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기초의학연구원' 설립…기초의학 역량 강화 물꼬 틀까?
일본의 연구는 더 이상 세계적 수준이 아닙니다.
대한의사협회 43차 종합학술대회 기초의학 세션 특강 연자로 참석한 쿠보 요시히로 국제생리과학연맹(IUPS) 회장은 일본 기초의학의 쇠퇴와 차세대 인재 양성 과제를 짚고, 일본 국립생리학연구소(NIPS)와 국제생리과학연맹(IUPS) 사례를 통해 한국 기초의학 발전 방향을 모색했다.
한국의 기초의학이 단기 성과 중심 체계를 넘어, 장기 탐구.인재 양성.협력 체계를 중심으로 재정립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쿠보 요시히로 회장은 일본은 전체 연구 논문 수에서 3위5위, 상위 10% 저널 투고논문 비중에서도 9위13위로 떨어졌다. 기초생명과학 상위 10% 저널 논문 순위는 2001년 4위에서 2021년 12위로 추락했으며, 박사과정 진입자 수 역시 2004년 이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라고 전했다.
쿠보 회장이 진단한 일본의 연구 환경 문제는 한국이 겪는 현실을 그대로 투영했다.
쿠보 회장은 fragmented funding(자금이 여러 출처.프로그램에 흩어져 통합.조정이 어렵고, 기회 포착과 효율적 사용이 저해되는 상황), 경쟁과금(경쟁에 비용이 들어가는 구조) 의존 심화, 성공 확률 10% 안팎의 저성공률, 포스트닥터 기간제.저임금 등을 이유로 젊은 연구자들이 산업계나 임상의사로가 이탈하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라면서 단기전문의학적 성과 강조로 탐구 중심 기본연구가 위축되고 있으며, 의사연구자의 연구시간이 교육.행정.보고 등에 빼앗기는 현실이라고 우려했다.
일본 역시 기초의학 위기에 맞닥뜨리고 있지만, 정부 지원과 NIPSIUPS 등을 통해 새로운 대안을 찾고 있다.
일본은 6년마다 과학기술혁신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바이오AI의료 등 전략 분야를 집중 지원하고 있다. 특히 의사연구자를 위한 연구시간 보장, 연구지원전문가, AI디지털 전환 등을 포함한 의료과학연구지원프로그램(약 8500만 달러)을 신설했다.
일본 국립생리의학연구소(National Institute for Physiological Sciences.NIPS)는 대학 공동이용기관으로, 7T11T MRI, 초분광300kV CLIO-EM 등 대형기기 공유하면서, 2000건 이상의 대학 협력 연구, 4000명 이상 훈련 프로그램 운영으로 차세대 연구자 국제적 협력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IUPS는 70개 국가별 생리학회와 2만 5000명에 이르는 생리학자를 연결해 개발국 포함 글로벌 생리학 진흥, 국제 멘토링, 교육워크숍, 학생대회, 지역회의 지원으로 기초의학의 미래 세대를 육성하고 있다.
쿠보 요시히로 회장은 탐구 중심의 기초의학 가치 재확산을 선결 과제로 꼽았다.
장기 탐구, 인재 양성, 연구기관 간 협력 체제를 만들고, ▲탐구 중심 기초의학 가치 재확산 ▲기초의학학제간 연구핵심 학문 연구 강화 ▲안정적 경력연구 자율성 보장 ▲다양성중규모기관재정 지원 ▲장기 성과 평가 ▲대학 공동이용연구원.VR 기반 가상센터 운영 ▲글로벌 협력 및 한일 공동연구 확대 등을 제안했다.
한국 의사과학자가 바라보는 기초의학 현실은 어떨까.
김종일 한국의사과학자협회장(서울의대 생화학분자생물학교실 교수)는 의사과학자 양성을 통한 기초의학 발전 전략 강연에서 국내 기초의학 인력 구조 변화와 의사과학자 양성의 제도적 과제를 짚었다.
김종일 회장은 기초의학 인력의 흐름을 구체적 사례를 들어 전했다.
1990년대 초반에는 한 교실에 다수의 의과대학(MD) 출신 연구자가 꾸준히 유입됐으나, 1990년대 중반 이후 신규 유입이 급격히 줄어들며 장기적으로 인력 기반이 약화됐다. 과거에는 의대 졸업 후 곧바로 기초의학에 진입하는 경로가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임상 수련을 거친 뒤 연구로 진입하는 융합형 의사과학자가 증가하는 양상으로 전환됐다.
김종일 회장은 전통적 의미의 생기초 인력은 사실상 감소했고, 대신 임상 경험을 가진 인력이 연구로 유입되면서 구조가 재편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2019년 이후 정부 주도의 의사과학자 양성사업이 시작되면서, 전문의 취득 후 기초연구에 참여하는 사례가 늘고 교실 단위 인력도 점진적으로 회복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기초의학자와 의사과학자의 개념 정의는 여전히 모호한 과제로 지적됐다. 기초의학자는 교육과 연구를 중심으로 하는 전통적 학문 영역을 의미하는 반면, 의사과학자는 임상과 연구를 넘나드는 보다 확장된 개념이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전임 연구 여부, 임상 참여 정도, 소속 등에 따라 경계가 불명확해 정책 설계와 통계 산출에 어려움이 따른다는 설명이다.
김종일 회장은 정부에서도 의사과학자 규모를 파악하려 했지만, 명확한 기준이 없어 정확한 통계 산출이 사실상 불가능했다라며 연구비 수혜 여부나 자기보고 방식 등 다양한 지표를 활용한 추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미국 사례도 유사한 한계를 보인다. 의사과학자 비율은 약 12% 수준으로 추정되지만, 이는 MD-PhD 여부, 연구비 수주, 자기보고 등 다양한 기준을 종합한 추계일 뿐 단일한 정의에 기반한 수치는 아니다.
김종일 회장은 의사과학자는 자격이 아니라 현재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상태로 이해하는 것이 국제적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의사과학자 유입을 촉진하는 요인으로는 연구에 대한 관심, 재정적 지원, 진로상 이점, 그리고 체계적 프로그램의 존재가 제시됐다. 특히 미국에서는 연구 경험이 인기 임상과 진입에도 유리하게 작용하면서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구조가 형성돼 있다.
국내에서는 2019년 이후 학부-전공의-박사과정으로 이어지는 전주기 지원 체계가 구축됐으며, 병역 대체가 가능한 전문연구요원 제도가 핵심 유인책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의사과학자 트랙 진입자는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해결 과제도 있다.
김종일 회장은 현재 가장 중요한 시기는 박사학위 취득 이후 단계라면서 초기 양성에는 성공했지만, 이후 독립 연구자로 정착할 수 있는 연구비, 시간, 제도적 지원이 부족할 경우 전체 시스템이 흔들릴 수 있다. 선배 세대의 실패는 곧 후속 세대의 진입 기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개선 방안으로는 ▲의사과학자 양성 예산 확대 ▲다양한 진입 경로 구축(MD-PhD 등) ▲전공의 수련과 연구의 연계 강화 ▲전문연구요원 제도의 안정적 유지 ▲연구 전념 시간 확보 ▲통합적 정책 컨트롤타워 구축 등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정책 추진의 지속성을 위해 상설 협의체 또는 특별법 제정 필요성도 언급됐다.
김종일 회장은 현재 제도는 부처와 사업별로 분절돼 있어 종합적 전략 수립이 어렵다라며 국가 차원의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의사과학자협회는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범한 조직으로, 의사과학자 네트워크 구축과 정책 제안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다.
김종일 회장은 현장의 목소리를 모아 정부와 소통하고 제도 개선을 이끌어가는 역할을 하겠다라며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다.
기초의학 역량 강화와 의사과학자 양성 시스템 구축을 위해 국가 차원의 기초의학연구원 설립 방안도 재조명됐다.
공인덕 대한의학회 기초의학이사(연세원주의대 융합의과학부 교수)는 기초의학연구원 설립 강연을 통해 기초의학 위기의 실체와 해외 사례, 정책 대안을 제시하고, 기초의학의 위기 해소와 보건의료 RD 체계 통합을 위한 기초의학연구원 설립을 제안했다.
연세의대 기초의학 교수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 기초의학의 위기는 그대로 노정됐다.
공인덕 이사는 기초의학 교수들은 기초의학이 위기라면 위기의 정체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주요 원인으로 연구 역량과 정체성 약화, 커리어 패스 단절, 인력 기반 축소 등을 꼽았다라면서 게다가 현재 의대 졸업생 중 연구 진로 학생은 1% 미만이고, 기초의학 대학원생 중 의사과학자 비율도 9% 수준으로 국제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고 짚었다.
미국은 1964년 MSTP.MD-PhD 프로그램으로 국가 차원 의사과학자 양성을 지원하고, 일본은 1977년 NIPS를 설립해 대학 간 통합 연구 시스템을 구축했다. 독일은 지역 막스플랑크 연구소를 통해 기초연구를 강화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기초의학 전담 국가 기관이 없고, 법적으로도 생명공학 연구 범위에서 제외되는 등 제도적 기반이 취약하다는 진단이다.
한국형 기초의학연구원 설립의 당위성을 재차 강조했다.
공인덕 이사는 기초의학 활성화와 의사과학자 양성 정책 담론을 종합해 한국형 기관 모델을 제안한다. 핵심 정책으로 ▲통합 거버넌스 기관 설립 ▲양성 트랙 명시화 ▲연구 보호 시간 보장 ▲기초의학 전문의교육 인증제 도입 ▲부처 통합 RD 거버넌스 구축 등을 추진해야 한다라면서 기초의학연구원 설립이 유일한 해법은 아니지만, 기초의학 발전 방안 중 우선순위 해법으로 고려될 수 있다. 관련 담론을 모아 체계적 논의와 정책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기초의학 세션에서는 내분비내과 전문의에서 해부학교실 교수로 삶의 경로를 바꾼 최형진 서울의대 교수(해부학교실)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에서 디지털헬스 기반 웹랩 연구를 주도하며 빅데이터 연구분야를 이끌고 있는 연동건 경희의대 교수(디지털헬스학교실) 등 두 의사과학자의 강연이 눈길을 끌었다.
최형진 교수는 진료 현장에서 발견한 환자 식욕 문제에서 출발해, 식욕억제제가 심혈관질환 사망률까지 낮출 수 있다는 뇌과학적 증거를 찾고 있다. 그는 식욕 중독과 뇌 회로를 이해하면 비만.심혈관질환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최형진 교수는 현재 식욕억제제는 증상 치료제일 뿐, 근본적 병인 치료제는 없다라며 도파민.중독 회로를 타격하는 항체 치료제나 뇌 자극 치료로 햄버거.아이스크림 중독을 한 번에 고치는 근본 치료제를 만들겠다고 목표를 밝혔다.
실제로 최형진 교수 연구팀은 식욕 유형을 4가지(냄새.감정.중독.제한)로 분류해 MBTI처럼 16유형 진단법을 개발했다. 이를 바탕으로 전자액.뇌 자극.디지털 치료제(챗봇.코칭) 등을 접목한 개인 맞춤 프로토콜을 구축 중이다. 70명 임상 시험에서 56일 심리 치료 후 환자 혈당 프로파일이 빨강초록으로 바뀌고 도너츠.피자 대신 두부.삶은 계란을 섭취하는 식습관 변화가 확인됐다.
최형진 교수는 의대생은 자기 성찰을 통해 진료가 행복하지 않으면 기초과학.신경과학.뇌-대사 분야 등 열려 있는 연구 분야에 관심을 갖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연동건 교수는 전통적인 의사과학자인 MD-PhD 모델이 지속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되는 디지털헬스 분야는 새로운 대안이자 돌파구로 부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디지털헬스는 현재 국가 첨단 12대 전략기술 중 하나로, 서구.아시아.미국 모두에서 AI.헬스케어 결합이 가장 잠재적 영향이 큰 분야로 꼽힌다. 다만 헬스케어는 규제 장벽으로 인해 도입 속도가 느리고, 허가.인증 등의 절차가 많아 아직 전환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다.
연동건 교수는 디지털헬스는 임상과 기초가 중간에 위치해 임상과 기초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중계 연구자 모델을 만들 수 있는 분야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그는 의대생과 함께 AI.빅데이터 연구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면서, 이미 100회 이상 고인가 논문을 게재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
연 교수는 디지털헬스는 임상과 기초를 연결하는 웹랩.라브랩을 통해 연구 성과와 임상 성과를 동시에 연결할 수 있는 모델이라면서 AI.빅데이터는 높은 산업 수요를 갖고 있고 산업 협력.기술화 속도가 빠르다. 디지털헬스는 미래 의과대학의 경쟁력이 될 수 있는 학문이라고 단언했다.
디지털헬스 분야는 의사과학자로서의 발전적 지향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다.
연동건 교수는 디지털헬스는 기초의학을 대체하는 학문이 아니라, 기초의학.임상.산업.기술을 연결하고 확장하는 학문이라며, 젊은 의사과학자의 빠른 커리어 성장과 임상.기초 융합 연구를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모델로 자리매김하며, 디지털헬스 기반 의사과학자 커리어는 기초의학의 경계를 넘어서, 의과대학.임상.바이오.산업.기술의 융합을 실현하는 미래의 핵심 축으로 자리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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