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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플 플러스

'종합병원 이상 국가검진 배제' 우물쭈물할 결정인가?

조원영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2026.07.13 09:52
ⓒ의협신문
조원영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

2025년 8월, 국회는 보건복지부에 이렇게 물었다.

의료전달체계 확립 차원에서 종합병원급 이상 및 부설의원을 공단검진에서 제외하는 방안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복지부의 답변은 사실상 유보였다.

상급종합병원을 국가검진에서 제외하는 것은 중장기적 검토가 필요한 사항이며, 제4차(2026~2030) 국가건강검진 종합계획을 수립할 때 전문가 협의체와 국가건강검진위원회 논의를 거쳐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방향에는 동의하되 시점은 뒤로 미룬 셈이다.

그러나 검진 통계를 들여다보면, 이것은 신중을 요하는 중장기 과제가 아니다. 지금 당장, 그것도 가장 낮은 비용으로 전달체계 개편의 방향을 증명할 수 있는 즉효 과제다.

점유율이 낮아 이관 충격이 없다

2023년 건강검진 통계를 보자. 일반건강검진 비용 지급액 총 6778억 원 가운데 의원이 3899억원 (57.5%), 병원이 977억 원(14.4%), 종합병원급(상급종합병원 포함)이 1887억 원(27.8%)을 차지했다. 즉 일반건강검진의 약 72%는 이미 의원병원급에서 수행되고 있다. 종합병원급 이상이 가져가는 몫은 4분의 1 남짓에 불과하다.

더구나 실제로 겨냥해야 할 대상은 종합병원 전체가 아니다.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기능을 재편 중인 상급종합병원 47개와 포괄 2차 종합병원 약 195개(2025년 175개 선정, 2026년 7월 20개 추가)에 한정하면 충분하다. 이 경우 이관 물량은 27.8%의 부분집합으로 더 작아지고, 대상 기관은 국가검진 의과 검진기관 약 1만 1천 곳의 2%대(약 240개)에 그친다. 국가검진을 수행하는 의과 검진기관 가운데 의원이 9624곳, 병원이 1133 곳으로 이미 97%에 이르러, 이관 물량을 흡수할 공급 기반은 넉넉하다.

점유율이 낮다는 것은, 이관에 따르는 비용과 저항, 그리고 국민 불편이 모두 작다는 뜻이다. 바로 이 점이 이 정책을 전달체계 개편의 가장 빠른 카드로 만든다.

제도는 이미 절반쯤 그 방향으로 와 있다

이 주장은 새로운 규제의 신설이 아니다. 정부는 이미 병의원 중심의 검진을 장려하기 위해, 검진 후 사후관리 인센티브를 병의원급에만 부여하고 있다. 일반건강검진 결과 고혈압당뇨병정신건강C형간염폐결핵이 의심 되는 수검자는 병의원급((상급)종합병원 제외)에서 최초 1회 본인부담 없이 진료받을 수 있다.

검진 이후의 확진사후관리 단계에서 (상급)종합병원을 이미 명시적으로 배제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앞 단계인 검진 자체를 상급종합포괄2차에서 수행할 이유는 더욱 희박하다. 확진은 의원에서, 검진은 상급종합병원에서 한다는 구조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 검진 단계까지 종별 기능에 맞게 정리하는 것은 이미 서 있는 원칙의 자연스러운 완성일 뿐이다.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과의 정합성

지금 정부는 2024년 10월부터 47개 전 상급종합병원이 참여하는 구조전환 지원사업에 연 3조원 이상의 건보 재정을 투입하고 있다. 목표는 상급종합병원을 외래 물량 경쟁에서 떼어내 중증응급희귀질환에 집중시키는 것이며, 2차연도에는 외래 재진 진료량에 가감산까지 도입했다. 포괄 2차 종합병원 지원사업 역시 그 연장선에서, 지역완결적 필수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하기 위해 종합병원의 필수응급 기능을 강화하는 사업이다.

국가건강검진은 정의상 무증상 건강인을 대상으로 한 예방건강관리 사업이다. 정부 스스로 의원급 1차의료기관을 일반진료와 예방, 만성질환 관리 중심으로 규정했다. 검진은 이 정의에 정확히 부합하는, 명백한 1차의료의 기능이다. 정부가 재정을 들여 중증응급필수의료에 집중하라고 재편 중인 바로 그 기관들이, 다른 한편으로 건강인의 기본 검진을 붙들고 있는 구조는 정책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구조전환기능전환 지원을 받는 기 관은 공단검진에서 빠진다는 하나의 원칙으로 묶어야 논리가 선다. 더구나 검진은 단순한 외래 물량이 아니라 상급종합병원으로 환자가 흘러드는 관문이다. 검진에서 이상 소견이 나오면 그대로 그 병원의 추가 정밀검사와 외래로 이어져 환자가 고착된다. 애써 회송으로 내보낸 환자가 다시 상급종합병원으로 돌아오는 통로 중 하나가 바로 이 검진 경로다. 검진 단계에서부터 환자를 12차에서 만나게 하면, 구조전환 사업이 그토록 정착시키려는 정상적 의뢰회송 흐름이 입구에서부터 작동한다.

이렇게 설계하자

첫째, 제외 대상을 구조전환기능전환 지원 대상으로 한정한다. 종합병원 전부가 아니라 상급종합병원과 포괄 2차 종합병원, 그리고 이들이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부설의원을 공단검진에서 제외하는 것이다.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기능을 재편 중인 기관에 검진 제외를 연동하면, 규제가 아니라 지원사업의 논리적 완성이 된다. 마침 제4차 국가건강검진 종합계획(2026~2030) 수립과 국가건강검진위원회라는 논의의 장, 그리고 건강검진 기본법이라는 법적 근거가 모두 지금 열려 있다. 미룰 이유가 아니라 실행할 조건이 갖춰진 것이다.

둘째, 부설의원 실질지배 기준을 명문화한다. 상급종합포괄2차가 검진을 못 하게 되면 물량은 곧바로 옆에 세운 부설 검진의원건강증진센터로 흘러간다. 실제로 대형병원 검진센터 상당수가 별도 의원으로 개설돼 있다. 부설을 개설자 명의만으로 정의하면 명의 분리로 곧장 우회되므로, 동일 의료법인학교법인 개설, 임원 겸임, 시설인력장비 공유, 명칭 사용 등 실질지배 기준을 함께 규정해야 한다. 이 정책의 성패는 여기서 갈린다.

셋째, 의료취약지에는 조건부 예외를 둔다. 포괄2차 중에는 그 지역의 사실상 유일한 거점병원인 경우가 있다. 이런 기관까지 일률 제외하면 취약지 접근성 공백이 생긴다. 따라서 진료권 내에 대체 검진 공급(병의원)이 있으면 제외, 없으면 유예라는 조건부 설계로 접근성을 보장해야 한다. 정밀검진 수요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내시경초음파 등 장비인력이 필요한 검사 접근성은 병원급과 전문 검진 센터까지 열어두면 충분히 해소되며, 일반검진 기본항목은 종별로 질적 차이가 없어 국민 선택권 제약도 아니다.

첫 단추가 필요하다

의료전달체계 개편은 거대하고 지난한 과제다.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포괄 2차 지원, 1차의료 지불제도 개편 이 모두 오랜 시간과 큰 재정, 이해관계 조정을 요구한다.

그러나 모든 개혁에는 방향을 가장 빠르게 증명할 첫 단추가 필요하다. 국가건강검진의 종별 기능 재정립이 바로 그 단추다. 국회가 이미 물었고, 데이터가 이관 충격의 미미함을 보여주며, 확진사후관리 배제라는 선례가 존재하고, 논의의 법적 창구까지 열려 있다. 대상을 상급종합포괄2차와 그 부설의원으로 한정하고 취약지에 조건부 예외를 두면, 종합병원급 27.8%보다 작은 물량, 약 240개 기관을 대상으로, 취약지 공백 없이 시행할 수 있다.

남은 것은 이를 중장기 검토과제의 서랍에서 꺼내 지금 실행할 과제로 옮기는 결단뿐이다. 최소한 국가검진만이라도 의원병원급에서 이것은 규제가 아니라 각 의료기관이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일이며, 전달체계 개편이 구호가 아니라 실행임을 가장 낮은 비용으로 증명하는 길이다.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의 완성은, 의외로 검진에서 시작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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