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의료분쟁조정법 승부처는 시행령, 의료계 단합 절실"
의료분쟁조정법이 의사를 범죄자로 양산하는 도구로 전락하지 않도록 의료계의 단합된 하위법령 설계가 어느 때보다 절실합니다.
의사 출신 변호사인 장세창 변호사(법무법인 대륜)가 12일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대한의사협회 제43차 종합학술대회에서 발표 마지막에 꺼낸 말이다.
내년 5월 시행을 목표로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의료분쟁조정법) 하위법령 마련을 위해 정부와 의료계는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를 진행 중이다.
지난 4월 국회를 통과해 개정된 의료분쟁조정법은 필수의료 행위 과정에서 발생한 의료사고에서 ▲중대한 과실이 없고 ▲설명의무를 충실히 이행했으며 ▲책임보험 가입 및 손해배상 등 요건을 충족하면 형사 기소를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손해배상금을 전액 지급하면 공소 제기 자체를 할 수 없도록 했다.
장세창 변호사는 의료사고를 겪은 환자 및 보호자 상담 경험이 많다는 점을 이야기하며 우리나라 의사들이 형사 소송에 휘말리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형사고소는 변호사가 대리할 필요도 없이 고소장만 제출하면 되는 이유로 비용과 시간 측면에서 가장 경제적인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라며 좋은 결과가 나온다면 환자 입장에서는 수사기관을 통해 과실 입증 상태로 민사에 임할 수 있게 되고, 민사에서는 과실 입증 정도가 형사와는 달리 완화된 측면이 있어 손해배상을 인정받을 수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정된 의료분쟁조정법에서는 고위험 필수의료 범위를 어디까지 볼 것인지, 중과실 범위를 어디까지 할 것인지가 모두 시행령으로 넘어가서 제도의 성패는 하위법령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 변호사는 실제 의료소송을 담당하고 있는 법조인의 시각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제언했다.
우선, 고위험 필수의료 행위 범위는 사각지대 발생을 경계했다. 그는 진료과목으로 분리해서 볼 때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고 응급상황이 생겼을 때 초과진료를 하는 부분이나 경계지대에서 필수의료 행위에 벗어날 확률이 있다라며 응급의료 행위가 사각지대에 놓이는 모순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짚었다.
예를 들어, 같은 제왕절개라고 하더라도 환자 요청으로 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응급 상황에서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를 고위험 필수의료행위라는 일률적 규정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그는 응급의료법상 선의의 응급의료 면책 법리와 연계해 정합성을 맞춰야 한다라며 진료과목 기준으로 보지 않고 포괄적 예시와 보충적 일반조항을 병기해 사각지대를 원천 방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12개로 제한하고 있는 중대한 과실 역시 사망 또는 중상해처럼 결과가 나쁘다는 이유만으로 사후적으로 단순 과실을 중과실로 둔갑시켜서는 안된다고 했다. 중대한 과실은 한정적 열거로 못 박고 각 호에 고의에 준하는 현저한 의무 위반을 명시해야 한다. 포괄적으로 배제시키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의료사고 발생 인지 후 7일 안에 설명을 반드시 하도록 하는 의무도 기간 자체가 불합리하며 수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더했다.
형사 책임 면책을 위해서는 의료기관 개설자가 의료배상 책임보험 가입도 꼭 해야 하는데 장 변호사는 봉직의나 전공의를 보호하는 방책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그는 병원 개설자가 책임보험 의무를 불이행했다고 해서 결정권이 없는 봉직의나 전공의까지 형사보호에서 배제되는 것은 부당하기 때문에 고려가 필요하다고 귀띔했다.
다만, 의료인 책임보험 의무 가입 그 자체가 부당하다는 시선도 나와 눈길을 끌었다.
서종희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책임보험은 의사 개인의 책임을 전제로 하고 있고, 그 전제는 고의과실을 묻지도 않고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라며 그게 위험책임이라는 것인데 의사의 책임은 위험 책임이 될 수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수가 통제도 열심히 하면서 책임보험 의무화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하면 안 된다라며 책임보험과 의사의 위험책임은 어울릴 수 없는 영역인데 위험성이 분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의료분쟁조정법 하위법령 마련 등 제도 시행 준비를 위한 협의체를 꾸리고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이다. 정부는 고위험 필수의료 영역을 중증 소아 응급 분만 외상 등으로 보고 상급종합병원 전문진료질병군과 응급환자 중증도 분류기준 12 등급을 중심으로 생각하고 있는 상황. 중대한 과실 12개 항목도 규정했지만 현장 혼란을 대비해 가이드라인을 만들 예정이다.
신현두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장은 개인적으로 의료사고가 생겼을 때 고의나 중과실이 없다면 형사책임을 면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데 국민 법 감정, 환자 및 시민단체 입장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기소 제한 요건을 뒀다라며 협의체와 연구용역을 통해서 적절한 방향을 제시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료기관 개설자도 형사책임 대상이기 때문에 스스로의 책임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책임보험에 의무가입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정부가 가입을 독려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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