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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장판사 출신 변호사 "사법부, 형사·민사 인과관계 구분해야"

송성철 기자2026.07.12 19:49
의협 의료감정원은 11일 제43차 의협종합학술대회에서 '의료분쟁의 실제: 의료소송의 이해'를 주제로 필수강좌를 열었다. ⓒ의협신문
의협 의료감정원은 11일 제43차 의협종합학술대회에서 의료분쟁의 실제: 의료소송의 이해를 주제로 필수강좌를 열었다. ⓒ의협신문

의료분쟁 사건에서 사법부가 형사와 민사의 인과관계를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왔다. 민사 재판은 환자의 정보 비대칭성을 고려해 입증 책임이 어느 정도 완화되거나 전환되는 법리를 적용하지만, 인신 구속과 전과를 남기는 형사 재판은 검사의 엄격한 입증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법관 재직 시절 대법원 재판연구관 등을 지내며 30년간 사법부의 요직을 거친 박영호 대표변호사(법무법인 해광)는 11일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제43차 의협 종합학술대회에서 의료분쟁의 실제: 의료감정과 의료소송의 이해 필수강좌 세션에서 법원이 보는 설득력 있는 의료감정의 조건 강의를 통해 사법부에는 인과 관계의 판단을, 의료계에는 정확한 의료감정을 주문했다.

박영호 변호사는 임상 현장의 특수성을 간과한 채, 의사의 과실이 조금이라도 강하게 의심되면 형사상 인과관계 판단까지 지나치게 느슨하게 적용해 유죄를 선고하고 법정 구속까지 시키는 위험한 경향을 보인다면서 결과가 나쁘다는 이유로 사후에 과정을 끼워 맞추는 후향적 편향(Hindsight Bias)을 경계했다.

그러면서 하급심 재판부는 대법원 처럼 의학적 사실관계를 다룰 때 흑백논리를 지양하고, 철저히 과학적 유병률과 논문에 근거한 정량적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의사의 감정 결과는 법정에서 의학적 반박이나 검증을 거칠 기회가 부재하다며 1인 감정의 한계도 지적했다.

의료감정원 필수강좌인 2세션에서는 곽영태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상임감정위원, 한진 의협 법제이사, 박영호 대표변호사(법무법인 해광, 전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가 강연했다. ⓒ의협신문
의료감정원 필수강좌인 2세션에서는 곽영태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상임감정위원, 한진 의협 법제이사, 박영호 대표변호사(법무법인 해광, 전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가 강연했다. ⓒ의협신문

한진 의협 법제이사 전산기록 로데이터 위험성 경고
한진 의협 법제이사(법무법인 세승 변호사)는 최근 의료 소송에서 전산의무기록(EMR)의 로그(Log) 기록이 사법적 무기로 부상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한진 법제이사는 임상 현장에서 바쁘다는 이유로 전날 썼던 서식을 그대로 복사해 붙여넣거나, 의료사고가 발생한 이후에 환자에게 불리한 진료기록을 임의로 정정하는 행위는 최악의 사법 리스크를 초래한다면서 로그 기록에는 조회, 수정 전후의 모든 이력이 분초 단위로 남기 때문에 법관에게 과실 은폐 의혹이라는 치명적인 심증을 심어주게 된다고 지적했다.

한 법제이사는 이른바 의사면허취소법으로 불리는 개정 의료법과 관련해 업무상과실치사상죄는 금고 이상의 형을 받더라도 면허취소 사유에서 제외된다면서 회원들의 흔한 오해를 바로잡았다. 그는 하지만 이를 이용해 환자 측 변호사들이 고소장에 진료기록부 부실 기재나 허위 기재 등 의료법 위반 혐의를 억지로 끼워 넣어 압박하는 경향이 고조되고 있다며 철저한 진료기록 관리만이 면허를 지키는 유일한 방패라고 조언했다.

한 법제이사는 내년 5월 27일 시행 예정인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필수의료 사법리스크 완화 특례법)은 시스템의 큰 전환이라면서 반의사불벌 특례나 공소제기 불가 특례 등이 포함돼 의사가 안심하고 진료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고자 유관 단체들과 하위 법령을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여전히 중과실 범위의 모호성 등 아쉬운 점이 많아 축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언급한 한 법제이사는 제도 자체가 없는 것보다는 사법 리스크를 완화하고 통상 소송 시 45년 소요되는 기간을 단축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면서 사과(유감 표명)를 하더라도 이를 법정에서 증거로 채택하지 못하게 하는 조항은 소통을 통해 분쟁을 극적으로 낮추는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곽영태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상임감정위원은 2026년 들어 5월 말까지의 의료분쟁조정중재 사건 데이터가 전년 동기 대비 약 150% 급증했다면서 개원가와 중소병원에서 실행할 수 있는 단계별 의료사고 예방 팁을 제안했다.

곽영태 상임감정위원은 진료기록을 분석해 보면 시진, 문진, 촉진 등 기본적인 진찰 기록조차 바쁘다는 이유로 누락된 경우가 허다하다면서 진료기록부는 향후 법적 분쟁 시 의사를 보호할 유일한 방어 무기이므로 귀찮더라도 상세히 기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수술 및 침습적 시술 시 작성하는 동의서는 환자와 보호자가 유일하게 읽을 수 있는 문서이므로 부족한 서식은 대형병원(수련병원)의 양식을 참고해서라도 꼼꼼히 채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감당할 수 없는 중증 환자가 내원했을 때 신속한 전원 타이밍을 소송의 성패를 좌우하는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기록이 남지 않는 전화 전원을 지양하고 명확한 소견서와 전원 기록을 남겨야 한다고 설명했다.

의료분쟁 예방을 위한 핵심으로 그는 환자와의 진정성 있는 소통을 제안했다. 악 결과 발생 시 유감과 공감의 태도만으로도 분쟁 접수 확률을 절반 이상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좌장을 맡은 염호기 대표원장(호기내과의원)은 의사의 올바른 사과와 유감 표명 방법은 분쟁 예방에 효과가 있음이 선진국 통계로 입증됐다면서 의협 차원에서도 회원에게 올바른 유감 표명 및 소통 법에 관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의료감정원 필수강좌인 2세션 좌장을 맡은 염호기 대표원장(호기내과의원), 신동우 의협 의료감정원 심의위원장. 오른쪽은 1세션 좌장을 맡은 한동우 의협 의료감정원 운영위원장. ⓒ의협신문
의료감정원 필수강좌인 2세션 좌장을 맡은 염호기 대표원장(호기내과의원), 신동우 의협 의료감정원 심의위원장. 오른쪽은 1세션 좌장을 맡은 한동우 의협 의료감정원 운영위원장.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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