성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의료 현장에서는 재가임종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 중 하나다.
이상범 총무이사는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집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싶은 가정 내 임종에 대한 수요는 늘고 있지만 말기 돌봄은 병원이라는 계약된 공간을 중심으로 의료적 절차에만 집중하는 법안과 정책들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의료행위를 하는 의사 중심이 아니라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성직자 등이 팀을 이뤄 환자에게 전인적 돌봄을 제공한다는 개념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현실에서는 가정에서 환자가 죽음을 맞이했을 때, 당황한 가족들은 반사적으로 119를 누르게 되고, 집에서 심정지를 맞이했기 때문에 119도 기계적으로 경찰에 연결하게 된다. 병에 따른 자연사임에도 경찰은 변사일 수도 있다는 만일의 가능성 때문에 지역 경찰 2명, 형사팀 2명, 과학수사팀 2명, 검시조사관 1명 등 약 7명이 신고 현장으로 출동한다.
고인의 병력관계, 유족의 의견, 현장 상황 및 시신 상태, 검안 의사의 소견 등을 종합해 명백히 자연사로 판단됐을 때 상황은 끝난다. 다만, 모든 사항이 자연사로 판단되더라도 의사가 사망진단서를 자연사가 아닌 사인 미상으로 진단하면 의무적으로 변사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 총무이사는 기계적인 제도 아래서 과학수사대는 변사 사건 현장이기 때문에 환자의 몸 곳곳을 확인하고 사진을 찍으며 현장 증거사진을 확보하는 과정을 거친다라며 이때 유가족은 심리적인 트라우마를 입는다고 짚었다.
2020~2024년 경찰이 변사 현장에 출동한 건수는 연평균 5만 4807건에 달한다. 이 중 의사의 자연사(병사) 사망 진단으로 변사 절차 없이 즉시 종결된 건수는 평균 1만 7509건이다. 나머지는 변사 처리 절차를 밟은 것인데 이 중 40% 수준인 1만 4944건은 자연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총무이사는 현실적 한계를 해결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재택임종 관리 수가 신설 ▲예견된 사망의 확인 절차 법제화 ▲연명의료결정법에 재택 예외 조항 신설 ▲24시간 대응 가능한 거점 재택의료센터 제도화 ▲환자 가족 지역사회 준비 지원 등을 제시했다.
그는 재택임종은 현장에서 이미 일어나고 있는 현실인데 이를 뒷받침할 재택의료센터에 대한 법, 제도, 수가가 없다라며 임종기에는 방문 빈도가 급증하지만 , 현행 방문진료 수가는 환자당 월 방문 횟수와 의사당 월 산정횟수가 제한적이고 임종관리에 대한 별도 보상도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야간휴일심야 방문에 대한 가산, 24시간 온콜 대응에 대한 보상, 사망 확인사망진단서 발급에 대한 수가를 구체적으로 제안했다.
또 경찰 개입 및 변사 처리 절차 개선을 주장하며 의료진의 사전 소견이 있거나 호스피스통합돌봄 서비스를 받고 있던 예견된 죽음은 불필요한 범죄 혐의점 조사를 최소화하고 신속하게 장례 절차로 넘어갈 수 있는 명확한 경찰-의료기관 사이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요청했다.
정부는 재가임종시범사업을 계획하고 있다고 답했다.
김도균 보건복지부 요양보험운영과장은 재가임종은 통합돌봄의 마지막 퍼즐이라고 보고 있다라며 존엄이라는 관점에서 어떻게 하는 게 정책적으로 바람직한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초고령화 사회에서 재가임종은 더는지체할 수 없는 만큼 부처 차원에서 논의하고 있다라며 이르면 내년부터 시범사업을 하려한다. 장기요양 대상자와 아닌 사람, 돌볼 가족이 없을 때는 어떻게 할 것인지를 나눠서 시범사업 모델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또 실제 모델이 돌아가려면 24시간 대응이 가능한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해재정과 인력이 많이 들어간다. 정보 공유도 제도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가 있다라며 사업 설계 과정에서 가족 상담, 요양보호사뿐만 아니라 간호사 등 돌봄인력 사전 교육, 가족과 환자 당사자가 사전에 준비된 임종을 할 수 있도록 사전돌봄계획서 작성, 임종기 집중치료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토론회 끝까지 자리를 지킨 한지아 의원은 경찰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것은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으므로 대책을 적극 고민하겠다고 했다.
한 의원은 경찰 신고가 이뤄지면 7명의 인원을투입해최소 3시간의 시간을 보낸다. 이런 부분을 줄이면 사회적 비용이 줄어들 것이라며 마지막에 들어가는 의료비 자체를 재택의료 활성화 제도로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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