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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플 플러스

아프리카 땅에, 생명의 미래를 심다

이경희2026.07.08 12:18

한국에서의 안정적인 삶을 뒤로하고 아프리카 짐바브웨로 떠난 지 어느덧 14년. 의료 사각지대에 있는 소외된 환자를 돌보고, 전문 의료진을 키워내고 있는 강동원전진경 의사 부부의 헌신은 짐바브웨의 보건의료 지도를 새로 써 내려가고 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생명을 잃어가는 환아들을 살리기 위해 한국 의료진과의 협력을 도모하고, 지속 가능한 보건의료의 미래를 위해 짐바브웨 국립의대에서 무보수 강의를 이어가는 두 사람. 이들의 숭고한 여정은 현지 주민들의 삶에 따뜻한 희망이자 기적이 되고 있다.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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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나눔의 손길이 필요한 곳, 아프리카로

연세대학교 의료봉사 동아리 한국누가회(CMF)에서 함께 나눔을 실천하며 사랑을 키워온 강동원전진경 부부는 1997년 부부의 연을 맺었다. 이후 15년 동안 강동원 교수는 가톨릭관동의대 약리학 교수로, 전진경 교수는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소아청소년과 임상조교수로 재직하며 환자 치료와 연구 활동에 매진했다.

의사로서 보장된 안정적인 미래가 눈앞에 있었지만, 두 사람의 시선은 늘 더 낮은 곳, 의료의 손길이 닿지 않는 소외된 세계를 향해 있었다. 생명이 위독한 환자를 돌보는 의사의 소명은 어디서나 고되기에, 그 어디에서도 안주할 수 없다는 뜻에 깊이 공감해온 부부는 결국 아프리카로 시선을 돌렸다.

2007년 아프리카미래재단을 통해 구체화되기 시작한 이들의 계획은, 마침내 2012년 짐바브웨행 비행기에 몸을 실으며 결실을 보았다. 학창 시절, 의사가 되기로 결심했던 순간부터 가슴 깊이 품어왔던 아프리카 의료 봉사의 오랜 꿈을 드디어 온 삶으로 실천하게 된 순간이었다.

암울한 의료 현실 속에서 밝힌 희망의 불씨

짐바브웨는 전체 인구 1300만 명 중 7%인 90만명이 장애인이다. 이 중 5세 미만 장애 아동이 20만명에 이를 정도로 많지만, 재활치료나 보조 장치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비율은 56%에 이른다(출처: 아프리카미래재단).

5세 미만 어린이에게 무상 의료를 제공하는 수도 하라레의 샐리 무가베 병원(Sally Mugabe Central Hospital)은 매년 3000명에서 1만명의 아동이 입원하는 곳이다. 수직감염으로 인한 소아 에이즈(HIV) 환자를 비롯해 말라리아, 장티푸스, 세균성 장염 등 감염성 질환 환자가 대다수다. 하지만 입원 아동의 사망률이 10%에 달할 만큼 진료 환경이 열악해 도움의 손길이 절실했다.

처음 마주한 짐바브웨의 보건의료 환경은 상상 이상이었다. 기초적인 의약품 부족은 물론 시설도 낡고 낙후해 있었다. 특히 2007년 경제 붕괴 이후 의사들이 해외로 대거 이주하면서 병원 내 수련의 수도 턱없이 부족했다. 적절한 예방과 간단한 치료만 받으면 살 수 있는 아이들이 속절없이 목숨을 잃어갔다.

전 교수는 샐리 무가베 어린이병원과 빈민 지역 보건소에서 고통받는 극빈층 어린이들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강 교수 역시 자가면역 희귀질환을 앓고 있으면서도 의사로서의 소명을 잃지 않고 진료를 이어갔다.

기본적인 투약이나 혈액 검사, 엑스레이(X-ray), CT 촬영 등 기본적인 검진조차 불가능한 상황 속에서 부부는 사비를 들여 검사비와 치료비를 지원했다. 이들은 현지 의료진과 힘을 합쳐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까지 2만 4000명이 넘는 환자를 돌봤다.

전진경 교수는 심폐소생술로 겨우 숨을 유지하던 HIV 환아, 수술이 늦어져 심정지를 겪었던 아이, 책으로만 보았던 연쇄상구균 뇌병증 환자 등 희망이 없다고 생각했던 아이들이 체계적인 치료를 통해 생명을 얻어가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라며, 이 모든 것은 동료 의사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함께 힘을 모은 현지 의료진에게 공을 돌렸다.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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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만의 기적, 짐바브웨에서 다시 시작된 심장 수술

한국에서는 충분히 고칠 수 있는 선천성 심장병을 가졌음에도, 이곳에서는 수술을 받지 못해 속절없이 별이 되는 환아들의 안타까운 현실을 목도한 부부는 또 다른 길을 찾아 나섰다.

국내 의료진의 적극적인 협조를 구해 선천성 심장병 어린이들을 한국으로 초청, 수술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 어린 생명을 살리려는 간절함이 만들어낸 결실이었다.

이들의 노력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더 많은 아이에게 지속적인 치료 혜택을 줄 수 있는 근본적인 방안을 고민한 끝에, 건국대의학전문대학원, 이대목동병원 등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국내 수술팀을 현지로 초빙해 짐바브웨 의료진을 직접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전개했다. 3년여에 걸친 끈질긴 노력 끝에, 방문 연수 형식으로 한 번에 10명의 수술을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 결과, 짐바브웨 현지에서 무려 13년 동안이나 중단됐던 개심(開心) 수술이 다시 시작되는 기적이 일어났다.

장애 아동 치료의 핵심인 소아 재활 분야에서도 체계적인 역량 강화가 이뤄졌다. 부부는 코이카(KOICA)와 협력해 현지 의료진 교육과 장비 지원은 물론, 보호자 워크숍, 교통비 지원 등 다각적인 지원책을 이끌어냈다. 이러한 헌신 덕분에 현재 짐바브웨 8개 지방 전역에서 소아 뇌성마비에 대한 집중 치료가 가능해졌다.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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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보건 의료 시작, 4000여 명의 의료 인력 양성

강동원전진경 교수는 당장의 치료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짐바브웨의 지속 가능한 보건의료 환경 구축이라는 데 뜻을 같이했다. 2013년부터 짐바브웨 국립의과대학의 임상약리학 교실 및 소아과학 교실에 무보수 전임 교수로 임용돼, 정규 교과과정 강의와 의료 인력 양성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나아가 한국과 미주 지역의 선진 의료기관과 협력해 현지 의료진에게 연수 기회를 제공하고 최신 의학 기술을 전수하기도 했다. 지난 13년간 이들의 가르침을 받은 제자들만 해도 4000여 명에 이른다.

두 사람에게 교육받은 제자들은 이제 짐바브웨 의료계의 주역으로 당당히 성장했다. 이들은 주요 국립병원의 리더가 되는 등 현재 짐바브웨 보건의료 현장을 전방위에서 이끌고 있다. 대한민국이 과거 도움을 받던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로 거듭난 것처럼, 짐바브웨 역시 언젠가 주변국에 도움을 베풀 수 있는 자립국으로 만들겠다는 것이 두 교수의 궁극적인 목표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진료와 교육을 넘어, 짐바브웨의 전반적인 보건의료체계 발전을 위한 다각적인 정책과 인프라 구축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의료 시스템의 근본을 바꾸려는 진정한 의미의 메디컬 프론티어(Medical Frontier)를 실천하는 긴 여정에 돌입했다.

진정한 봉사는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원팀으로 걷는 길, 함께 그려가는 짐바브웨 보건의료의 내일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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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교수는 봉사를 하며 깨달은 것은 각자가 자신의 자리에서 역할을 다할 때 비로소 사회 전체가 온전히 돌아간다는 사실이라며, 앞으로도 주어진 의료 봉사라는 소명을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강동원 교수 역시 의사는 어느 분야에서든 완벽함을 추구해야 한다. 특히 약리학은 오차 없는 원리와 지식을 다루기에 기본 소양을 빈틈없이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늘 그런 태도로 진료에 임하고 있으며 학생들에게도 이를 강조한다고 덧붙였다.

생명을 지키겠다는 단단한 사명을 품은 두 사람은 참 많이 닮아 있었다. 서로에게 가장 든든한 동료이자 후원자, 그리고 삶의 가치를 공유하는 버팀목이 되어주었기에 낯선 타지의 모진 바람도 이겨낼 수 있었다. 세상의 가장 어두운 곳을 밝힐 때 의술은 비로소 가장 눈부시게 빛난다는 진리를 부부는 온 삶으로 증명해 보이고 있다.

이들에게 타인을 돕는 일은 희생이 아니었다. 함께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아름다운 도전이자, 삶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일 뿐이다. 짐바브웨의 햇살을 닮은 두 교수의 환한 미소는 우리에게 진정 행복한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묵묵히 건넨다.

만약 인생의 길 위에서 잠시 길을 잃었다고 느껴진다면, 주저 없이 손을 내밀어 누군가를 도와보세요. 그 따뜻한 손길 끝에서, 당신이 그토록 찾아 헤매던 삶의 의미와 행복이라는 이정표를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글(주) 보령 이경희 작가]

보령의료봉사상은 대한의사협회 의협신문과 (주)보령이 1985년에 제정한 상으로, 숨은 곳에서 의료봉사 활동을 펼치고 계신 의료인 혹은 의료단체를 분기별로 1분씩 발굴, 취재해 소개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보령의료봉사상은 묵묵히 헌신하며 인술을 펼치는 대한민국 의료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더 큰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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