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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플 플러스

수련 패러다임 전환…'시간 채우기' 넘어 '책임 맡기기'로

이영재 기자2026.07.12 13:45
■ 대한의사협회 34차 종합학술대회 전공의 세션 좌장을 맡은 최창민 울산의대 교수(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왼쪽)와 한성존 대한전공의협의회장.
■ 대한의사협회 34차 종합학술대회 전공의 세션 좌장을 맡은 최창민 울산의대 교수(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왼쪽)와 한성존 대한전공의협의회장.

전공의 근무시간은 줄었지만 수련 질과 권리 보장에는 여전히 구조적 한계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의 형식화, 보호수련시간 부족, 의료분쟁에 대한 불안 등은 새로운 과제로 드러났다.

한국형 역량중심수련(CBME)의 핵심 과제로는 관찰하고 피드백하며 위임할 수 있는 수련구조를 만들고, 전공의 보호수련시간 보장, 지도전문의 프로젝트 타임 인정, 교육 활동 공식 원가 인정 등 제도적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는 진단이다.

전공의 수련 재원 운용에 대한 문제점도 제기됐다. 재원 규모와 사용처가 공개되지 않으면서 전공의 수련에 실제로 사용되는지 알 수 없다는 얘기다. 수련교육 재원에 대한 투명한 공개와 수련 전용 목적의 재원 운영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대한의사협회 34차 종합학술대회 전공의 세션에서는 전공의 수련실태조사에 담긴 의미를 짚고, 평가 보다 전공의에 성장에 중심을 둔 역량중심수련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를 진행했다.

■ 박준영 대한전공의협의회 수련실태조사 연구원(연세의대 예방의학과 전공의).
■ 박준영 대한전공의협의회 수련실태조사 연구원(연세의대 예방의학과 전공의).

먼저 박준영 대한전공의협의회 수련실태조사 연구원(연세의대 예방의학과 전공의)은 수련실태조사 분석 및 함의 발제를 통해 2022년, 2023년, 2026년 조사 결과를 비교 분석했다.

주당 평균 근무시간은 2022년 77.7시간에서 2026년 70.5시간으로 감소했다. 80시간 초과 근무 경험률 역시 전반적으로 줄어들며 근무시간 규제 정책의 효과가 일정 부분 확인됐다. 특히 인턴과 외과계 전공의에서 감소 폭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났다.

그러나 근무시간 단축이 전공의 삶의 질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정신건강 및 주관적 건강 지표는 유의미한 개선을 보이지 않았다. 근무시간 외 요소들이 여전히 전공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근로기준 준수 측면에서도 한계가 드러났다. 실제 근무시간이 정확히 기록된다는 응답은 약 절반 수준에 그쳤고, 16시간 이상 연속 근무 후 충분한 휴식을 보장받는다는 응답은 30%에 미치지 못했다. 법정 휴게시간 역시 근무 특성상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수련의 질과 직결되는 교육 환경은 더욱 취약했다.

보호수련시간이 없거나 1시간 미만인 경우가 10% 이상이었고, 주당 교육시간이 2시간 미만이라는 응답은 95%에 달했다. 지도전문의의 정기적 지도와 피드백이 이뤄진다는 응답도 30% 수준에 그쳤다. 이에 따라 전공의들은 수련이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인식을 보였다.

업무 부담 역시 여전히 높았다. 전공의 1인당 담당 환자 수는 평상시 평균 11명, 당직 시 약 30명 수준이었으며 일부 내과계에서는 70명 이상을 담당하는 사례도 보고됐다. 이는 교육보다는 진료 인력으로서 역할이 여전히 강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26년 조사에서 새롭게 포함된 문항에서는 의료분쟁 관련 불안이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전공의들은 소송 위험 증가가 진료 행태와 진로 선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병원 차원의 보호는 충분치 않다고 인식했다. 최근 의료 환경 변화와 맞물려 의료분쟁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가중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PA(진료지원인력) 역할 확대와 관련해 전공의 교육 기회 축소 및 환자 안전 문제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일부 업무가 대체되면서 전공의가 경험해야 할 핵심 술기 및 임상 경험이 제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임신출산 관련 제도 역시 실효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출산휴가 사용 과정에서 직간접적 압박을 경험했다는 응답이 있었으며, 제도는 존재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충분히 보장되지 않는 이행 격차가 드러났다.

아울러 전공 계열 및 지역, 병원 종별에 따라 근무환경과 수련 여건의 격차가 지속되고 있는 점도 확인됐다. 이는 전공의 수련의 표준화와 균등한 교육 기회 제공이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음을 의미한다.

박준영 연구원은 근무시간 단축은 분명한 진전이지만 수련의 질, 교육 내실화, 권리 보장 등은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며, 의료분쟁 대응체계 마련, 보호수련시간 확보, 출산휴가 제도 실질화 등 다각적 정책 보완이 필요하다라면서 단순한 근무시간 규제에서 나아가 역량 중심 수련 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교육인력제도 전반에 대한 구조적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김동건 대한전공의협의회 수련이사(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 김동건 대한전공의협의회 수련이사(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역량중심수련(Competency-Based Medical EducationCBME)은 전공의 수련이 단순히 기간을 채우는 과정이 아니라, 실제 진료 현장에서 필요한 역량을 증명하고 단계적으로 책임을 위임하는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요구에서 등장했다.

김동건 대한전공의협의회 수련이사(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은 전공의 관점의 역량중심수련(CBME)이란? 발제를 통해 한국형 CBME 구현을 위한 구체적 제언을 제시했다.

전통적 수련은 연차와 경험 횟수, 수련 기간 등을 중심으로 평가했지만, 이는 동일 연차라도 개인 간 역량 차이가 크다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 CBME는 몇 년 차인지보다 무엇을 할 수 있고, 어느 수준까지 맡길 수 있는가를 평가 중심에 놓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CBME의 핵심은 네 가지 요소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시스템이다.

첫째 Competence(역량)는 의사가 갖춰야 할 의학지식, 진료, 의사소통, 팀워크, 전문직업성 등 종합적 능력을 의미한다. 둘째 마일스톤은 역량이 단계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나타낸다. 셋째 WBA(Workplace-Based Assessment수련중평가)는 실제 진료 상황에서 관찰평가피드백을 수행하는 방법이다. 넷째 EPA(Entrustable Professional Activity)는 이 전공의에게 이 업무를 맡길 수 있는가를 판단하는 현장 단위 기준이다.

EPA는 단순 역량 목록이 아니라, 실제 병원에서 전공의에게 맡기는 구체적인 진료 업무(예: 신규 환자 초기 평가, 응급상황 대응, 환자 인계 및 치료계획 수립 등)를 기반으로 한다. 핵심은 전공의에게 이 일을 맡길 수 있는가, 맡긴다면 어느 정도 감시 수준이 필요한가를 평가한다.

전공의의 성장 단계는 5단계로 나뉜다. 1단계(관찰)-2단계(감독 아래 수행)-3단계(필요 시 상급자 호출이 가능한 독립 수행)-4단계(지도전문의가 옆에 없어도 수행 후 검토)-5단계(타인을 지도하며 수행) 등이다. 중요한 점은 연차가 올라가도 자동으로 레벨이 오르지 않으며, 관찰과 피드백을 통해 근거가 쌓일수록 위임 수준은 점진적으로 높아진다.

해외 사례에서도 CBME는 평가 보다 실제 업무에 대한 성장 단계 중심이다. 캐나다의 CanMED는 의사의 7가지 역할을 통합해 정의하고, 미국의 ACGME는 마일스톤과 임상역량위원회(CCC)를 통해 여러 평가 근거를 종합해 판단한다. 네덜란드는 각 전문과목의 실제 업무를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설계했다. 세 나라 모두 목표 역량을 정의하고, 현장 수행 근거를 수집하며, 여러 평가자를 통해 종합 판단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김동건 이사는 한국형 CBME는 거창한 제도 개편보다는 현장의 반복 루틴으로 시작해야 한다. 먼저 전공과목별 핵심 EPA를 정의하고, Real-time 감시와 피드백을 기본으로 운영해야 한다. 또 이 과정을 포트폴리오에 기록해 근거를 축적하고, 한 명의 평가자가 아닌 여러 평가자가 종합 판단하는 구조를 도입해야 한다라면서 전공의 관점의 CBME는 단순히 전공의에게 더 많은 책임을 지우는 게 아니라, 전공의를 성장의 주체로 세우는 데 있다. 명확한 기대 수준 설정, 반복적 관찰과 피드백, 점진적 책임 부여는 CBME의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수련현장에서의 실행 장벽도 지적했다. WBA가 관찰 없이 평가표만 작성하거나, 피드백이 제공되지 않는 형식적 체크리스트로 변질된 경우가 많으며, 전공의가 평가를 두려워해 어려움을 숨기면서 신뢰 없는 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원이 시행한 2025년 지도전문의 교육역량 실태조사에서도 피드백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높았으나 실제 수행 비율은 7.3%에 그쳤고, 교육 관련 업무 비중은 10~20% 수준이었다. 이는 지도전문의가 교육의 중요성을 몰라서가 아니라, 시간구조보상 체계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김동건 이사는 한국형 CBME 핵심 과제는 관찰하고 피드백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 있으며, 전공의 보호수련시간 보장, 지도전문의 프로젝트 타임 인정, 교육 활동 공식 원가 인정 등 제도적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라면서 전공의 관점의 CBME는 성적표를 채우는 게 아니라, 성장 구조를 만드는 것으로, 실제 진료 현장에서 관찰피드백위임을 통해 독립 진료 가능한 의사로 성장시키는 체계다. 수련 개혁은 전공의 참여 거버넌스 구축 없이는 불가능하다. 전공의가 수련 평가와 제도 개선 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로 짚었다.

■ 박창용 대한전공의협의회 정책이사(국립경찰병원 내과 전공의).
■ 박창용 대한전공의협의회 정책이사(국립경찰병원 내과 전공의).

전공의 수련 재원에 대한 투명성 확보와 함께 수련 전용 목적 운영에 대한 목소리도 나왔다.

박창용 대전협 정책이사(국립경찰병원 내과 전공의)는 전공의 대체인력 등 수련 환경 개선을 위한 의료질평가 지원금 혁신 방안 주제 발표에서 현행 재원 구조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현재 의료질평가 지원금 교육수련 영역은 연간 약 8000억원의 전체 지원금 중 가중치 8%에 해당하는 영역으로, 교육수련 기능을 수행하는 의료기관에 지급되는 구조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청구 자료 등을 토대로 추정하면 연간 약 600억680억원 규모다.

문제는 이 재원이 어떻게 쓰이는지 확인할 수 없다는 데 있다.

박창용 정책이사는 지급 방식이 수가 가산 형태로 일반 회계에 흡수되므로 별도 회계 관리가 안 되고, 보건복지부심평원 차원에서도 공시 시스템이 없다라며 결과적으로 병원이 교육수련영역 지원금을 받고 있지만, 수련 재투자가 일어나는지 확인할 수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현재 평가 지표도 수련 교육 실행 여부를 중심으로 설계돼 실제 수련의 질을 파악할 수 없다. 2025년부터 신설된 전공의 수련 교육 실행 시범 지표도 여전히 형식적 준수 여부 검증에 그친다. 특히 대체인력 지원에 대한 내용은 빠져 있어 연속 근무 24시간 공백 등을 메우기 위한 인력 확보와 연계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배분 구조 역시 상급종합병원 47곳과 일부 대형 종합병원 수련기관에 집중된다. 지원금 지급 대상은 전체 373개 기관 중 197개 기관(52.8%)이며, 1등급 교육수련영역 등급을 받은 상급종합병원 약 40곳에 연간 약 100억 원 규모가 배분된다. 나머지 예산은 분산 지급되지만 절대 규모가 작아 수련 기반 확충에 미흡한 수준이다.

국제 비교에서도 한국 수련 재원의 절대적 부족과 투명성 부족은 확인된다. 일본은 후생노동성 임상연수 보조금으로 연간 약 1030억원이 쓰이며 사용 내역이 공개된다. 영국은 NHS 중앙교육예산(다직종 포함)이 8조 4000억원이며 적자 보존 전용에 대해 비판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미국은 수련 재원이 29조원에 이르며, ACGME(의학전문교육평가위원회)를 통해 사용 내역을 명확히 확인한다.

박창용 정책이사는 한국은 재원 규모도 느슨하지만, 무엇보다 사용 통제 방식이 없다. 재원 자체도 다른 나라에 비해 경제 규모나 보건의료 예산 대비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단순 예산 비교보다 사용 통제 구조가 더 중요하다라면서 수가 가산 형태로 일반 회계에 흡수되는 현행 구조를 수련 전용 목적기금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구체적 제안으로는 ▲교육수련영역을 일반 회계 흡수 구조에서 별도 회계로 관리하고, 연도 종료 시 보건복지부심평원 차원에서 공시해 수련 재투자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 ▲사용처를 다양화하더라도 우선 전공의 대체인력 채용 인건비, 교육 활동 운영비, 수련 시간 보장 관련 비용 등에 쓸 수 있도록 한다 ▲평가 지표를 현장 중심전공의 참여 방식으로 바꾼다. 현재는 기록만 남는 평가지만, 레지던트.펠로우 서베이 방식과 유사하게 전공의 익명 평가와 필요성을 일정 비율 반영해야 한다 ▲교육재원 보호 장치를 마련한다. 병원 내 교육수련 협의체를 구성하고, 지역 단위 수련병원 협의체도 운영해 예산 사용 적합성을 검토한다 등 4가지다.

박창용 정책이사는 용도 위반이 적발되면 환수와 함께 다음 해 등급 조정 등 피드백 메커니즘을 제도화해야 한다. 재원뿐만 아니라 사용 용도까지 불투명하므로, 새로 쓰는 재원과 기존 재원 모두 교육수련 목적에 제대로 사용해야 한다라면서 수련에 대한 투자와 재정의 투명성을 통한 수련의 질 개선은 곧 환자 안전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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